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표 ‘첩보’는 이런 맛···‘페니키안 스킴’

2025-05-27

“신이시여, 노예를 부리는 건 죄인가요? 아주 적은 봉급을 주고 있는데요”

사람은 언제 변할까. 일평생을 강건하게 살아온 사업가도 죽음을 마주한다면 회한이 생길까? ‘자자 코다’ (베니치오 델 토로)는 1950년대, 각종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산을 불린 거물 사업가다. 경쟁자들의 살해위협에 시달리던 그는 6번째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는다. 죽음 문턱을 넘은 자자는 삶이 끝나기 전 숙원사업 ‘페니키안 스킴’을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자자는 사업 실행에 앞서 종신서원을 앞둔 수련수녀인 외동딸 ‘리즐’(미아 트리플턴)을 단독 상속자로 지정하기 위해 저택으로 불러들인다. 리즐은 사망한 자신의 어머니를 아버지인 자자가 죽였을 것으로 의심하지만, 비밀을 함께 풀어주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일종의 ‘상속자 자격심사’에 임한다.

경쟁사의 원자재 담합으로 인해 ‘페니키안 스킴’이 좌초될 위기에 맞닥뜨린 상황, 아빠 자자와 딸 리즐, 그리고 자자의 가정교사 ‘비욘’(마이클 세라)이 갭(손해금)을 메꾸기 위해 동업자 설득에 나선다. 가끔은 행운이 따르고 가끔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을 헤쳐나가기 위해 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거장 ‘웨스 앤더슨’이 신작 <페니키안 스킴>으로 돌아왔다.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트 킹덤> 등에서 보여줬던 독보적인 미장센에 액션 첩보물이라는 색다른 한 끗이 더해졌다. 리드미컬한 대사, 냉정해보이지만 어딘지 어설픈 인물 설정 등 첩보 액션물이 주는 긴장감 사이 ‘푸흡’하는 웃음을 유발한다. 강박적일 만큼 대칭적인 화면구성과 파스텔 빛 색감, 챕터별로 꾸려지는 구성 등 웨스 엔더슨 스타일은 기본이다.

영화는 웨스 앤더슨이 선사하는 ‘가족 오락 영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던 자자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감독은 “내가 딸을 가진 아빠라는 점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아내와 사업가인 그의 아버지의 관계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웨스 앤더슨 군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일품이다. 자자 역을 맡은 베니치오 델 토로는 아카데미 2관왕에 빛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앤더슨의 전작에 참여했었던 베네딕트 컴버베치와 스칼렛 요한슨은 짧게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감독이 만든 비현실적인 세계 속에서 배우들은 묘한 현실감을 만들어낸다. <페니키안 스킴>은 최근 폐막한 제78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상영됐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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