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매운음식 사천짜장으로 유명한 쓰촨으로 향하다.
- 삼국지 유비가 이끄는 촉한의 중심
- 전 세계에서 자연 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곳
수원목양교회 르네상스 탐방단 10명은 지난 10월 10일부터 15일(5박 6일)까지 중국 쓰촨성(四川省) 성두시(成都市), 간쯔장족자치주(甘孜藏族自治州) 캉딩현(康定县)·간쯔현(甘孜县)·다오푸현(道孚县)·단바현(丹巴县)의 자연유산과 역사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쓰촨성은 우리나라에서 사천 짜장면으로 알려진 바로 그 사천 지역을 말한다.
쓰촨성은 중국 남서부 내륙에 있는 성(省)이다. 성도(省都)는 청두시다. 인구는 8,367만명(2020년)이다. 약 200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초기부터 이곳에서 인류 활동이 시작되었다. 황제(黃帝)와 노자(老子)를 교조로 하는 중국의 다신적 종교인 도교 문화가 발달했다. 쓰촨 서부지역의 장족집거구(藏族聚居區)에서는 토착화된 불교인 라마교(喇嘛敎)를 믿는다.
성 전체 길이는 가로 1,075km, 세로 921km이며 면적은 약 491,147km2(남한의 4.9배)이다. 행정단위는 18개 시(부성급시 1, 지급시 17) 와 3개 자치주로 이뤄져 있다. 중국의 34개 1급 행정단위 중 면적이 5번째로 크며, 23개 성 중에서는 칭하이성(青海省)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크다. 중국 전체면적의 약 5.1%를 차지한다.
쓰촨성 상류에는 양쯔강(揚子江)이 있다. 길이는 6,300km로 세계의 하천 가운데 3번째로 길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길다. 양쯔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내륙을 거쳐 동중국해로 흐르는 강이다. 쓰촨성의 주요 지류는 야룽강(雅礱江), 칭이강(青衣江), 민강(岷江), 타강(沱江), 자링강(嘉陵江), 부강(涪江), 거강(渠江) 등이 있다. 또 성 전체에 1,000개가 넘는 호수가 있다.
수력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곳곳에 수력발전소가 있다. 전국 수력발전량의 23%를 점유하며 1위다. 쓰촨성 닝난현(宁南县)과 윈난성(云南省) 차오자현(巧家县) 사이를 흐르는 진사강(金沙江)에 대규모 바이허탄(白鶴灘)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일부는 가동하고 있다. 2027년 완공되면 연간 90억8천900만㎾h의 전력을 생산한다.
기후는 아열대(亞熱帶)에 속하며 동부의 사천분지(四川盆地)는 아열대 습윤기후에 속한다. 분지의 연간 일조시수는 300∼1,600시간이다. 중국 내 일조시수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연평균 기온은 14∼19°C로 우리나라의 봄, 가을 온도다. 한랭한 1월 평균 기온은 3~8°C이고 무더운 7월 평균 기온은 25∼29°C로 4계절이 뚜렷하다. 연중 280∼300일은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
다만, 천서고원(川西高原)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8°C 이하다. 그중 1월 평균 기온은 -5°C 안팎이고, 7월 평균 기온도 10∼15°C밖에 되지 않아 1년 내내 여름이 없고, 겨울이 길다. 겨울엔 건조하고 여름에 비가 집중된다. 사천고원의 대부분 지역의 강수는 적다. 연 강수량은 600∼700mm 정도이다. 우기는 6∼9월에 해당하며 일 년 총강수량의 70~90%를 차지한다. 11∼4월은 건기다.
쓰촨성은 중국에서 자연 및 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구채구풍경구(九寨溝风景区:아바), 황룡풍경구(黃龍风景区:아바), 어메이산(峨眉山)과 낙산대불(乐山大佛:러산), 청성산(靑城山)과 도강언(都江堰:청두), 사천팬다서식지(청두, 아바, 감자, 예안) 등 무려 5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돼 있다. 이 밖에도 국가급자연보호구 17곳, 국가급산림공원 25곳, 세계지질공원 1곳, 중국역사문화명성 7자리 등 119개 풍경 명승과 546개 여행지가 있다.
‘여행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여행 자원이 풍부하다. 지역 자체도 광활하다. 험한 산악 지형 안에 관광명소가 숨어 있는 곳이 많다. 기이한 자연경관과 유서 깊은 역사 문화유적들은 관광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며 관광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청두에 탠푸(天府)공항과 솽류(雙流)공항 등 2곳의 국제공항이 있다. 25개 노선의 국내외 직항편이 운항 되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쓰촨성은 2200년 전 도강언(都江堰:제방) 구축 등 농업에 필요한 저수 및 관개시설이 잘 구축돼 ‘농업 풍요의 성’으로 전해진다. 농사짓는 토지도 기름져 ‘천부지국(天府之國 : 하늘이 내린 비옥한 땅)’으로 부른다. 쌀과 밀을 포함한 곡물의 생산량이 전국에서 1위다. 월동작물인 유채씨는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높아 전국 총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과일은 감귤, 복숭아, 루저우(泸州)의 용안(龍眼), 진촨(金川)의 쉐리(雪梨:포도) 등이 유명하다. 감귤은 첫손에 꼽히며, 붉은 귤과 광간(广柑)·샤청(夏橙) 등 우수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전국 포도주 생산량의 20% 정도가 생산된다. 이외도 사탕수수, 황마, 고구마, 누에, 대나무, 목이버섯, 국화, 산초 등이 생산된다. 목축업 생산액은 농업 총생산액의 38%를 차지하며, 돼지의 사육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특산품으로는 야안(雅安)의 죽순, 루저우(泸州)의 당면이 있고, 한위안(汉源)의 산초는 당나라에서 청나라 때까지 조공품으로 진상됐다. 돼지털, 기름-오동(梧桐), 백랍(白蠟:꿀벌집), 생칠(生漆:옻나무의 진) 등이 있다. 이빈(宜宾) 등지에서 생산되는 궁푸홍차(工夫红茶)는 빛깔이 검고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며, 품질이 뛰어난 홍차로 꼽힌다. 충라이(邛崃)와 야안(雅安)일대의 압축차 난루볜차(南路边茶)는 티베트에만 공급되는 전통 특산품이다.
약재로는 천궁, 촨롄(川连:황련), 천패모(川貝母), 천목향(川木香), 천명삼(川明参) 등이 있다.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바이오 생물자원(약용식물)이 4,600여 종이 생산되는 중약재(中藥材)의 전진 기지다. 중국 바이오 기술 산업화 시범지역이다. 공예품으로는 수슈(蜀绣:자수)와 수진(蜀锦:비단), 룽창(隆昌)의 샤부(夏布:모시), 청두(成都)의 칠기, 후이리(会理)의 도자기가 있다. 이밖에 청두의 대나무 제품, 쯔궁(自贡)의 대나무 부채, 난충(南充)의 대발 그림 등이 있다.
풍성한 음식 문화도 유명하다. 쓰촨요리(四川料理)는 광둥요리(广东料理)와 산둥요리(山东料理), 안후이요리(安徽料理) 등 중국 4대 요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신선한 농산물이 많이 생산돼 다채로운 요리가 많다.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도 풍부하다. 굴, 새우, 게, 멍게를 활용한 매콤한 조리법과 간장 소스, 마라 소스 등을 사용하여 특색 있는 맛을 낸다. 각종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넣고 육수를 기반으로 조리한 탕류(湯類)가 많다.
특별히 쯔촨성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매운 향에다 입맛을 돋우는 산초와 고추를 넣은 매운 요리를 즐긴다.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쓰촨훠궈(四川火锅)와 단단몐(担担面), 두부에 고춧가루를 많이 넣고 볶은 마파두부(麻婆豆腐)가 있다. 또 가장 탄력적이고 쫀득한 부위인 닭 다리만 조각조각 뼈째로 잘라 건고추와 화자오를 넣어 맵고 얼얼하게 튀긴 라즈지(辣子鸡) 등은 쯔촨성의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쓰촨성은 132가지가 넘는 광물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 그중 티타늄, 바나듐, 리튬, 은, 경희토, 암염, 황철석 등의 7종은 전국 제1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희소금속인 티타늄의 매장량(82%)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 내 코발트 생산량은 83%, 바나듐 생산량은 69%, 철 생산량은 13%를 차지한다.
청두(成都)·몐양(绵阳) 공업지역은 중형기계와 발전소 설비, 전자공업, 특정 강철자재, 화학공업과 건축자재, 경방직, 의약 등 제조산업에 치중한다. 판즈화(攀枝花)·시창(西昌) 공업지역은 강철, 석탄, 전력산업을 위주로 한다. 촨난(川南)의 쯔궁(自贡)·루저우(泸州)·이빈(宜宾) 공업지역은 천연가스와 간수를 주원료로 하는 염업과 화학공업, 석탄·제당·양조·식품 등 제조산업을 많이 한다. 촨베이(川北)의 난충(南充)공업지역은 실크와 식품산업에 전력한다.
쓰촨성은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산악지대가 많아서 중국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서부 개발 계획에 따라 경제 발전도 점차 활기를 띠고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에 따라 성도인 청두를 비롯한 도시들이 체계적으로 개발되었다. 또한 중국 4대 소설인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그려진 유비(劉備)가 이끄는 촉한(蜀漢)의 중심이 된 지역이기도 하다.
10월 10일 첫날. 인천공항에서 오후 2시 55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쓰촨항공의 기내식은 쓰촨식 소고기볶음 요리였는데 대체로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것 같았다. 실구름을 가르며 4시간의 비행 끝에 쓰촨성 성두탠푸공항에 안착했다. 입국하기 위해 먼저 여권의 QR스캔을 하고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단체 비자 심사를 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새로 생긴 공항이라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해 입국심사 시간이 2시간도 걸린다고 한다. 이럴 때마다 그리워지는 것이 우리나라 인천공항의 첨단서비스다.
하늘에서 내려본 청두는 청록의 바다처럼 짙은 녹음에 덮여 있었다. 이국의 낯선 풍경과 향내가 도취해 온다. 니하오!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공항으로부터 1시간 30분을 이동해 성두 시내 한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넣은 부대찌개와 밥을 먹었다. 이곳의 밥쌀은 장립종인 인디카(Indica)로 찰기가 없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북부로 갈수록 찰기가 있는 자포니카(Japonica)를, 남부로 갈수록 인디카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근 성두동방호려치호텔(成都東方美豪致酒店)에 도착, 여장(旅裝)을 풀었다.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 쓰촨청 탐방기 2일~4일차. 협곡을 거쳐 청두시로 향하다.
높이 있는 자연호수 목격조, 한라산 보다 높은 칠색해
- 보살도 좋아한다는 광활한 초원지대 타공초원 등 자연이 볼거리 풍성
쓰촨성 탐방 2일차가 시작됐다. 오전 6시 50분 중국 호텔식 뷔페로 식사를 하고 7시 30분에 버스로 청두시에서 간쯔장족자치주(甘孜藏族自治州) 캉딘현(康定县)으로 출발했다. 간쯔장족자치주는 쓰촨성 서쪽에 있는 주(州)이다. 면적은 151,078㎢(남한의 1.5배), 인구는 95만명이다. 행정단위는 캉딩현(康定县), 다오푸현(道孚县), 단바현(丹巴县) 등 18개 현(县)으로 조직돼 있다. 캉딩에는 호텔, 상점, 식당 등도 많다. 동티베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청두시에서 강딩현까지 거리는 350km이지만 무려 5시간이나 걸려 12시 30분에 도착했다.
청두시에서 간쯔장족자치주 경계까지는 고속도로로, 간쯔장족자치주 초입부터는 일반도로로 캉딘현까지 갔다. 고속도로변에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에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밭은 절로 탄성이 나온다. 가뜩이나 귤의 과잉생산, 가격하락 등 국내외 경쟁력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도 귤 재배 농민의 걱정이 앞섰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강딩현으로 가는 길은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연상시킨다. 아슬아슬한 대협곡의 구불구불한 해발 2,000∼3,000m의 고지대 산악길로 달렸다.
12시 30분. 오늘 묵기로 한 해발 2,556m의 캉딩정가호텔(康定情歌大酒店)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고노육(古老肉)과 야채, 한국김치, 깻잎, 멸치볶음 반찬을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고노육은 돼지고기를 밀가루를 입혀 튀긴 다음 소스를 묻혀 살짝 볶은 음식이다. 맛이 너무 좋아 추가로 시켰는데 밥을 다 먹도록 나오지 않아 포장하여 달라고 해서 저녁에 먹었다.
그리고 캉딩현 소재지에서 20km 떨어진 있는 해발 3,780m의 목격조풍경구(木格措风景区)정상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동티베트 목격조풍경구는 경치가 좋아 최고 등급 여행지로 불린다. 동티베트에서 가장 큰 고원호수가 있으며, 궁가산맥(贡嘎山脈)의 중부에 자리 잡고 있다. 궁가산국가급풍경구의 일부분으로 350㎢의 면적에 목격조풍경구로 조성됐다. 목격조풍경구는 목격조(木格措:정상호수), 약지비천(藥池沸泉), 칠색해(七色海) 등 매력 있는 천혜의 자연풍경과 인문풍습이 조화를 이룬 신비로운 곳이다. 동방의 알프스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버스를 타고 해발 3,700m에 있는 목격조에 올랐다. 호수 면적은 약 4㎢이고 물의 깊이 70m이다. 호수에서는 유람선도 탈 수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군산(群山), 높은 봉우리의 설산(雪山)들이 별과 달을 에워싼 듯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산들바람이 불어 호수에 잔파도가 일면 눈이 쌓인 듯 보이고 해가 질 무렵에는 석양빛이 호수에 비쳐 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하늘과 물이 하나 되어 모든 것이 고요해진다. 양떼구름을 몰아가며 호수의 비치는 영롱한 햇빛은 아주 아름다운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주변 경관과 어울린 에메랄드빛 호수는 환상적이다.
목격조에서 300m를 걸어서 더 높은 고지로 올라갔다. 사방이 확 트여 전반적인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오다가 말다가, 구름이 덮였다가 없어지기를 3분 간격으로 반복한다. 바람은 불고 날씨는 을씨년스럽다. 45년 전 젊은 시절 군(軍)시절 악천후 특수훈련에 버금갔다.
목격조에서 내려갈 때는 버스를 안 타고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산책로도 안전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긴 구간이 데크로 시공·개설되어 있다. 가볍게 걸으며 계곡으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고산식물, 황금 이끼 등 생태적 자연미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와 북미의 로키산맥을 트레킹하는 느낌이다.
밑으로 내려오면 약지비천(해발 3,500m)이 있다. 온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최고 온도는 90℃에 달한다. 차를 우릴 수 있고, 달걀도 익힐 수 있다. 온천수는 인체에 좋은 미량원소가 있어 류머티즘이나 위장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약지비천에서 온천물로 족욕을 했다. 바로 옆의 미지근한 온천수에는 물고기가 있다. 발을 담그면 물고기가 발가락을 핥아 준다. 이 물고기가 습진 및 무좀을 낫게 해 준다고 한다. 따스한 야외온천에 발을 담그니 그동안의 추위와 피로가 말끔히 가시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칠색해(해발 2,600m)가 있다. 호수의 면적은 0.2㎢이며 깊이 20m다. 맑고 투명한 호수면은 날씨와 햇빛에 따라 여러 가지 색채로 보여서 칠색해라고 한다. 곱고 아름다운 산속에 정겨운 풍치를 보여주고 있다. 들꽃들이 많고 꽃의 향기가 그윽한 작은 평원이다. 목격조풍경구는 사계절 어떤 때와도 각기 다른 이색적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봄이 되면 역시 꽃놀이하기에 좋은 장소이고, 여름이 되면 온 산천이 초록색으로 변해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노란색으로 물들어 역시 가을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겨울에 눈 쌓인 설산은 환상적이다. 고산이라 해는 삽시간에 넘어가고 도로변에 드리운 산 그림자는 길어졌다.
오후 6시. 목격조풍경구의 자연환경 탐방을 마치고 캉딩호텔로 돌아와 인근 한식당에서 무한 리필 고기구이 뷔페로 저녁을 먹었다. 다음 캉딩광장에서 소수민족 장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비가 주룩주룩 내려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샤인머스켓 포도와 감을 사서 호텔에서 맛있게 먹으며 오늘의 여정을 마쳤다. 과일 가격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으로 아주 저렴하고 당도도 높았다.
쓰촨성 탐방 3일차. 오전 7시. 캉딩정가호텔에서 쌀죽, 베이커리, 계란후라이 등으로 식사했다. 8시에 버스를 타고 절다산(折多山)을 넘어 캉딘현(康定县)의 타궁초원(塔公草原)과 무야금탑(木雅金塔), 간쯔현(甘孜县)의 무야대사사원(木雅大寺寺院), 다오푸현(道孚县)의 묵석공원(墨石公园)을 둘러보고 다바현(丹巴县)까지 가는 장장 300km를 가는 여정이다.
거리는 300km로 짧지만, 고산지대의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오르고 내려가기에 최종 목적지 다바현까지 7시간 이상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는 가는 도중 몇 차례 경적을 울려대며 화물차를 추월해 앞으로 나간다. 대부분 1차선 오르막길이라 화물차의 뒤를 따르다 보면 너무 지체되기 때문에 오는 차선을 넘어 추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좁은 길에 화물차가 유난히 많이 다닌다. 추월하는 도로 바깥 끝은 가늠할 수 없는 낭떠러지도 많아 가슴을 조이기도 했다.
이런 길을 2시간 남짓 달려 구름도 쉬어 간다는 해발 4,298m 절다산(折多山) 고갯마루에 10시경 도착했다. 절다산의 최고 정상 해발은 4,962m이다. 절다(折多)라는 말은 장족어로 구불구불하다는 뜻이다. 날씨의 변화가 심한 곳이다. 오르고 보니 5cm 정도의 눈이 내려 있었다. 다행히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 얼지 않아 차량 운행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다.
절다산은 한족문화와 장족문화의 분계선이고, 차마고도(車馬古道)로 티베트를 잇는 동티베트의 가장 높은 지대의 고산이다. 차마고도는 중국과 티베트, 인도를 잇는 전근대의 무역로이다. 중국의 윈난성(云南省), 쓰촨성에서 시작되어 티베트를 거쳐 인도의 벵골과 네팔 등지로 이어진다. ‘마방(馬幇)’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말과 야크를 이용해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서로 사고팔기 위해 지나다녔다. 이곳을 통해서 문화의 교류도 활발하였다.
절다산 고갯마루에서 산 정상으로 가는 100m 남짓 계단이 있었지만, 숨이 가빠지며 어지러운 고산증세가 느껴져 올라가지 않았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부족한 관계로 천천히 움직여도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다. 잠재된 체력은 이러할 때 필요 한 가보다.
워낙 절다산 고갯마루가 높아 비행기를 타고 땅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구름도 산 밑으로 두둥실 떠다닌다. 구름에 바다가 덮인 형상이다. 구름에 덮인 산의 중턱은 안보이고 병풍 같은 산봉우리에 설산 풍경만 포근하게 보인다.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현실이 아닌 꿈속의 세계 같다. 저 아래도 사람이 사나 보다. 보라색 협곡 사이로 실핏줄 같은 길이 나 있다. 모두가 4,000m가 훨씬 넘는 산봉우리다. 캉딩현 외곽의 건물들이 까마득히 보인다. 오늘 탐방해야 하는 타궁초원과 무야대사사원도 산 아래 아련히 펼쳐 보인다.
12시. 멋진 풍광을 뒤로하고 산 아래 타궁초원으로 내려와 중식당에서 마파두부, 물고기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타궁초원 전망대(해발 3,730m)까지 300m 정도 오르는 길을 말을 타고 갔다. 타궁초원은 캉딩현 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113km 떨어진 고원지대에 있다. 사천성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요충지이다. 사천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초원 중 하나로 꼽힌다. 약 712.37km²(21만 5,000평)의 넓이로 광활하다.
타궁(塔公)은 티베트 말로 ‘보살이 좋아하는 지방(菩萨喜欢的地方)’이라는 뜻이다. 산자락 밑에는 전형적인 티베트 사람들의 집이 몇 채 보인다. 모두 구들장같이 납작하고 조그만 돌로 지은 집에 살고 있다. 집주변 밭에는 수확하고 남은 누런빛의 옥수수 대만 앙상히 보인다.
타궁초원 앞의 배경으로는 해발 5,884m의 유명한 야라설산(亚拉雪山)이 보인다. 야라설산은 장족어로 샤쉐야라가보(夏學雅拉格波:동방백야크산을 의미)로 총칭하며 중국 티베트 지역의 4대 신산중 하나다. 쓰촨성 깐즈주(甘孜州)의 캉딩(康定), 다오푸(道孚), 단바(丹巴) 등 세 현의 경계에 위치하며 야라강의 발원지다. 일년내내 만년설로 덮여 있다. 야라설산의 봉우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왕관과 미륵불로 보인다. 또 꽃잎이 빽빽이 에워싸인 연꽃이 보좌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타궁초원은 평탄한 지형에 초원이 끝없이 펼쳐있고 풍부한 물이 흐르고 있다. 푸른 초원과 이상적인 환경은 야크(Yak)와 양, 소를 기르는 유목민(遊牧民)이 살고 있다. 야크는 몽골에 주로 사육되는 긴 털을 가진 소의 일종으로 가축화된 고산동물이다. 야생종은 티베트를 중심으로 해발 4,000∼6,000m에 이르는 고원에 분포한다. 몸길이는 수컷이 약 3.25m, 어깨높이 약 2m, 몸무게 500∼1,000kg이다. 움직임이 재빨라 흐르는 강을 헤엄쳐 건널 수 있고, 가파른 바위 경사도 오른다. 고산의 툰드라나 반사막지대에서 듬성듬성 나 있는 풀이나 작은 관목의 잎을 먹고 산다.
다음은 타궁초원 주차장 옆에 있는 무야금탑(木雅金塔)을 둘러보았다. 무야금탑은 1997년 죽경사(竹庆寺)의 활불(活佛) 도지짜시(多吉扎西)의 기부로 건립되었다. 약 100kg이 넘는 금을 사용해 10대 판첸라마(Pan-chen Lama)의 1989년 의문사를 추모하고, 그의 가르침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탑이다. 금탑 주위에는 4개의 대각식 불탑이 있다. 황금으로 된 탑 지붕과 뒤쪽에 우뚝 선 야라설산의 설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치를 보여준다.
탑에 이르는 길에는 롱다가 길게 걸려있다. 롱다는 오색 빛깔이 나는 천에다 부처의 가르침을 인쇄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에 길게 깃발로 걸어두는 것이다. 경전의 문구를 인쇄한 오색 천을 깃발로 가로로 줄줄이 세워놓은 것은 타르쵸(오방색 깃발)라 한다. 바람에 날리는 깃발의 퍼덕이는 소리가 달리는 말발굽 소리와 비슷해 타르쵸 깃발을 ‘바람의 말(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롱다와 타르쵸는 같은 의미이며, 티베트 불교의 독특한 상징물로 티베트인의 깊은 불심이 담겨 있다.
오색 천은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 흰색은 티베트인의 식수원이 되는 흰 눈을, 초록색은 티벳트 고원의 푸른 풀을, 파란색은 하늘, 노란색은 풍요로운 대지와 곡식을 상징한다. 붉은색은 그들의 열렬한 불심을 표상한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조그마한 돌탑이 삭막한 풍경에 생기를 넣어준다. 또한, 그들은 안녕과 번영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위에 글을 새겨 흐르는 계곡물에 놓아둔다고 한다. 계곡의 바위는 모두 기도문을 새겨 넣은 마니석(摩尼石:불경을 새긴 돌)으로 고요한 울림을 준다.
조금 내려와 무야대사사원(木雅大寺寺院):해발 3,600m)이 있다. 무야대사사원은 간쯔현의 유명한 사찰 중 하나로 티베트 불교의 겔룩파(格魯派)에 속한다. 무야대사사원은 불교학원으로 구성된 사찰군으로 타궁초원 동쪽 기가구랑마을에 있다. 마을은 성냥갑 모양처럼 납작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사원은 무야티베트족과 라마와 주무의 거주지로 둘러싸여 있다. 경적을 울리면 라마와 주무가 사찰을 나와 거주지 주변에서 불교 학교까지 모여 경전을 하고, 법신자들은 절을 돌며 기도하는 것을 듣는다고 한다.
사원은 층층이 돌로 쌓여있다. 돌 숭배 사상이 허언이 아니다. 그냥 돌이 아니라 옴마니밧메움(唵嘛呢叭咪吽)을 총천연색으로 아로새긴 마니석이다. 옴마니반메훔은 불교의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진언이다. 마니석으로 높은 담장을 세우고 바깥에는 초르텐(탑 모양의 건조물)과 마니차(摩尼車:회전통)가 사방을 다 채웠다. 돌은 판자처럼 넓고 도화지처럼 얇다.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각양각색이라 볼수록 신기하다. 당항족의 피가 흐르는 무야인의 적나라한 현장을 보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불교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육자진언(六字眞言)의 박물관이다.
마니차는 사원 밖으로 길이 383m를 둘러 470개가 있다. 마니차는 주로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불교 도구이다. 마니차는 원통형으로 돼 있고, 측면에는 만트라(Mantra:진실한 말)가 새겨져 있다. 내부에는 돌로 경문이 새겨 있다. 크기는 다양하며 손에 쥘 수 있는 크기부터 큰 것은 몇 미터에 달하는 마니차가 사원에 있다.
마니차를 돌리며 순례하는 일은 티베트 사람의 일상이다. 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마니차를 돌리며 순례하고 있다. 비가 살며시 내리는데도 사원을 따라 순례하는 사람이 많다. 돌다가 지쳐 앉아 쉬는 사람도 있다. 지팡이를 살살 누르며 할아버지는 한없이 느릿느릿 걷는다. 육자진언을 하나씩, 수없이 많은 마니석을 다 헤아리듯 중얼거리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향한 염원은 남녀노소 인간이라면 누구나 똑같은가 보다.
다음은 무야대사사원에서 19km 떨어져 있는 묵석공원(墨石公园, 해발 3,400m)으로 옮겼다. 정문에서 입장권을 끊고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 버스를 타고 정상에 있는 강산정(해발 3500m)으로 올라갔다. 강산정은 묵석공원의 가장 높은 곳으로 묵석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우주에 들어온 느낌이다.
묵석공원은 풀과 관목으로 뒤덮인 녹색 구릉지대 안에 암회색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무리를 지어 뾰족하게 돌출해 극히 이질적인 암석군을 이루고 있다. 흙산이 만든 거대한 흙의 숲이다. 숲인데 나무 한 그루 없는 진기한 풍경이다. 퇴적암층의 기괴한 절경이자 숨은 진주 같은 자연경관이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질 경관 15경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고원 석림 절경이다.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에 능가하는 웅장한 절경이다.
묵석공원의 팔미석림(八美石林)은 1억만년 전 지하에 묻혀 있던 암석 지반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석림이다. 흑연 성분이 많고, 소금이 함유되어 있어 공기 습도의 영향을 받아 건조한 계절에는 옅은 회색을 띠며, 겨울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어 계절마다 풍경이 달리 보인다. 사실 검정 돌산을 보는 것과 같다.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지형과 독특한 지질 구조로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고원 석림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며 ‘중국의 지질 버뮤다 지역’이라 일컫는다. 길을 따라 걸으며 석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어디에서 보아도 보기 드문 기막힌 천태만상의 풍경이다.
공원의 계곡에는 묵석신천(墨石神泉)이 있다. 묵석신천은 전설에 의하면 사얼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이곳에서 여러 날 치열한 전쟁을 하였는데, 허기와 갈증에 견딜 수가 없을 때 갑자기 석림사이에서 맑은 샘물이 흘러내려 장군과 병사들은 이 샘물을 마신 뒤 피로가 사라지고 힘이 나서 적들을 무찔렀다고 한다. 그 뒤 사람들은 이 청천을 ‘신천’이라고 공양하였고, 이 샘물을 마신 사람들은 평생 병에 걸리지 않고 행복하고 오래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공원에는 귀엽게 생긴 타르바간(土拨鼠)이 있다. 타르바간은 작고 귀여운 설치류(다람쥐과)다. 몸길이 49∼58cm, 꼬리 길이 11∼13cm 정도로 오소리와 비슷하다. 유럽과 아시아의 평원에서 발견되며 주로 건조한 습지와 풀로 덮인 초원에서 무리를 지어 작은 굴에서 서식한다. 풀이나 초목의 뿌리, 줄기, 종자, 열매 등을 먹는다. 때로는 작은 곤충이나 작은 동물도 잡아 먹는다. 배설물은 비료의 역할을 해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초원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우도 볼 수 있다는데 못 보았다.
또 공원에는 식물 활화석(活火石)이 있고, 독특한 식물이 여러 종이 있는데 그 가운데 낙엽성 관목인 사시나무가 유난이 많이 자란다. 높이는 1.5m 정도로 가뭄에 견디고 모래바람에 저항하는 내성이 강한 나무다. 약식동원식물(藥食同源植物)로서 열매에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이북의 북부지방에 자라며, 러시아, 중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오후 4시. 다오푸현(道孚县)의 묵석공원에서 단바현(丹巴县)으로 출발해 100km에 달하는 협곡을 따라 2시간 달려 6시에 단바길미호텔(丹巴吉美大酒店)에 도착했다. 3일간 2,500∼4,000m의 고산지대 여행으로 온몸에 피곤이 감돌았다. 식욕도 떨어져 간단히 요기하고 잠을 청해 피로를 풀었다.
쓰촨성 탐방 4일차. 그간 오전 7시 이전까지 아침을 먹었는데 오늘은 7시에 아침을 먹었다. 서양식과 중국식이 혼합된 뷔페로 푸짐한 아침을 먹었다. 수박, 오렌지, 샐러드, 볶음밥, 쌀죽, 국수, 계란후라이, 베이커리, 요거트 등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커피까지 마셔가며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단바현(丹巴县)을 8시에 출발해 야안시(雅安市)을 경유, 청두시(成都市)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약 600km의 거리를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로 7시간 동안 달려야 한다.
오전 8시. 단바현에서 히말라야산맥이 거대한 울타리를 이룬 동티베트 해발 3,000∼6,000m의 고산(高山)과 고원(高原)을 바라보며 구불구불한 국도 318선을 따라 야안시로 달렸다. 국도 318선은 상하이부터 티베트까지 가는 장장 5,476km의 2차선 도로이다. 수시로 변화는 혹독한 기후와 험한 지형은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지대를 통과해 가야 하는 길이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스치어 보이는 순백의 설산과 코발트 빛 강과 호수는 순수한 원초적 아름다움으로 인간을 매혹한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자신을 버리며 투박하고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간다. 순박하고 깨끗한 대자연과 여기에 몸 붙이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퍽퍽한 일상의 생채기를 치유하고 마음에 미묘한 감정을 준다.
험준한 산악지대의 고산은 깎아지른 절벽의 좁고 험한 외길이 계속 이어진다. 하늘과 맞닿는 산 정상의 소복이 쌓인 만년설,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무채색의 괴암, 산기슭의 푸른 나무 등 비슷비슷한 풍경이 몇 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이어진다. 동화에 나올법한 기이한 모습이다. 높은 구불구불한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협곡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파란 물 줄은 좀 낮은 지대로 내려오면 강폭을 늘려가며 호수를 이룬다. 아름답고 기묘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절로 느껴진다.
해발 3,000m 이상 되는 첩첩산중, 아무리 높은 산에도 높이 40∼50m 이상 되는 송전철탑이 산등성이를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다. 고지대의 허름한 농가주택까지도 전신주가 이어져 있어 환하게 빛을 밝혀 주고 있다. 집집이 최신식 접시형 위성안테나와 셋톱박스(Set-Top Box)도 설치돼 있어 난시청지역 없이 TV를 본다. 산속 깊고 고지대의 오지라도 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버스를 타고 800km 이상을 다니는 동안 송전철탑이 없는 산을 못 보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쓰촨성 진사강 하류 바이허탄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 가운데 매년 300억㎾h가 2,080㎞의 전력 공급망(송전철탑)을 통해 저장성과 장쑤성에 공급한다. 누가 중국에는 전기가 안 들어가는 오지가 많다고 하던데, 옛말이 되고 말았다.
단바현(丹巴县)을 지나 야안시(雅安市)에 들어서니 비탈진 산에 사람 키만한 선인장이 무리 지어 자라고 있었다. 선인장은 멕시코가 원산지로 가장 척박하고 건조한 환경인 사막에서 살아가는 식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 강변 옆 가파른 산기슭에서 군락을 이루며 손바닥 모양의 선인장이 꽉 차 있다. 끝부분에 달린 보랏빛 열매는 달걀보다 약간 작다. 이 깊은 협곡에서 선인장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마치 도로변에 농특산물을 파는 장터가 있어 구경도 하고 쉬어 가려고 차를 멈추었다.
사과, 포도, 수박, 감, 대추, 호두, 버섯, 약초 등 즐비했다. 신기하게도 지나오며 보았던 선인장 열매가 광주리에 담겨 과일로 팔리고 있었다. 열매는 엷은 녹색에 보랏빛 색깔을 띠고 있으며 부드러운 가시가 박혀있었다. 선인장 열매에 관심을 보이자, 물건 파는 순박한 할머니는 선뜩 선인장 열매를 들어 가시 돋친 껍데기를 벗겨내고 연녹색의 알맹이만 남겨 우리에게 건네며 먹어 보라 한다. 아. 이것도 먹나. 망설이다 받아먹었다. 입에 넣으니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것이 상큼하고 향기로운 단맛이 느껴졌다. 아. 이것도 먹는구나. 한 바구니 사서 일행과 나누어 먹었다.
험난하면서도 매력 있는 협곡과 자연이 주는 신기한 풍경에 취하다 보니 벌써 4시간을 달려 12시에 야안시에 도착했다. 야안시의 면적은 15,354㎢(서울시의 25.3배)이고, 인구는 150만명의 도시다. 시내 중식당에 들러 궁보계정(宮保雞丁)과 김치, 고추장, 김 등을 곁들여 느긋한 점심을 먹었다. 궁보계정은 닭고기와 땅콩, 고추, 오이, 당근, 양파, 생강, 조미용 황주, 간장, 설탕, 식초, 화초로 맛을 내 볶은 요리이다.
그리고 1시 30분에 청두시로 출발해 4시 30분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고속도로로 평원을 보면서 편안하게 갔다. 성두인민광장 옆에 있는 리아청두호텔(Lia成都酒店)에 여장을 풀었다. 탐방단 일행은 5시부터 6시 30분까지 청두시의 심층적 역사와 문화탐방을 위한 포럼-디스커션(Forum Discussion)을 갖었다. 이후 인근 한식당에서 소고기 뷔페로 고즈넉한 만찬을 하고, 성두인민광장을 가볍게 산책하고, 내일 청두에서 기대되는 역사와 문화탐방을 위해 호텔로 돌아와 꿈나라로 들어갔다.
청두시는 쓰촨성의 성도(省都)이며 면적 1만4,378㎢(서울시의 23.7배), 인구는 1,633만명의 도시이다. 2006년 주청두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개설되었다. 해발 400m 내외의 낮은 평원 분지에 속한다. 청두 서북부 지역은 해발 2,000∼5,000m로 고원지대다. 기후가 습윤하고 땅이 비옥해 ‘텐푸지토(天府之土)’로 불린다. 하늘이 내린 곡창지대란 뜻이다. 온화한 기후에 풍요한 땅의 기운 때문일까. 온유한 기질에 낙천적이며 여유 있는 삶을 즐긴다. 중국 서남부 지역에서 소비경제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청두시는 3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이다. 촉나라의 수도로 번영하였고, 제갈량을 모시는 무후사(武侯祠)와 당대 문학 작가인 두보를 기념하는 두보초당(杜甫草堂) 등 유서 깊은 사적과 중국 4대 요리에 속하는 쓰촨요리로 유명하다. 전통 풍물거리인 진리(锦里)거리와 콴짜이(宽窄) 전통문화 상업 거리가 있다. 전통과 현대가 합쳐진 트랜디한 패션 거리 타이쿠리(太古里)와 IFS 상업가도 청두의 명소다.
청두시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에 이어 세 번째로 솽류(雙流)국제공항과 톈푸(天府)국제공항 등 2개의 공항을 보유한 중국 서부지역의 대개발 거점도시이다. 철, 티타늄, 희토류, 천연가스, 석탄 등의 광산자원이 풍부하다. 172개 인문경관, 판다, 삼국지 유적 등의 관광자원이 많아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순 쓰촨성 여행
- 깔끔한 도로와 질서있는 거리 등 천지개벽할 변화 보여줘
두보가 살았던 암자 두보초당, 삼국지의 역사를 상징하는 무후사 사당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4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주 우랑예
쓰촨성 탐방 5일차. 7시 30분 호텔에서 서양식 뷔페로 아침을 먹었다. 9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청두 역사와 문화의 랜드마크인 두보초당(杜甫草堂), 무후사(武侯祠), 관착항자(宽窄巷子)를 탐방했다. 이곳들은 시내 인민광장에서 4km 반경 내 있는 명소이다. 적당히 날씨도 선선하고, 해도 없어 여행하기에 너무 좋았다.
두보초당(杜甫草堂)은 두보(杜甫:712~770년)가 살았던 암자가 있던 자리에 그에 관한 자료와 시집 등을 전시한 건물을 중심으로 넓은 공원을 조성했다. 두보초당은 이백(李白:701~762년)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두보는 시성(詩聖)이라는 명성에 무색하게 당대에는 빈곤에 시달리는 나날을 보냈다. 장안(長安)에서의 삶도 몇 년 만에 겨우 하급 관리직을 얻었을 뿐 녹록하지 않았다. 그러다 안사의 난(安史之亂)이 발발하자 두보는 가족을 이끌고 장안을 떠나 청두로 왔다. 청두는 고난과 실의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던 두보가 마음의 안정을 얻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유일한 장소다.
두보는 이곳 청두에서 759년부터 4년 동안 머물며 240여 편의 시를 지었다. 그는 평생 1천5백여 수의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 공원으로 조성된 초당 곳곳에는 두보가 쓴 유명한 작품이 전시돼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두보의 시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녹여 인생의 고난, 전쟁,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주로 그렸다.
그중 유명한 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를 노래한 ‘춘야희우(春夜喜雨)’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한밤중에 소리 없이 내려 촉촉이 만물을 적시는 기쁨의 봄비를 묘사한 시구에서 당시 청두에서 소박하지만 평온한 전원생활을 영위하던 두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허진호 감독이 연출·개봉한 ‘호우시절(好雨時節)’은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절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좋은 비는 시절을 안다)’을 따서 만든 영화 제목이다. 이 영화 제목 때문에 우리나라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시다.
두보초당을 둘러싼 20만m2(6만평)에 이르는 광대한 정원에는 다발로 우뚝 선 대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시원하게 쭉 뻗은 푸른 대나무가 이리 많으니 청두에 판다가 많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판다의 먹이는 99%가 대나무인데 쓰촨성의 축축한 날씨는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 그대로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철에는 성인 판다가 하루에 먹어 치우는 대나무 양이 38kg을 넘는다고 한다. 판다는 빙하기를 넘으며 800만년을 살아왔다고 하는데 식생이 육식에서 대나무와 같은 채식으로 변한 것이 장기 생존의 비결인가 보다.
이외에도 동백나무, 활엽수, 상록수 등 여러 종의 나무와 꽃이 빼곡히 들어서 깊은 숲을 연상케 한다. 가지에 붉은 열매가 보리수처럼 예쁘게 주렁주렁 열려 있는 산초나무도 있다. 한 개 따서 입에 넣었더니 혀끝이 얼얼했다. 참 중국은 이름 모를 나무도 많고, 각양각색의 꽃도 지천이다. 국민이 꽃 사랑을 넘어 꽃을 존귀하게 여기는 것 같다. 중국의 모든 지폐의 앞면에는 모택동과 꽃이 있다. 1위안에 모란꽃, 5위안에 수선화, 10위안에 월계, 20위안에 연꽃, 50위안에 국화, 100위안에 매화가 있다.
두보초당은 시가지에 있지만 워낙 공원 숲이 무성하고, 넓게 자리 잡고 있어 한적하고 아늑하다. 두보의 휴머니즘 시정(詩情)을 생각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더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인지 느긋한 발걸음으로 초당 안을 거닌다. 2시간이 지나도 초당 구석구석 다 돌아보지 못했다. 곳곳이 다 포토존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다음은 바로 옆에 있는 1100년이 넘은 무후사(武侯祠) 사당으로 옮겼다. 무후사는 촉나라의 유비(劉備:161∼223년)와 제갈공명(諸葛孔明:181∼234년)을 비롯하여 삼국지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을 모신 도교 사당으로 삼국지의 역사를 상징하는 명소이다. 정면에는 유비, 그 옆에는 관우와 장비를 모신 사당이다. 무후사의 무후란 충무후(忠武侯)라고 시호가 내려진 제갈량을 말하고, 그를 모시는 사당을 무후사라고 한다.
그러나 후세의 삼국지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제갈량 외 촉한의 무장이나 가신, 또 촉의 임금인 유비나 그의 후대를 이은 유선까지 모시게 되었다고 전한다. 삼국지연의는 184년부터 280년까지 중국의 위(魏), 촉(蜀), 오(吳) 등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14세기에 나관중(羅貫中)이 장회소설(章回小說)의 형식으로 편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유선의 제위는 나라를 말아먹은 어리석은 군주라고 하여 남송때 폐사(廢祀)시켜 버렸다. 223년 유비의 능묘가 조성되었다.
촉나라의 이웅은 무후사를 만들고,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현재와 같이 제갈량과 유비를 같이 모시는 사당으로 정비된 것은 명조에 이르러서다. 현재 남은 옛날 건축물은 청나라 때 조성된 것이고, 성도 무후사 박물관으로 1961년에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全国重点文物保护单位 : 중국문화유산보호제도)로 지정됐다. 사당 내는 관우, 장비 등의 촉한 무장들의 상이 나란히 있고, 내부에는 제갈량과 유비의 소상이 있다. 모두 후세의 작품으로 삼국지연의에 따라 형성된 이미지이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애호가들과 여행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유비는 어떤 일이 닥쳐 좌절을 겪게 됐을 때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다른 데서 원인을 찾지 않고 자신에게 원인을 찾곤 했다. 제갈량과 큰 격차가 있었음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제갈량의 집에 찾아가는 판단력을 보여주었다. 이게 바로 1700년 전의 일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재를 존중하는 유비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유비의 성공 비결은 첫 번째는 악착같은 인내심, 두 번째는 냉철한 반성이다. 실패하고 나면 유비는 왜 실패했는지,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할 줄 알았다. 세 번째로 그는 진심으로 인재를 중요시했다.
12시가 되었다. 두보초당에서 멀지 않은 중식당에 들러 훠궈(火锅)와 마파두부로 점심을 먹고 인근 관착항자(宽窄巷子)를 찾았다. 이 식당은 청두의 전통 브랜드 ‘라오쯔하오(老字号)’로 등록된 식당으로 많은 손님이 붐볐다. 알싸하고 담백한 특징의 각종 쓰촨요리를 분식집처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훠궈는 얇게 썬 소고기, 양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끓는 국물에 넣어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관착항자는 청나라 강희황제때 만주 귀족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곳으로 당시 건축물과 맛집, 상점들이 몰려 있는 전통문화의 거리다. 고풍스런 상업거리로 우리나라의 서울 인사동 거리와 같은 곳이다. 규모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관착항자가 엄청 넓다. ‘관항자’라는 넓은 길과 ‘착항자’라는 좁은 길로 되어있다. 이 두 곳을 합쳐서 ‘관착항자’라고 한다. 넓은 길과 좁은 길의 골목은 평행선을 그리며 양방향 300m 정도 나란히 펼쳐져 있다. 골목길은 아스팔트가 아닌 바닥이 석재로 반짝반짝하게 깔려 있다. 미끄러울 것 같은 데 걸어보니 미끄럽지는 않았다.
관착항자 거리는 춘추시대 이전 파촉(巴蜀)의 공동문화를 발산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전통 건물 안에는 스타벅스와 파리바게트 매장이 입주해 있다. 스타벅스 머그컵에 새겨져 있는 판다의 인기는 최고다. 청나라 건물양식에 들어선 이들 서양 매장의 그 특이함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또 고건물 안에는 드랜디한 첨단 패션 점포들이 있다. 판다의 도시답게 판다 열쇠고리, 판다 인형 등 기념품 상점이 즐비하다.
군데군데 식당에서는 가면 일종의 전통 쓰촨성 극의 레퍼토리로서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의 가면을 바꾸는 기술인 변검을 구경할 수 있다. 변검은 파촉 지역, 즉 쓰촨성 일대에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마술과 같은 전통 가면 공연이다. 무엇보다 이 길에는 청두 맛집들과 크고 작은 다양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있어 구경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나하나 다 들러보지 못할 정도로 많다. 게다가 특색 있게 꾸며 놓은 포토존도 많아서 사진 찍는 재미도 솔솔 있다. 관착항자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또렷이 본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특별히 한국 애주가에게 관심이 쏠리는 쓰촨성을 대표하는 백주(白酒) 우량예(五糧液) 문화 체험관이 있다. 우량예는 쓰촨성 이빈시(宜宾市)의 40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백주이다. 마오타이(茅台)와 함께 중국 주류업계에서 쌍벽을 이룬다. 수수, 쌀, 찹쌀, 소맥, 옥수수 다섯 가지의 곡물을 이용해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주조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다섯 가지의 곡물을 이용해 주조한 독한 술이다. 갖가지 곡물을 양조(釀造)한 우량예의 역사는 천 년 이상 전승되고 있다.
체험전시관 안에는 어른 키만한 크기의 노랗고 파란 우량예 도자기 단지(병)가 전시돼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이 단지 안에 든 백주의 양이 무려 50ℓ라고 적혀있었다. 50ℓ면 보통 한 병에 500㎖인 백주 100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양도 양이지만 이 도자기 단지 안에 든 백주 품질도 우량예의 최고 프리미엄급 백주라는게 안내원의 설명이다. 우량예의 이 노란색 술 단지는 우리 돈 약 1억2,000만원(59만위안)이라는 가격 태그를 달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명주 중 명주다.
쓰촨성 청두시의 마지막 저녁이 찾아왔다. 관착항자를 나와 옆 골목의 한식당을 찾아 삼겹살과 김치찌개, 계란찜, 넉넉하고 싱싱한 쌈으로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그리고 내일 오전 일찍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성두탠푸공항 내에 있는 조이허브 치어호텔(JOYHUB CHEER HOTEL)로 갔다. 이 호텔은 공항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2021년 지어진 최신 고급시설로 쾌적했다. 9시 30분에 도착하여 밤새 불빛이 꺼지지 않는 공항의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쓰촨성 탐방 6일차. 8시 30분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6시 호텔에서 쌀죽, 김밥, 국수, 베이커리 등으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이 호텔은 특별히 조식이 5시 30분부터 된다. 그리고 짐을 챙겨 7시 30분에 출국수속을 마쳤다. 호텔과 공항 간의 거리는 아주 가까우며 통로로 이어져 있어 7분 정도 소요된다. 교통체증 걱정 안 해도 되고 비 맞을 염려도 없다. 마지막 날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8시 30분.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드넓은 중국의 쓰찬성 땅을 치며 이륙했다. 점점 높아져 구름과 허공만 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기에 슬슬 눈이 감긴다. 아슬아슬한 협곡과 가파를 고산, 멀리 보이는 설산과 드넓은 초원, 야크 떼와 유목민, 산 정상의 거대한 호수, 천혜의 자연풍광과 폭포처럼 흐르는 강이 한 폭의 웅장한 산수화가 되어 파노라마처럼 스치어간다. 4시간 비행 끝에 12시 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은 동양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깃든 거대한 대륙이다. 5000년 이상의 역사로 이루어진 장엄한 자연 지형과 풍경, 전통적인 문화, 현대적인 번영이 어우러져 있다. 이번 중국의 스촨성 동티베트 탐방은 히말라야 산맥의 기막히고 웅장한 그림자 아래 펼쳐진 고원(高原)의 낭만을 스케치한 뜻깊은 여정이었다. 해발 4,000m의 험준한 삼림 경관과 광활한 초원, 맑고 푸른 하늘이 울창한 산과 맞닿아 운무(雲霧)를 이루는 신비로움을 보았다. 지세가 높고 가파른 고원의 땅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꼈다.
한 프레임에서 사계절을 만날 수 있는 동티베트의 신비로움은 공상에 가깝다. 산 하나에 기상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무쌍하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정상은 만년설이 쌓이는 겨울이다. 7부 능선에는 단풍이 든 가을이다. 밑에는 꽃이 피고 녹음이 짙은 봄과 여름이 된다. 중국의 옛시인들이 “산 하나에 사계절이 있고 10리마다 날씨가 달라진다.”라고 읊었던 것도 이러한 산악 지형과 지역별 특화성을 말해주는 실례인가 보다.
웅장하고 험준한 깊은 산중의 광활한 초원에서 펼쳐지는 유목민들의 삶,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의례는 자연 속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자연에 순응하며 초긍정으로 자연의 흐름에 따라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배경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자연을 지렛대로 중심을 잡으면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그들의 뿌리가 멋있게 느껴진다. 정사보다는 야사가 재미있으며 민중 속에서 깊게 뿌리내리고 대중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유목민들의 생활은 호기가 당긴다. 더욱이 동티베트의 불교가 고원의 땅에 신령의 울림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중국은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무질서하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 생활과 도시가 아니었다. 천지가 개벽했다. 깔끔한 도로, 정돈된 환경, 질서 있는 거리, 세련된 도시 건물 등은 중국에 대한 개인적 고정관념을 철저히 부숴버렸다. 또 옛것들을 잘 보존하고 전통적인 중국 모습을 계승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역사 문화의 사고는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중국의 역동하는 발전상을 실제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중국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조화를 이루게 여행계획을 마련해 준 김투어(KIMTOUR)와 여행 기간 내내 그토록 험난한 길을 안전하게 운행해 준 운전기사께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특히 6일간 온몸을 아낌없이 던져 우리 탐방단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정성을 다해 살펴 준 ‘토토’에게 감사를 전한다. ‘토토’ 덕에 원 없이 먹으며 즐거운 탐방을 했다. 그는 한국대학에서 머물며 한국어를 읽힌 중국의 청년 인재다. ‘토토’를 보면 중국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다시 한번 ‘토토’의 지극정성에 박수를 보내며 여행기를 마친다. 같이한 수원목양교회 르네상스 탐방 단원들은 “삼시세끼 식단 걱정 없이 마음껏 어울린 즐거운 여행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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