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공룡 홈플러스가 청산의 기로에 섰습니다. 올 3월 갑작스레 회생 절차에 돌입했을 때만 해도 사태가 이런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만 시가 4조~5조 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홈플러스가 처음 회생을 신청했을 때 “심한 감기 몸살을 앓았으나 체력이 좋아 곧 회복할 수 있는 청장년층”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감기만 걸려도 심각한 질환을 겪게 되는 노인과 분명 다르다고 그는 평가였는데요. 실제 회생법원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거쳐 건강을 회복하는 모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인가전 M&A에 실패한 홈플러스는 이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피할 길이 없게 됐습니다. 수십개 점포를 닫고 임직원을 떠나보내는 등 강제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미 몇몇 점포는 폐점이 임박한 상황입니다. 준수한 자산을 보유해 점진적 회복을 기대했던 홈플러스는 왜 이 정도로 망가지게 된 걸까요.
①고강도 수사, 정치권 개입…M&A도 악영향
혹자는 이번 사태가 초반부터 사회적으로 너무 큰 관심을 받아 결국 정치권과 수사 당국의 개입으로 이어졌던 게 M&A 기회를 흔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하자 카드대금 유동화 채권 발행사, 채권 회수를 우려한 채권단, MBK에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던 일부 기업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MBK를 난타했는데요. 뒤이어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수사가 벌어졌고 이에 홈플러스 인수에 대한 관심이 더 빠르게 식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노동조합까지 나서 MBK를 압박했고 정치권에서는 MBK를 불러 사재 출연을 압박하는 모습이 연출 됐습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야 할 시점에 너무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개입하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던 것이 실제 회생을 진행하는데 장애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기습적 회생 신청이 어쩌면 기업을 살리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는 소수 의견도 있습니다. 자금줄이 말라가는 회사의 채무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강제 조정하면서,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키는 유일한 솔루션이었기 때문입니다.

②현금 완전히 말라…세금·공과금도 밀렸다
법원은 최근까지의 홈플러스 상황을 고려해 수 차례 회생계획안 제출을 연기해줬습니다. 새 주인이 나타나기만 하면 홈플러스를 살릴 방도가 있어 보였기 때문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시간을 벌어 줬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별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달 29일 다시 회생계획안 제출일이 임박해오고 있습니다.
만약 29일 전까지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에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안을 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도 이런 계획안을 받아 들여 실제 홈플러스가 추가로 점포를 폐점하고 더 많은 인력을 떠나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가 보유한 전국 점포 수는 대형마트 약 120개, 슈퍼마켓 약 300개입니다. 적어도 수십개 점포가 폐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봐 온 전문가들도 이제 홈플러스를 살리려면 강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는 현금이 완전히 말라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체납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안타깝지만 인력과 점포를 꽤 많이 줄여야 새 주인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③메리츠, 채권 회수 나설까…쿠팡은 부동산 인수 후보
홈플러스가 강제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체질 개선을 이뤄내면 이를 눈여겨 보던 몇몇 기업들은 인수를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자 점포를 폐점하고 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매각할 수 있다면 1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초기 투자금을 향후 더 높은 금액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에 이어 M&A의 길이 열린다면 채권단도 서서히 자금 회수를 위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입니다. 약 1조 1000억 원의 채권을 보유한 메리츠금융은 그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홈플러스 부동산 강제 매각을 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메리츠 입장에서는 구조조정과 강제 폐점 절차가 반가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폐점 점포 중 알짜 자산을 모아 매각하면 현재의 채권 정도는 충분히 회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물류센터 부지를 직접 실사하고 개발한 경험이 있는 쿠팡 등은 홈플러스의 알짜 자산을 취득할 후보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채권단이 고통을 같이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빠른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채권액을 깎거나 주식으로 출자 전환해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한편 홈플러스 경영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MBK에 지원책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압박도 나올 것입니다.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했고 MBK 자체적으로 최대 2000억 원을 내겠다고 했으나 그 방식이 현금 지원인지, 보증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여전히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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