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원이 ‘2024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날아올랐다. 1996년생으로 28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상 수상이 더욱 놀랍다. 역대 방송 3사 연예대상 수상자들 중 남성 단독으론 최연소 수상이자, 박경림 이후 23년 만에 탄생한 20대 KBS 연예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20대 대상 수상은 힘든 일이었지만 요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과거엔 우리 대중문화계가 너무 젊은이들 위주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의 영향력이 컸다. 중년 이상 세대가 예능프로그램의 한 축을 차지하는 해외 상황을 보며 놀라워 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예능계는 젊은 출연자들 일색이었다. 진행자들도 20대거나 나이가 많아봐야 30대였다.
그 시절에 20~30 연령대로 예능프로그램 사회자가 됐던 이들이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남희석, 김용만, 김국진 등등 많은 이들이 중년까지 에능계를 주도하는 것이다. 김구라, 탁재훈, 김성주 등은 젊은 시절에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대표 사회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우리도 과거 우리가 신기해했던 외국처럼 중년 출연자들이 예능을 주름잡는 시대를 맞이했다.
진행자들의 평균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20대는 거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과거엔 20대가 프로그램의 중심일 때가 많았지만 요즘은 풋내 나는 막내나 감초 캐릭터 정도로 나온다. 그래서 최근으로 올수록 20대 출연자의 연예대상 수상은 요원한 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찬원이 20대로서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방송사 시상식의 신뢰성이 낮기 때문에 시상 후에 논란이 일어날 때가 많다. 정말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느냐는 것이다. 그런 논란이 상습적으로 터지는데 이번 이찬원 수상엔 잠잠하다. 받을 만해서 받았다는 의견이 주류다.
이찬원이 올해 KBS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불후의명곡’, ‘신상출시 편스토랑’, ‘하이엔드 소금쟁이’, ‘셀럽병사의 비밀’ 등 무려 4편의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추석엔 이찬원 단독쇼인 ‘추석특집쇼 이찬원의 선물’까지 진행했다. KBS 단독쇼는 국민스타급 가수나 할 수 있는 대형 이벤트인데 이찬원이 20대 나이로 그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 정도 활약을 했으니 대상 수상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점점 고령화 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예능 진행자로서 20대가 이 정도의 위상에 오르는 일이 앞으로 과연 가능할까 싶다. 진행을 한다는 것은 프로그램 출연자들 전체를 아우르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는 뜻인데,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이찬원 윗세대들이다. 20대가 대선배들을 이끌면서 매끄럽게 진행하는 건 사실 꽤 놀라운 모습이다. 이찬원이 매우 보기 드문 역량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어떻게 운이 기가 막히게 좋아서 일회성으로 터진 깜짝 활약도 아니다. 그는 2022년엔 쇼&버라이어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2023년엔 리얼리티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핸 대상이다. 매년 한 계단씩 차근차근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빵 터진 사람보다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한 사람이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꾸준하게 성장했다는 건 현재의 성과가 거품이 아니라 탄탄한 내공의 결과라는 의미다.
이찬원은 이미 ‘미스터트롯’으로 국민가수 반열에 올랐다. 어린 나이에 가수로서 정점에 올랐는데, 그 후 4년 만에 예능 진행자로서 정점에 오르며 또 한 번 도약한 느낌이다. 앞으로 가수와 예능인으로서 놀라운 활약이 기대된다.
젊은 현역 원톱 가수가 예능으로도 활약하는 건 매우 희귀한 사례다. 스타급 가수라면 스케줄이 살인적일 때가 많다. 오라는 데가 워낙 많아 보통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정을 소화하곤 한다. 그래서 예능에 나오더라도 이벤트성 출연일 때가 많고, 고정 출연이라 해도 한 시즌 정도 분량에서 핵심 진행자가 아닌 보조 캐릭터 역할을 많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찬원은 가요계에서 현역 SSS급 스타 가수로 활동하면서 어떻게 다수 프로그램의 진행까지 소화하는 지 불가사의하다. 그만큼 이찬원이 다방면에 재능이 출중하고 성실하다는 뜻일 것이다. 20대 나이에 이미 정점에 오른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성취를 이뤄낼까?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