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평론가 왜 앙코르 안 들었나…임윤찬 폭풍에 유럽 쪼개졌다

2025-04-17

김호정의 더클래식 in 유럽

‘김호정의 더 클래식’을 유럽에서 시작합니다. 유럽은 클래식 음악의 뿌리이자 최전방이죠. 여기에서 어떤 음악가와 음악이 뜨거울까요? 유럽에 머물고 있는 김호정 음악 에디터가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첫 회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유럽 공연 소식입니다. 음악가들이 경외해 마지 않는 J.S.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콧대 높은 유럽에서 상상하지 못한 대담함으로 연주했습니다. 경탄과 충격이 공존했던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보겠습니다. 임윤찬의 독특한 해석을 악보에 옮겨 적으며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가 제공한 독주회 실황 사진 23장을 기사 맨 끝의 사진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4월 6일 오스트리아 빈.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의 도시인 빈은 이날 유독 차가웠다. 기온은 영하에 가까워졌고, 강한 바람이 불었으며 도심에서 열리는 마라톤으로 교통이 혼잡했다.

오전 11시 빈의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콘체르트하우스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제 곧 음악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이 도시에서 첫 독주회를 열게 된다. 1월에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했지만 독주회는 처음이다.

가득 찬 청중 1800명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권위 있는 음악 비평가인 발터 도브너도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도 정장을 갖춰 입은 그는 가운데 블록의 가운데 줄에 앉았다. 빈의 주요 매체에 음악 평론을 기고하며,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도 맡았던 중요한 인물이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공연 끝나고 잠시 대화하실 수 있을까요?” 정중한 거절이 돌아왔다. “디 프레세(Die Presse)에 리뷰를 바로 마감해야 해 바쁘네요.”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공연장을 큰 곳으로 옮긴 것만 해도 빈의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아요?” 임윤찬의 독주회는 본래 700석짜리 모차르트홀에서 토요일 저녁 열릴 예정이었지만, 티켓을 구하지 못한 청중의 문의가 많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가장 큰 대공연장으로 장소를 바꿨고 날짜도 하루 미뤄졌다.

임윤찬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가 모두 끝나고, 도브너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임윤찬이 앙코르로 들려준 변주곡의 뼈대, 32개 음표를 듣지 않은 채였다. 이 기발한 앙코르를 뒤로하고 그는 공연장을 떠나 곧바로 리뷰를 실었다.

그 내용은 빈의 공기만큼이나 차가웠다.

도브너는 “종종 빠른 템포에 휩쓸렸고 일반적으로 세부 사항에 집중했다”고 비판을 섞었다. 무슨 일일까. 실제로 어떤 연주였을까.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