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신문고] "값싼 건축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

2025-08-06

근래 유튜브 등 쉽게 접하는 미디어의 정제되지 않은 정보는 때로 과다한 영양제 복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의 진료로 질병을 알고 그에 맞는 적정한 치료와 약복용은 환자의 의무로 여기에 자기가 먹고 싶은 약을 제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건축도 이와 같다. 손수 건축 하겠다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하려거나 혹은 전문가인 건축사나 현장소장 에게 들어줄 수 없는 당혹스러운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유를 여쭙다보면 필경 유튜브나 짧은 숏츠영상이 발원지다.

상담을 하며 건축주가 잘못된 정보 혹은 공법을 맹신하는 경우 상담이 아닌 설득을 하고 있는 나를 느끼며 멍해질 때가 있다. 십중팔구 관련법규나 구조적인 문제등 이유를 설명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가끔은 그 선입견을 깨지 못해 설득마저 수포로 돌아가고 협상(?)은 결렬된다.

병의 증상에 의사의 처방이 다르듯 건축도 용도나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형태나 재료가 다르고 대지가 처한 상황(방위, 도로 폭, 진입로등)에 따라서 건축사의 처방은 다르다.

건축사는 더 좋은 혹은 더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하려 많은 고심을 한다. 가끔 "대충 계획안만 잡아주세요"라는 주문은 그래서 더욱 들어줄 수 없는 주문이며 건축을 너무도 값싸게 여기는 시작이다.

건축주의 요구, 관련법과, 해당지자체 조례검토, 지적경계, 고저차나 도로에 중앙선은 있는지 없는지 인접건물의 형태, 출입구는 어디가 좋을지.... 설비, 소방등 협력업체에 법규검토 문의와 협의, 구조나 공법에 따라 구조기술사와도 사전검토등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며 며칠이 걸린다.

건축물은 공산품이 아닌 관계로 결과물은 준공이 돼서야 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상품이 같은 사진이라도 지불한 비용에 따라 제품이 천차만별이듯 건축설계도 적정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싸고 좋은 것을 찾지만 그게 안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벌써 삼십 년 넘게 이일을 하고 있다. 숱한 상담에 진심을 담아 의견을 피력해도 결국 값싸고 좋은 설계를 찾을 땐 "안됩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가끔 저렴한 비용과 촉박한 시간으로 설계했음이 눈에 보이는 부실한 도면의 과한 구조부재들, 고민 없어 보이는 공간, 불합리한 구조방식등은 건축주에게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했을 것이다. 분명 값싼 건축에 비용이 많이 드는 한 사례다.

해서 앞으로 건축을 계획하시는 예비 건축주에게 제안드린다. 막연하게 값싸게 설계해 주세요 라는 주문대신에 "합리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공법이나 구조를 제안해서 공사비를 아껴주세요"라는 주문을 적정설계비 지불과 함께 부탁드린다.

몇만 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면서도 비교하고 망설인다. 하물며 최소 억대가 들어가며 대부분 일생에 한번, 누군가에겐 인생의 버킷리스트일 건축의 시작이 값싸고 가벼울 수 없는 분명한 이유이다. / 김종왕 건축사 (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 담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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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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