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뜻

2025-03-16

기원전 70년, 로마 공화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부패 재판이 열렸다. 시칠리아 총독을 지낸 마르쿠스 베레스가 착취, 뇌물 수수, 그리고 권력 남용 혐의로 기소되었다. 야심 찬 정치인이자 웅변가였던 키케로(사진)가 검찰을 맡았고, 재판은 공공 정의의 시험대이자 로마 법체계의 역사적 순간으로 남았다.

베레스는 총독직을 이용해 시칠리아를 약탈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민간인의 재산과 신전을 강탈했으며, 과도한 세금 부과는 물론 로마 시민들을 재판 없이 처형했다. 로마공화국 말기 정치인들의 부패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베레스의 행태는 도를 넘어섰고, 결국 잔혹한 통치에 분노한 시칠리아 대표단이 로마로 찾아와 고발과 함께 키케로에게 기소를 맡겨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베레스 측은 로마 법정의 취약점을 활용해 처벌을 피하려 했다. 법정조작, 증인 매수 등은 물론, 효과적인 지연 전술을 펼쳤다. 베레스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마르쿠스 메텔루스는 다음 해에 로마의 부패 재판소를 담당할 예정이었고, 베레스의 측근들은 재판을 지연시킨 뒤 메텔루스가 법원을 장악하면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베레스 재판 전에 다른 부패 사건을 법정에 올리려고 시도했고, 또 공적 업무가 종교 축제 기간 중단되는 사실을 이용해서 이듬해 새 관리들이 임명될 때까지 기소 절차를 중단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키케로는 이러한 계략을 정확히 간파하고,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강력한 첫 연설(In Verrem)은 배심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후대 웅변술과 법정 수사의 표본이 되었으며, 서구 법학과 정치 연설의 기본 틀이 되었다.

로마 공화국에서든 현대 한국에서든, 법의 힘은 때때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부패한 권력자는 몰락한다. 그것은 천의(天意), 곧 하늘의 뜻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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