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최고, 비용은 日 절반 이하"…K의료 'SNS 좋아요' 쏟아져

2025-05-06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오전부터 로비가 외국인 환자들로 붐볐다. 한쪽에서는 에이전시를 통해 내원한 환자를 인도네시아어로 안내하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사전 예약 없이 찾아온 중국인 환자를 중국어로 상담하고 있었다. 한국어는 병원 직원끼리 대화할 때만 들릴 뿐이었다. 아시아권 외에도 미국·캐나다 등에서 온 환자들도 눈에 띄었다. 인도계 미국인 여성 헤마 마헤노(44) 씨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여행 오면서 병원을 찾았다”며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병의원 정보를 많이 접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가 없는 날에는 홍대 앞, 성수동 등 ‘핫플레이스’를 다니며 관광도 즐기고 있다”며 웃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강남역과 신사역 일대의 피부과·성형외과·안과들에서는 외국인 환자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러 진료과가 한 건물에 모여 있는 병원의 엘리베이터는 각 층마다 타고 내리는 외국인 환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성형 루비성형외과 경영대표는 “외국인 환자 비중이 점점 늘어나 현재는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며 “국내 환자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들 중에는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예약과 픽업 서비스는 물론 맛집과 미용실 안내까지 담당하는 직원을 두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6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전년 대비 93.2% 늘어난 117만 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약 50만 명과 비교해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중국인 환자가 60%를 차지했고 미국(8.7%), 대만(7.1%), 태국(3.3%) 순이었다. 진료과는 피부과(56.6%)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성형외과(11.4%), 내과통합(10.0%), 검진센터(4.5%), 한방통합(2.7%) 등 순이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은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을 시작하고 누적 인원 100만 명을 채우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지난해 한 해만 100만 명이 넘었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7년에는 기존 예상보다 2배 많은 15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관광객이 급증하는 것은 국내 피부·성형 시술 가격이 일본 등에 비해 저렴한 데다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동남·중앙아시아 중심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 의료기관까지 에이전시나 SNS를 통해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것도 주효했다. 본지 취재 결과 피부과는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가벼운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고 성형외과는 입국 전 수술 스케줄을 잡은 후 관광 코스를 짜는 사례가 많았다.

병원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K의료’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성비’다. 실제 의료기관별 수가 기준으로 필러·레이저·보톡스 등 피부과 시술들은 일본 등에 비해 한국이 훨씬 저렴하다. 일본의 쥐젖·사마귀 등 점 제거 1회당 비용이 5000엔(약 4만 8000원)인 데 반해 한국은 7000원으로 6분의 1에 불과하다. 사각턱 보톡스 시술은 일본에서는 2만 엔(약 19만 4000원)을 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6만 4000원만 내면 된다. 볼에 넣는 필러주사는 일본에서 7만 엔(약 68만 원) 이상이지만 한국에서는 6만 6000원으로 10분의 1 수준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는 것이 항공료·숙박비 등 추가 비용을 더해도 더 싸다고 한다”고 전했다.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 ‘K팝’ 등 K콘텐츠를 통해 끌어올린 인지도 역시 외국인 환자들의 한국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들이 SNS를 통해 알리는 만족도 높은 체험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대표는 “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병원 정보를 접하고 에이전시 등 도움 없이 바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병원마다 SNS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부과 병원의 전문의는 “치열한 경쟁 속에 한국 의료진의 실력이 상승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며 “세계 각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만큼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피부과·성형외과를 넘어 중증 질환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이판에 사는 미국인 여성 마리사 라사(47) 씨는 골육종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남편과 함께 최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라사 씨는 “한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만족하는 것 같다”며 “남편은 사이판에 있는 친척에게 한국에서 치료를 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빅5’ 대형 병원은 대부분 러시아·중국·아랍 등 외국어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전담 교수 등 의료진까지 갖춘 국제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예영 삼성서울병원 파트장은 “주로 본국에서 치료가 어려운 암,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중증 질환에 대한 한국 의료진의 실력을 신뢰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관심을 끄는 분야는 건강검진이다. 특히 정밀 검사를 실시하는 상급종합병원 프로그램이 인기다. 싱가포르의 사립병원 래플스와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운영 중인 여성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면 검사 항목은 비슷하지만 가격 차이가 크다. 삼성서울병원에서 5667달러를 내면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을 래플스에서는 1만 153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삼성서울병원은 경동맥 초음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래플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검진 항목도 제공한다. 김 파트장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건강검진 강국인 걸 아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며 “최신 검사 장비로 정확도 높은 검사를 받은 외국인들이 주변에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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