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 채널을 하나 열었다. 다른 많은 셰프가 진작부터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유튜브라는 특정 사이트까지 찾아 들어가 영상을 보는 일이 낯설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리는 것에 익숙했던 나로선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 하나가 촬영과 편집을 맡겠다고 나서 준 덕에 함께 이런저런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있다. 요리와 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지인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셰프로 일하고 있으니 카메라 앞에서 요리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평소 가게에서 만드는 요리를 주로 선보일까 했는데, 논의 끝에 좀 더 친숙한 음식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인이 편의점 음식이나 밀키트를 사 오면 거기에 약간의 특별함을 더한 요리를 선보인다. 내게는 유튜브도 매우 낯설지만, 이런 음식들도 그에 못지않게 낯설었다. 요리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모든 레시피에 친숙하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요리사는 자기가 주로 하는 요리에만 익숙하다.
얼마 전에는 사람들이 줄까지 서며 기다리는 유명 식당의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서울 어느 동네 유명한 가게의 프렌치토스트를 흉내 내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 ‘줄 서는 맛집’의 레시피는 결코 평범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프렌치토스트란 본래 달걀과 우유를 대충 섞어 설탕이나 소금으로 적당히 간하고, 그것에 아무 빵이나 적셔 기름을 두른 팬에 양면을 지져내면 끝인 아주 간단한 요리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팽 페르뒤(pain perdu)’라고 부르는데, 직역하면 ‘잃어버린 빵’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말라비틀어져 그냥 먹기에는 어려운 빵도 ‘잃을’ 수 없기에 달걀물에 적셔 부드럽게 만들어 먹었던 것이 그 유래인데, 영미권으로 넘어가며 프렌치토스트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번 촬영을 통해 배운 이 첨단의 프렌치토스트는 거기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었다. 우선 기존의 방식대로 빵을 적셔 굽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위에 설탕을 듬뿍 뿌려 토치의 강한 불을 이용해 태우고, 그 열기에 녹아내린 설탕이 빵의 표면 위에 엉겨 붙기를 기다린다. 이후 잠시 두면 설탕 온도가 내려가며 얇고 단단한 단면이 만들어진다. 기존의 조리법에 강렬한 단맛과 식감을 더한 것인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설탕 위에 영국 에식스주 어느 마을에서 생산했다는 피라미드 모양의 결정을 가진 소금을 넉넉히 곁들여야 완성이다.
사실 이 방식을 따라 요리 영상을 찍으면서도 ‘굳이 프렌치토스트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며 새로운 유행이 내심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 맛을 보니 태운 설탕의 쌉쌀하고 달콤한 맛과 소금의 쨍한 짠맛, 그리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가지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꽤 맛이 있었다. 그 아이템을 찾아온 지인의 뿌듯한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 유튜브며 조리법이며 새로운 것들이 마구 솟아나는 시대에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쫓아가야 할지, 걱정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