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라의 북상

2025-06-29

박상섭 편집위원

‘바닷가에서 태어난 소라는/ 지붕이 없는 파도의 집에서 살았다/ 파랑과 파랑으로 뭉친 바다에는/ 밤이면 메밀꽃 같은 달빛이 피어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점을 치며/ 서로에게 첫걸음을 떼던 눈부신 포말/ 마지막 걸음은 걸음으로 타협할 수 없는 모래에서 멈추었다//…삶은 투명하게 떠다니는 햇살 아래/ 가난이란 촉수에 걸려들기도 했지/ 바위가 컹컹 짖어대는 침묵의 소리는 뭍에서 뭍으로 상승하는 중이었지//…이제 파랑과 달빛은 영원한 노스탤지어/ 바다가 끓여낸 생을 뜨겁게 다 마시고/ 옹골차던 생의 근육은 거짓말같이 물컹해진 어느 날/ 파도의 문장으로 쓴 단단한 껍데기만 남았네.’

김성희 시인의 ‘소라의 이야기’다.

사람처럼 소라에게도 ‘일생’이 있는 법이다.

지붕도 없고 거센 파도가 치는 곳에서 태어난 소라는 가난한 달빛 아래에서 사랑도 하다가 결국 마지막 걸음은 모래에서 멈춘다.

근육도 물컹해진 어느 날 소라에게 파랑과 달빛은 그야말로 추억이다. 예나 지금이나 단단한 건 껍데기뿐이다.

옹골찼던 근육은 누구에게 보시했을까.

▲제주의 소라가 경북 울진까지 북상했다는 소식이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소라가 살아남기 위해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게다.

소라의 북방한계선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최근 제주산 소라의 서식지가 경북 울진(북위 37도)까지 확산된 것으로 파악했다.

소라의 어린 개체가 해류를 따라 북상하고 동해 연안에 정착하면서 서식지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제주와 동해안에서 서식하는 소라가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지녀 같은 종임을 확인했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게 어디 소라뿐인가. 지난 2012년 3월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는 제주에 주로 서식했던 난류성 어류인 자리돔이 독도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연구센터가 독도에서 잡은 자리돔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제주에서 이동한 개체라는 것이다.

▲소라도 올라가고, 자리돔도 올라가고, 방어도 올라가고 있다.

모두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탓이다.

그들이 이렇게 올라가면 가난해지는 건 제주의 해녀와 어부뿐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누군가의 눈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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