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KB국민은행 직원 45명이 육아를 위해 퇴사했다. 이들은 3년간 육아에 전념한 후 회사에 요청만 하면 퇴사 전 조건 그대로 재입사한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이러한 내용의 ‘재채용 조건부 육아 퇴직’ 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기존 2년의 육아휴직에 더해 최대 5년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돌볼 수 있다.
이혁원 KB국민은행 인사부 팀장은 “사내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러한 제도를 마련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검증된 인재들을 재채용할 수 있어 직원과 회사 모두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재채용 조건부 육아 퇴직 ‘첫 기수’인 45명 대부분은 육아 부담과 경력단절 사이에서 고민하던 30~40대 여성 직원들이지만 소수의 남성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이 팀장은 “회사와 노조가 합의하고 사내 시행문으로 공고한 제도이기 때문에 재채용이 무산될까 불안해하는 직원은 없다”며 “퇴직일로부터 3년 후 채용 관련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재입사 의사만 밝혀주면 된다”고 소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은행도 곧바로 같은 제도를 도입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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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서울 시내 총 3곳의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해왔으며 올해는 출산·육아 관련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출생장려금을 첫째 80만 원, 둘째 100만 원, 셋째 300만 원에서 첫째 1000만 원, 둘째 1500만 원, 셋째 이상 2000만 원으로 대폭 늘렸다. 난임 지원 한도는 1000만 원으로, 배우자 출산 시의 출산휴가도 10일에서 20일로 늘렸다.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직원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에서 초등학교 6학년 이하 부모로 확대했다. 역시 다른 기업들보다 앞선 행보다. 사내에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안착되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들의 수도 대폭 늘었다.
‘기업이 직원들의 가정과 삶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를 묻자 이 팀장은 “기업의 생산성·효율성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중요하고 예전과는 달리 금전적 보상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직원들의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지원하는 정책이 생산성 지표로 나타나고 있을까. 이 팀장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나 사례로 검증된 부분이라 지표가 필요 없을 정도다.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진작 없앴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정부의 정책에 기업이 동참해야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