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차기 수출 시장으로 선점한 배경에 대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의 충분한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국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서로 보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한국에서 원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는 점을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르베크 CEO는 지난달 31일 경주 모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이 한국과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테라파워가 개발한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에 대한 기술적·경제적·환경적 우수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나트륨 원자로는 물을 냉각재로 쓰는 경수로와 달리 액화나트륨을 사용하는 고속 원자로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 핵분열을 통해 확보한 열을 가열해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만드는데 나트륨 원자로는 끓는점이 물보다 한참이나 높은 액화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해 저압 운전이 가능하다. 르베크 CEO는 “원자로 격리 시설 같은 구조물은 구축하는 데 매우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트륨 원자로는 구축 비용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며 “나트륨을 활용하면 자연적으로 냉각할 수 있을 정도로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어 기존 경수로 원자로보다 더욱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원전’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전은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이며 차세대 원전은 위험성이나 경제성 등에서 이전 세대 원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만큼 재생에너지와 함께 쓸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저장 기반의 운전 특성으로 전력 수요에 맞게 발전량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것(부하추종)이 가능하다”며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의 보완적 연계를 용이하게 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한국 시장에서 더욱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시에 345㎿(메가와트) 규모의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를 짓고 있다. 지금은 기반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원자로 핵심부 건설과 관련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허가가 떨어지면 본격적인 원전 건설을 시작하게 된다. 르베크 CEO는 “연말까지 NRC 리뷰가 완료되고 내년 1분기 (원자로 핵심부)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원전 핵심부 건설 시작 시기를 못 박았다.
아울러 영국에서는 최근 원자로 설계 승인을 신청하는 등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고 그다음 차례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원전을) 배치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그다음으로는 영국과 한국을 가장 큰 수출처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을 잠재 수출 시장뿐 아니라 테라파워의 SMR 제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SK(034730)는 2022년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을 통해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빌 게이츠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HD현대(267250)와 두산(000150)은 SMR 주 기기를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6월 테라파워가 6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때 엔비디아의 벤처캐피털과 함께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는 “한국은 원자력 공급망 부분에서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테라파워 생태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와이오밍주의 데모 플랜트 공사에는 HD현대중공업(329180)과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 국내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 이외에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필리핀 등을 주요 진출국으로 꼽았다. 그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및 아프리카와 같이 원전이 없지만 인구와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에 SMR을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일정에 대해서는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상장에 대한) 여러 수요와 기대가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로서는 투자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으는 것보다는 비공개로 자금을 충당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0년 뒤에는 게이츠 창업자가 말한 첨단 원자력 에너지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과제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 원자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에도 SMR 수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르베크 CEO는 미국 렌슬리어공과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다. 그는 미 해군 핵잠수함 장교로도 근무했으며 프랑스의 원자력 기업인 아레바를 거쳐 미국의 종합 원자력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게이츠가 2006년 창립한 테라파워에 2015년부터 합류해 SMR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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