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0년 베테랑 바네사 이
서른 중반 때 영화 업계 도전
‘블랙 아담’ 의상, 한복서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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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수퍼맨 등 수퍼히어로의 의상들이 한인 디자이너 손에서 탄생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의상을 제작하는 한인 코스튬 디자이너 바네사 이(56)가 화제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웹사이트 ‘코리아넷’은 26일 수퍼맨과 토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퍼히어로 캐릭터의 의상을 제작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이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씨는 영화 의상 업계에서 약 20년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26세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처음에는 패턴사로 일하며 옷의 본을 뜨는 일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아파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려던 시기에 우연히 TV 및 영화용 특수 의상 제작자를 모집하는 구인 광고를 보게 됐다. 이를 운명이라 여긴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서른 중반이었던 이씨는 안정적인 직장보다 영화 산업에서의 꿈을 좇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대 때부터 영화 산업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며 “이전 직장보다 급여가 훨씬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영화 의상 제작에는 섬세함은 물론 기민한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의상 제작자는 영화에 사용될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영화 제작사가 제공하는 도안을 기반으로 작업하게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의상 제작 과정은 영화 제작자와 배우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협업 과정"이라며 “특히 수퍼히어로 의상을 제작할 때는 팬들의 의견도 고려하기 때문에 여러 창구와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어벤져스’, ‘아이언맨 2’, ‘트랜스포머 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수퍼맨을 소재로 한 ‘맨 오브 스틸’,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 수많은 작품에서 배우들의 의상을 직접 디자인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은 것은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다키스트 아워’다. 이씨는 영화 속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연기한 올드만을 위해 직접 보디수트를 제작했다.
해당 의상에 대해 이씨는 “유연한 실리콘 소재로 제작해 신축성이 있었고,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방식과 차별화된 최초의 보디수트였다"고 말했다. 이씨의 손길을 거쳐 간 ‘다키스트 아워’는 지난 2018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90회)에서 분장상을 받았고, 이씨가 만든 보디수트를 착용한 올드만은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이씨는 한국의 미학을 의상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에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항상 나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며 “영화 ‘블랙 아담’의 경우 작업 당시 마법사들의 의상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한복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