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사 대리인 지정, 실효성 논란... '사각지대' 우려 목소리 커진다

2025-05-07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예고 후 업계 안팎에서 실효성 우려가 제기된다. 이용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해외 게임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제도 시행 초기부터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 시행을 앞두고,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을 오는 6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대리인 지정 대상 기준의 현실성이다. 문체부는 전년도 매출 1조원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간 월평균 국내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인 게임물을 배급·제공하는 해외 사업자를 지정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제 문제를 일으키는 게임사들은 이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마이너 업체들”이라며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나 세부적인 요건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제도 마련의 배경이 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 미공개, 환불 불가, 개인정보 처리 등 게임 이용자 피해 사례 상당수가 중소 해외 게임사에서 발생했다. 대상 조건으로 '게임 이용자에게 현저한 피해를 입히는 사건·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장관이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명확한 판단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승우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게임사는 연 매출 1억원만 넘으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해외 게임사는 사실상 1조원을 기준으로 둬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제도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업계가 보는 현실과 다소 괴리된 기준 설정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의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지정 의무를 위반한 해외 게임사에는 2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국내 주소와 실체가 없는 업체에 이 같은 금전적 제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앱마켓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한 유통 제한 등 보다 강력한 집행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국내 게임 시장과 긴밀히 연결된 해외 국가들 역시 문체부의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입법예고 이후 해외 게임사로부터 우리 정부에 관련 문의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해당 제도를 자국의 게임 심의 허가제인 '판호(版?)'와 유사한 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체부 역시 입법예고 기간과 10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도입은 국내 이용자 보호와 게임 유통 질서 사각지대 보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업계와 해외 게임사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시행 이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입법과 외교적 협조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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