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영국 총리를 지낸 불굴의 정치인의 표상 윈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얻음(what we get)’으로써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삶은 ‘줌(what we give)’으로써 만들어간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집계한 2023 자선 기부 순위 1위인 워런 버핏. 우리 돈으로 66조 원을 훌쩍 넘는 거액(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전까지 돈에 집착하던 그는 아내를 통해 ‘나눔’이야 말로 삶의 멋진 가치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눔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소신으로 기부문화 정착에 헌신해온 이가 있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가 바로 그이다. 그는 모금 전문가다.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크고 작은 실천을 통해 오랜 세월 인생을 갈아 넣고 있는 그를 NGO저널이 만났다. 인터뷰는 작년(2024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이뤄졌다.
- 반갑습니다. 한국모금가협회라는 곳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독자들 중에도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을 텐데 협회가 어떤 곳인지 우선 소개부탁드립니다.
"박 기자님, 반가워요. 사실 어느 협회나 일차적인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그 이해관계자들의 활동이나 일을 잘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어떤 백업 역할을 하는 게 주요 역할이죠. 저희 협회도 외형적으로 보기에 모금을 하는 사람들의 협회, 그런 일을 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단체 정도로 보일 겁니다.
그런 성격이 아예 없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것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모금 등 공익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된 일이에요. 개인이나 기관이나 역량강화를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익활동 측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죠.
규모가 큰 단체들은 여러 채널이나 뉴미디어를 통해 광고비를 집행함으로써 모금도 잘 하지만, 보통 작은 곳들은 인력도 없어 한 사람이 여러 일을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금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처럼 제한적인 리소스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곳들을 위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모금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제공, 제도 및 인식 개선 그리고 인적 교육사업과 단체들이 봉착한 문제 해결을 위해 자문하거나 정부 기관 등과의 입장차를 좁히는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 그렇군요. 협회가 공익단체 모금활동에 자문해준다고 설명하셨는데, 협회 자체로서도 운영비용이 들어가잖습니까. 운영비용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보통 협회들은 정부 시책에 따라 분야별로 보조금을 받거나 변협이나 전경련과 같은 곳처럼 소속 회원(사)들이 회비를 납부하거나 또는 기업이 운영비를 부담하든가 하는데, 우리 협회와 같은 경우는 그와 달리 모두 자부담으로 수익 활동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는 구조에요.
정부가 기부제도 개선한다고 우리 단체와 같은 곳에 예산을 줄 리가 없고, 저희 활동의 혜택을 받는 공익단체들은 대체로 재정적 여력이 없으니까요. 저희는 교육 사업을 통해 일정 정도 수익을 창출하거나 컨설팅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자체 운영비 절반 이상을 마련합니다. 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해주는 약간의 회비수익이 있고요."
- 공익단체들의 원활한 모금 활동을 돕는 협회지만 정작 자체 운영비 마련은 빡빡하네요.
"그런 셈입니다."
- 모금가협회에서 일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로 느껴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계기가 있었습니까?
"하하. 뒷걸음질 치다 걸려 넘어진 거죠. 원래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 졸업한 뒤 취업을 했습니다. 대학교 교직원으로 취업을 하게 됐어요. 초기에 학교 법인 및 학교의 수익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았습니다. 연구비 수주, 학교발전기금 모금, 네트워킹과 같은 업무를 맡았죠.
학교에 필요한 장학금을 모금하거나 또 여러 재정 관련 사업을 서포트하는 일을 주로 맡았던 게 ‘모금’의 출발이었던 것 같아요. 제 모교이기도 한 외대에서 12년 동안 그런 일들을 했고 이어서 서울대로 옮겨 일했는데, 이때부터는 모금을 전담 업무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제 정체성이 생기고 굳어진 것 같아요. 그다음 일한 곳이 월드비전(국제 구호 개발 기구)이에요."
- 이직 단계가 확실히 ‘모금’이란 정체성이 확장되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된 거죠. 서울대 근무를 마치고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조금 쉬다 건국대에서 또 관련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국내에서 나름 규모가 있는 대학 등 여러 곳에서 좋은 기부자들, 대규모 펀드들 이런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결국 월드비전까지 가게 됐죠. 월드비전은 역사가 오래된 규모가 큰 글로벌 조직이라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덕분에 좋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제 나름대로 모금 이론과 활동에 관한 바람직한 모델이랄까, 어떤 상(像)을 그리게 되었고 맛을 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토론의 장이 있었고 그런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뜻을 모아 용감하게 협회를 만들었는데 고생을 참 많이 했죠."
- 협회 일은 몇 년 하신 겁니까?
"올해(2024년)가 10년 차예요. 제가 무모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협회 일이 조직 관리라는 생각은 미처 못 했거든요. 초기 3년여간 아무것도 없이 맨바닥에서 의욕만으로 한다는 건 참 무모하다는 걸 깨닫기 충분한 시간이었죠. 하하.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공익이라는 분야에 대해 생각보다 훨씬 더 비우호적이라는 현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법이나 제도, 여러 이해관계자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충분히 경험한 뒤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장에서 맨몸으로 부딪혔던 것 같아요. 우리가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우리만의 욕심인지 정말로 필드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인지 확인하고 현장에서 상호작용하면서 고도화하는 시간도 필요했고요.
그 와중에 실제로 우리 사회 안에서 기부 문화의 발달, 그러니까 발전 속도는 또 대단히 빨라서 실제로 국가 규모 안에서의 기부금 규모가 굉장히 커진 것도 사실이고 기부 단체 숫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기부에 있어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뜻이죠. NGO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 현상을 저희가 오롯이 경험하면서 동시에 협회도 함께 발전 해왔던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막연하게 우리가 NGO사회에 도움을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정부나 전문가들과 같은 변화의 힘을 가진 주체들과 협력해 제도개선을 해보는 쪽으로 힘을 기울였습니다. 기부금품법 개정이라든지 정부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교육에 힘쓴다든가 하는 것 말이죠. 또 불합리한 관행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데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개진하면서 실질적인 노력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말씀만 들어도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모금의 전문가로서 특별한 길을 걸어온 만큼 기부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기부에 대한 정의랄까요, 기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꼭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음...기부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돈이 없고 가난해서 줄 수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있다면 무엇이든 나눌 수 있는 것, 그게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국세청에서는 세법상 기부금 영수증을 떼어줄 수 있는, 현금성 가치가 명확한 것을 통상 기부라고 일컫지만, 실제로 기부하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평소 타인을 돌보고 콩 반쪽도 나누는 마음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 많은 돈도 부족하게 여기죠. 돈이 많다고 기부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간단하게 이타적 마음이 발현되는 것, 그게 기부인 겁니다. 마음이 없으면 절대 기부할 수 없으니까요."
- 여러 기부사례를 경험하셨을 텐데, 우리나라 부자들은 기부를 잘한다고 보십니까?
"말하기 조심스러워요. 왜냐하면 부자는 어떠하더라는 식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니까요. 그것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자기 주변에 기부자가 없다면 자신을 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기 마련이니까요.
외대에서 서울대로 이직한 이후로 모금 분야에 몰두하면서 세상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더군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말이죠. 제 주변에 훌륭하고 감동적이며 세상을 구원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예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다 위대하고 희생적인 사람들이예요. 그분들 중에는 정치인 별로 없습니다. 경제인도 많지 않아요."
- 그 분야 인사들 기부가 별로인가 보군요.
"‘어떻게 도와야 합니까’, ‘돈을 어떻게 잘 써야 합니까’ 이런 질문과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시더군요. 그 질문에서 시작돼서 기부해본 사람, 모금하는 사람들을 찾게 되고 그것이 또 인연을 만들어 주변인을 소개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계속 나누면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나누는 분들이 모인 세계가 바로 제가 사는 세계인 거죠. 하하. 저는 천사들을 통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나눔의 필드에서 어떻게 하면 더 멋있게 어떻게 하면 더 가치있게 나눌까, 어떻게 하면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작고 연약한 단체에게 나눔이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제 일인 거죠.
또 하나, 최근 들어 기부의 가장 큰 가치는 희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가장 큰 기부금은 기부의 사이즈가 아니라, 희생이 있는 기부금이라는 거죠. 부자가 자기 것 100억 원 중 1억 원을 기부한 것과 전재산 20만 원을 가진 사람이 10만 원을 낸 것은 다르다는 거예요."
- 성경 말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네, 저는 크리스천인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가장 큰 의미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 그건 희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구원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셨잖아요. 어떤 대가나 거래가 아니라 그냥 자기 생명을 내놓고 흘려보내신 거죠. 돌려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내놓은 게 희생이거든요.
부모의 희생, 다음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희생, 그리고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을 위한 희생...이런 희생은 계급이나 특권, 권력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가난한 사람이 내놓은 돈을 그보다 더 부자인 사람이 얻어 쓰는 경우도 저는 봤거든요.
희생의 위치는 누구든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로부터 수급비를 받는 할머니가 자신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보태고 싶다고 1~2만원을 기부하는데, 그 돈을 기부금으로 안 받을 일은 아니거든요. 마음을 주시는 거니까요. 부자의 1천만 원이나 1억 원보다 더 큰 기부인 셈이죠. 아무리 부자라도 마음이 결핍된 사람은 계속 채워도 모자라는 법이에요. 누가 진정한 부자인가, 희생이란 마음이 있는 사람이 진정 부유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 언뜻 보기에 기부에 있어서도 각 나라마다 크고 작은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다른 특징이 있습니까?
"많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합니다. 갈수록 개인화 현상이 심하다고 하고, 젊은 세대들 특히 MZ 세대들은 나눔은 잘 하지 않아 이기적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따뜻한 면이 많다고 봅니다.
디지털세상이 되면서 사람 대 사람 직접 대면하는 일이 줄면서 교류가 취약해진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라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고,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정적이고 온정적이면서 어느 정도 서로 간 연결이 돼 있어요. 그래서 타인을 도울 마음이 쉽게 일어나고 기부의 발전 속도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에요.
남을 도울 때 돈으로 표현하는 걸 참 잘하죠. 명절에 가족 간에도 서로 축복하며 돈을 주고받고, 병문안 갈 때도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에서도 관행적으로 돈으로 서로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기부의 실천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약한 점은 내가 아는 사람, 나와 남의 경계가 분명해서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한테는 마음을 훨씬 더 잘 표현하고 반대로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무신경한 측면이 있다는 거예요. 남에 대해선 선 긋고 돕지 않는 경향이 선명하죠.
영국의 채리티즈 에이드 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CAF)에서 매년 국가별 기부(giving) 수준을 비교해 평가하는 세계기부지수평가(World Giving Index)가 있습니다. 그 평가 중 낯선 사람에 대해 돕는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점수가 매우 낮아요. 그러니까 혈연, 지연, 학연 등이 없으면 남을 잘 돕지 않고 배타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이런 점이 좀 취약하고 포용적이지 못하다 비판받는 부분이긴 합니다."
- 그렇군요. 우리나라는 또 기부금 편중 문제도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대형 NGO로 기부금이 집중되면서 규모가 작은 단체들은 기부를 받기도 매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유명 단체에 어느 정도 쏠리는 게 당연하겠지만, 작은 단체들이 기부금을 잘 모으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할까 그 점이 궁금하더군요.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요. 일단 얘기하신 것처럼 NGO도 유명세(인지도)가 다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유명하면 믿어줘요. 유명세는 곧 신뢰도인 것처럼 굳어진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유명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유명한 사람, 기업도 사고 많이 치잖아요.
인지도가 높다고 무조건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전문성이나 역량과는 별개의 문제에요. 물론 사람들의 이런 믿음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어요. 유명하고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다는 건 그만큼 체계가 갖춰져 있으니 투명성을 일정하게 보장하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 공익활동 환경이 시장 자율에 모든 것을 다 맡겨 놓았다는 점이 문제에요. 제도를 통해 크고 작은 단체들 간 형평성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거든요. 연간 예산이 1천억 원인 에서 운영비를 10% 쓴다면 100억 원이지만 연간 예산이 1억 원인 소규모의 단체에서 10%는 1천만 원밖에 되지 않아 한 사람 인건비도 안 되는 거예요.
이건 일할 사람을 고용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당연히 필요경비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여건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해요. 이런 규모에 따른 문제들이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이 안 되고 지금까지 흘러왔던 거죠.
그나마 최근 국세청이 공익법인의 신고의무, 공개의무를 규모에 따라 차등해 적용해주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단체들 입장에서는 간소화된 처리라고 해도 어차피 행정인력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 정보 공개를 적게 하든 많이 하든 크게 차이가 없어요. 인건비를 더 쓸 수 있도록 넓혀주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데 그런 차원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세 번째 이제는 투명성 시대이다 보니 기부를 받는 곳과 기부를 하는 사회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착한 일 한다면 무조건 좋게 봐주고 믿어줬지만 이제 사회의 기부 총량이 커지다보니 노이즈도 많이 생겨 진짜와 가짜를 헷갈리는 일이 빈번하죠.
기부를 받는 단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기부자들에게 성실하고 투명하게 잘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결국 소통의 문제거든요. 그래서 소통의 양을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이 소통이 또 돈의 문제가 된다는 거죠. 소통에는 돈이 들고 돈이 없어 소통이 부족하니 신뢰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단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렵지만 제도개선, 인식 개선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기부라는 건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굉장히 쉬운 액션일 수 있지만 사회의 좋은 문화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나 입법, 제도와 정책에 관여한 분들이 준비를 잘해 수월하게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 말씀을 들으면서 기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부가 기분에 따라,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하려면 정부나 국민, 기업 등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요?
"작은 실천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거대한 기획이나 이벤트가 있어야 임팩트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작은 실천들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개인 등 구성원들이 희생의 기쁨을 맛봐야 더 큰 단계, 다음 단계로 넘어가 지속이 가능하거든요. 희생을 강제한다거나 누군가의 강요나 지시로 억지로 끌고 가서는 길게 이어질 수 없어요.
우리 사회가 정치인과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을 존경하기보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꾸준한 기부의 실천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이 저로서는 매우 아쉬운데, 그들이 큰 성과를 내려 애쓰기보다는 작은 실천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사회 구성원 다수로부터 믿음을 쌓아가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실천들이 모이면 사회가 더욱 따뜻해지고 기부문화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행동을 하면 마음이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마음이 생겨야 행동한다고 하지만 저는 정반대로 생각해요. 마음이 본질이지만 그것의 출발점은 행동에 있다, 우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한다면 마음의 변화가 절로 일어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