[재계 인사 트렌드] '숫자로 증명' 김동명 LG엔솔 CEO, 리더십 재확인

2025-12-02

전기차 캐즘 속 흑자 유지…경쟁사 대비 선방

ICE 논란에도 ESS·원가 절감으로 신뢰 확보

내년 과제는 투자 속도 조정·ESS 수주 확대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숫자로 증명한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여파로 북미 공장 운영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사업 구조 개편과 실적 개선에 성공한 점이 '연속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명 CEO 연임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ESS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끈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김 사장은 지난 9월 미국 ICE의 불법체류자 고용 관련 단속 이슈로 CEO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지 운영 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사내 안팎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에도 ESS 중심 전략 수정과 투자 판단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며 이익을 극대화한 점이 내부 신뢰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013억원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한 수준이다. 굵직한 수주도 다수 따냈다. 지난 7월 테슬라와 6조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지난 9월에는 벤츠와 15조원 규모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추정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북미 공장의 ESS 전환과 소형전지·ESS 비중 확대,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늘리며 '질적 성장' 기조를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이에 내부에서도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쟁사들은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 감소했으며, SK온은 올해 누적 영업손실만 약 4905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산업 특성상 CEO 교체가 곧바로 사업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연임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사업은 수년 단위 장기 공급계약과 수십조원 규모 설비투자, 각국 정책·규제 변화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이 얽혀 있어 전략의 일관성과 고객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시장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증설 계획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CEO가 교체될 경우 글로벌 완성차와의 협상·조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미국 현지 공장 이슈 등 대외 변수 관리와 ESS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한 점이 연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전방 수요 둔화 국면에서 믿고 맡길 리스크 관리형 CEO 이미지를 굳혔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내년에도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배터리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체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ESS 등 신규 사업 확대와 기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ESS 수주 확대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투자 속도·규모를 조정하는 작업이 김 사장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캐즘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CEO 교체는 전략 수정과 조직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김동명 사장 체제 유지로 ESS 사업 확대와 원통형 배터리 등 신규 기술 개발에 연속성을 확보하고, 벤츠 등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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