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유망 아이템으로 꼽히는 ‘장보고-3’가 재래식 잠수함 중 의외로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격 대 성능비로 승부하는 다른 K-방산 인기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장보고-3 Batch-2 잠수함 한 척 건조에는 1조 1019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 정도 가격은 독일 TKMS의 212CD 잠수함이나 프랑스 Naval Group의 재래식 바라쿠다(Barracuda) 잠수함을 제외하고는 가장 비싼 가격이다. 재래식 잠수함 중 크기도 위 두 잠수함과 비슷하거나 더욱 큰 편이다. 수출 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일본 잠수함을 제외하면, K-방산의 다른 제품과 달리 잠수함만은 유독 ‘크고 럭셔리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형 재래식 잠수함의 수요가 매우 제한되고 판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핵무기 보유국들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자력 잠수함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재래식 잠수함 운용국가들은 국방예산이나 병력이 많지 않은 중소국가들이다.
이 때문에 장보고-3는 세계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준 우수한 잠수함이지만 상품성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특히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잠수함의 경우 스텔스 성능 등 우리 잠수함보다 우수한 부분도 있어, 폴란드 및 캐나다 잠수함 경쟁 사업에서 장보고-3가 마냥 우세하지만은 못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HD현대중공업은 HDS-1500이라는 신형 잠수함 설계를 공개해 새로운 크기의 수출형 잠수함으로 세계시장에 도전 중이라 이를 소개한다.
HDS-1500 잠수함이 첫 선을 보인 곳은 남비 콜롬비아 까르따헤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제 해양방위 컨퍼런스 ‘Colombiamar 2025’다. 지난 12일 열린 이 행사는 조선해양‧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술‧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콜롬비아 해군과 국영조선사 코텍마르가 격년제로 주최하는 컨퍼런스 및 전시회다. HD현대는 LIG넥스원과 합동으로 홍보부스를 만들어 신형 잠수함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HDS-1500 잠수함은 콜롬비아와 같은 부족한 국방비와 병력을 가진 국가들에게 제안하는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잠수함이다. 길이 65m, 폭 6.5m, 수중배수량 1500톤의 잠수함은 장보고-3에 비해서 절반 이하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엔트리 카’(Entry Car)’처럼 HDS-1500 잠수함도 엔트리 잠수함인 셈이다. 실제로 HDS-1500 잠수함은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손원일급(Type 214)와 거의 크기가 비슷하고 무장 탑재량도 유사하다.
HDS-1500 잠수함은 엔트리급 잠수함답게 저렴한 가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가장 큰 특징은 손원일급 잠수함이나 장보고-3 잠수함에 있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연료전지가 없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는 수중 잠항시간을 크게 늘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액체 산소와 수소를 취급하는 전용 시설이 필요하고, 장비가 매우 복잡해 사용자의 장시간 교육이 필요하다. HDS-1500 잠수함은 이를 과감히 삭제해 중소국가들이 잠수함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크게 줄였다.
대신 HDS-1500은 축전지 부분을 현대 재래식 잠수함이 앞 다퉈 채택중인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했다. 현재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잠수함은 무겁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납축전지를 사용하고, 일본과 한국 등 몇 개 국가만이 리튬이온전지를 갖춘 신형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HDS-1500은 이를 통해 AIP를 갖춘 동급 잠수함보다 수중 연속 잠항시간은 약간 부족할 수 있지만, 납 축전지를 가진 구형 잠수함보다 수중 잠항시간이 몇 배로 늘어났다.
운용인원이 적은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HDS-1500 잠수함과 비슷한 크기의 장보고급 잠수함이 32명의 승조원을 가진 반면 HDS-1500은 25명의 승무원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장보고-3 잠수함보다 필요한 인원이 절반이다. 잠수함 승조원은 고도의 전문화된 인력으로 육성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HDS-1500 잠수함이 장보고-3보다 총수명주기비용(Life-Cycle Cost) 측면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에 따르면 HDS-1500의 임무장비인 무장체계와 전투체계, 소나(음파 탐지기)체계는 모두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로 이뤄져 사용자 요구에 따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HD현대는 LIG넥스원과의 팀을 이뤄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olombiamar 2025 전시에서 두 회사는 합동부스를 만들고 HDS-1500에 관심을 가진 방문객들에게 공동 마케팅을 하고 있다. LIG넥스원 HDS-1500에 범상어, 백상어 중어뢰와 같은 무장체계, 함수 소나 및 측면배열소나, 거리 측정소나 등 소나 체계, 그리고 자항식 기만기(Decoy)와 전투체계를 장착하는 이미지를 부스에서 공개했다.
HDS-1500의 수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확실한 것은 전 세계 잠수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 TKMS(구 HDW)의 Type209 잠수함의 대체수요에 HDS-1500이 안성맞춤이라는 점이다. Type209 잠수함은 한국 해군을 포함한 13개 국가가 운용중인 베스트셀러 잠수함인데, 거의 대부분이 함 수명을 30년 이상 넘겨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국방예산의 부족으로 대체 잠수함 건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HDS-1500은 이를 노려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과거 세대 잠수함보다 훨씬 뛰어난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 수중 잠항 능력, 발전된 전투체계를 사용한 업그레이드 된 공격력으로 수출 국가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ype 209 잠수함은 이번 전시회가 열린 콜롬비아는 물론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에서 운용 중이거나 운용한 적이 있는 만큼, 남미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된다면 상당한 수주 성과가 기대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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