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아파트(APT.)

2024-11-19

“아파트 아파트” 어디선가 낯익은 가사가 들린다. 근데 어린아이 목소리다. 뒤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땅꼬마 아이들. 다섯살이란다. 동네 어린이집에서 뒷산 산책을 왔다. 예닐곱명의 아이들이 큰소리로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며 신나게 막춤을 막 춘다. 다섯살짜리들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신곡 ‘아파트(APT.)’가 난리다. 유튜브 조회수가 최단기간에 3억뷰를 넘었다. 또 온갖 패러디가 도배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땐 무슨 이런 노래가 있나 싶었다. 우리 노땅들에겐 윤수일의 ‘아파트’만 있는데. ‘딩동딩동’으로 시작하는 윤수일의 ‘아파트’는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가슴속에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근데 로제의 아파트는 무슨 게임이 나오고, 랩이 나오고, 멜로디와 가사가 영 낯설기만 하다. 윤수일의 ‘아파트’를 재건축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맞다 재건축. 모양과 높이에서 이건 완전히 새로운 아파트다. 이걸 어쩌지? 윤수일의 ‘아파트’에서 로제의 새로운 ‘APT.’로 이사해야 하나?

그래서 새 ‘APT.’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뮤직 비디오를 본다. 인기에 비해 영상이 촌스럽다. 장난기만 가득하다. 그러네. B급 감성으로 만들었네. 그리고 두 사람이 무슨 게임을 하면서 시작한다. 이게 술 먹기 게임이란다. 처음 보는 거다. 나름 요즈음 젊은이들과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MZ세대의 감성을 가진 교수라고 생각했는데. 영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또 알아보기로 했다.

수업 시간. 다짜고짜 물었다. ‘APT.’에서 하는 게임 어떻게 하냐고. 모인 사람들이 “아파트 아파트” 하면서 다 같이 손을 내밀고, 동시에 진행자가 10층이라고 말하면 손바닥 아래부터 세어서 열번째 손이 걸린 사람이 술을 먹어야 한단다. 아하, 그런 거구나. 자 그럼 우리도 한번 해보자. 수업 시간에 난데없이 술 게임을 제안했다. 물론 술은 없다. 재미있다. 묘한 중독성이 있다.

가사를 들어본다. “건배 건배”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걸 브루노 마스가 부른다. 당대 최고의 팝 가수라는, 마이클 잭슨의 명성에 필적한다는 그 유명한 사람이 건배를 외친다. 참 신기하다. 그리고 ‘아파트’란 말도 ‘콩글리시’다. 외국에서는 아파트먼트(apartment)다. 그런데 미국 사람이 “아파트 아파트”를 자연스럽게 외친다. 한국말과 콩글리시를 자연스럽게 말한다. 분명히 모르는 말이고 틀린 말인데 이걸 받아들인다. 다름과 차이를 열린 자세로 수용한다. 그래서 노래가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노래에서 소통을 생각해본다. 다섯살 땅꼬마부터 나 같은 50대 후반의 아재들도 술 게임을 주제로 한 노래에 빠져 있다. 그것도 한국을 넘어 전세계인들이 3분도 채 되지 않는 노래에 열광한다. 또 정통이 아닌 콩글리시를 전세계가 열창하고 있다.

소통은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름과 차이가 서로 연결되고 합쳐진다. 그러면 더 큰 소통의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파트’가 그런 게 아닌지. 낮선 술 게임과 한국식 영어, 거기에 태극기까지 흔드는데, 이게 전세계에서 통한다. 인종과 국경·나이의 경계를 열고 서로 연결시킨다. 이렇게 소통은 어떤 경계도 없이 활짝 열고, 차이와 다름을 보듬고 섞어서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이게 소통의 속성이자 가치가 아닐런지. 노래 한곡이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딩동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누굴까?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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