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수록 제대로 한 증거” 이성욱, ‘전낙균→최실장’ 더 세게 밀었다

2025-09-03

배우 이성욱이 SBS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사격부 감독 전낙균을,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애마’에서는 최실장으로 분하면서 ‘분노유발’ 캐릭터를 잇달아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가끔 시청자들한테서 날선 피드백을 받았다는 이성욱은 “욕먹을수록 제대로 한 증거”라며 뿌듯해했다.

3일 서울 마포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배우 이성욱의 ‘트라이’, ‘애마’ 종영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성욱은 작년 초 마무리한 넷플릭스 ‘애마’와 올해 2~3월 주로 촬영한 ‘트라이’까지, 약 1년 사이 서로 다른 두 ‘악역’을 연달아 품으며 배우로서 결을 넓혔다.

특히 ‘트라이’의 전낙균은 방송 내내 ‘분노 유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진짜 밉다”, “현실감 있다”는 반응을 그는 ‘몰입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다만 몇몇 장면에서는 배우 스스로도 숨이 턱 막히는 강도를 체감했다.

“스스로 뿌듯했어요. ‘못됐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가 욕먹는 게 아니라 극에 녹아든 거니까요. 그런데 서우진이 다치는 장면에선 저도 호흡이 멈췄어요. 배이지에게 무릎 꿇으라 하고 골프채 운운하는 신도 촬영 땐 제가 너무 능청을 떤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현장의 화두는 ‘어디까지 세게 밀어붙일 것인가’였다. 반쯤만 갈 바엔 차라리 가장 잔인한 지점까지, 대신 합과 안전은 빈틈없이 맞춘다는 원칙을 세웠다.

“우진이가 다치는 장면은 모두가 걱정했어요. 전낙균에게 ‘진짜 충격’을 줘야 했거든요. 어차피 이렇게 갈 거면 제일 세게, 제일 잔인하게 가자고 했어요. 그 전엔 못돼도 웃길 수 있었는데, 그 장면만큼은 ‘아예 세게’. 대신 합과 안전은 철저히요.”

대중 반응을 감정선에 그대로 받지 않기 위해 그는 촬영 기간 SNS와 거리를 뒀다. 우연히 스친 DM 몇 줄이 흔들림을 남길 때면, 현장에선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거친 캐릭터를 오래 품지 않으려는 개인적 방어다.

“사실 욕 먹을 걸 알아서 댓글을 안 봤어요. 우연히 보이면 전낙균 관련은 밑으로 바로 넘기기도 했고요. DM이 편지처럼 오면 ‘그럴 수 있지’ 싶으면서도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현장에선 ‘야 이거 어떻게 하냐’ 하면서도 다 같이 웃었고, 김민상 선배님이 ‘아이고 싸가지 없는 새끼’ 하고 웃어주시기도 했고요.”

전낙균을 그는 ‘주변에 흔한 현실주의자’로 보았다. 목적이 과정보다 앞서고, 잘못을 하고도 ‘나는 아닌데?’라며 태연한 어른의 얼굴. 반대로 ‘애마’의 최실장은 일상에서 보기 힘든 권력형 인물이라, 더 촘촘한 조율이 필요했다.

“전낙균은 일상에 많은 캐릭터예요. 목적이 다르고 과정은 안 보이는 사람이죠. 분명 잘못을 해도 ‘난 아닌데?’ 하고 뻔뻔하게 사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잘 맞았어요. 반대로 최실장은 평소에 자주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서 진선규 형, 감독님께 많이 의지했죠.”

‘트라이’ 촬영 현장은 웃음과 애드리브가 살아 있었다. 해임 직전 기자회견 신의 “우리 사격부는 금메달 아니면 생각 없다” 같은 허세는 현장에서 붙은 대사였다. 임세미와 맞붙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 NG가 잦았지만, 필요한 순간엔 독을 올렸다.

‘애마’에서는 외형부터 마음까지 뜯어고쳤다. 올려 넘긴 헤어, 붙인 구렛나루, 버건디 수트로 ‘느끼함’이 아닌 ‘징그러움’을 덧입혔다. 이해영 감독은 허리 각도와 시선 높이까지 집요하게 조율했다.

“헤어는 ‘최대한 올려보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느끼함보다 소름 돋는 쪽으로요. 구렛나루도 붙여보고 수트 핏도 여러 번 맞췄죠. 감독님은 디테일이 정말 집요하세요. 진선규 형과 불 붙이는 장면에선 형의 허리 각도, 제 시선 높이까지 반복하며 뉘앙스를 잡았어요.”

이소이와의 강렬한 신은 처음 대본을 받자마자 마음이 무거웠다. 단순한 ‘징그럼’이 아니라 ‘처절하게 뭉개진’ 감정을 원해, 촬영 전 의도적으로 불편한 생각 속에 잠시 머물렀다.

“그 신은 고민이 많았어요. 일상의 감정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느낌이었거든요. 촬영 전엔 일부러 지저분하고 안 좋은 생각들로 자신을 묶어놨죠.”

연달아 공개된 두 작품은 “이런 얼굴도 있네”라는 반응을 낳았다. 악역이든 선한 역할이든, 그가 붙잡는 기준은 분명하다. ‘대본이 먼저 와야 한다’.

“‘기적의 형제’ 이후 이렇게 연달아 악역이 나온 건 처음이에요. 저는 악역이든 선한 사람이든 대본이 먼저 와야 합니다. 언젠가는 제가 먼저 대본을 들고 ‘감독님, 저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하고 제안하는 날을 만들고 싶어요.”

끝으로 그는 자신을 ‘현실주의자’인 ‘트라이’ 속 전낙균 대신 ‘이상주의 쪽’에 가깝다고 정리한다. 큰 목소리를 낼 용기가 늘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전낙균 같은 어른은 되지 말자’는 다짐은 분명하다.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도전이요. 나이가 몇 살이 되더라도, 계속 도전하면서 뭔가를 깨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대본이 저를 떠올려 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다음엔 제가 먼저 문을 두드려 볼 겁니다. 끝까지, 재밌는 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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