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축산농가에서는 매년 5천만 톤이 넘는 가축분뇨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70% 이상이 농경지에 퇴비로 살포되며, 자원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퇴비 관리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 속에는 제도 이행에 따른 부담, 행정 요구와 현장 여건 간의 간극, 기술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현행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축산농가는 퇴비의 부숙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관해야 한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자원 순환형 농업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장에서는 과잉 시비, 품질 편차, 야적 퇴비의 방치 등으로 인해 토양 내 염류 축적, 냄새, 여름철 하천의 녹조 발생 등 다양한 환경 이슈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매년 장마철을 앞두고 야적 퇴비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등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가축분뇨 퇴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첫째, 퇴비 품질과 살포 이력을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농가별 시비 처방과 양분 수요 분석, 경종·축산 간 자원 순환 연계를 포함한 맞춤형 기술지원 체계는 보다 촘촘하게 작동될 필요가 있다. 셋째, 제도 이행을 위한 현장 밀착형 지원과 관리 체계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농가의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해외의 제도적 대응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1987년부터 ‘분뇨은행제도(Manure Bank System)’를 도입해 농가별 양분 수지와 퇴비 살포량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농가는 비료를 살포할 토지를 확보하거나, 초과된 분뇨는 위탁처리업체를 통해 처리하며, 분뇨 수송 차량에는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실제 살포 여부를 공공기관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국가 차원의 통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해 퇴비 품질, 살포 이력, 토양·수질 정보 등을 연계 관리하고 있으며, 모든 농가는 양분 투입·산출 내역을 기록해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가축분뇨 및 퇴비 관리에 특화된 공공기관이 현장 중심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처리시설 점검, 축산환경 개선, 교육·컨설팅, 통합 점검반 운영 등으로 현장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ICT 기반의 환경관리 시스템 운영,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 분석 등에서 전문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공공 통합관리체계의 핵심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의 법적 근거는 주로 가축분뇨 처리, 축산환경 개선, 현장 점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향후 퇴비 품질관리, 살포 이력 모니터링, 농가별 시비 데이터 축적 등 전 과정에 걸친 공적 관리 권한이 명확히 부여될 필요가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지자체 등과의 정책 연계를 강화하고,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 인력과 조직의 확충, ICT 기반 기능의 고도화, 농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협력 체계 구축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과제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장 이행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실현된다면, 환경 측면에서는 질소·인의 과잉 투입 억제를 통해 수질오염이 줄고, 토양 내 염류 축적과 병원균 확산도 완화될 수 있다. 농업적으로는 시비 최적화와 작물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며, 고품질 퇴비의 보급 확대는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시비 지도와 점검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존의 부숙도 및 양분관리 제도와의 통합 운영이 가능해져 농업 행정의 혁신도 기대할 수 있다.
가축분 퇴비 관리는 농가와 행정 모두에게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 협력이 이뤄진다면, 농업과 환경,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제도, 현장이 함께 맞물리는 이 지점에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