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놀이나 목욕을 한 뒤 손가락에 생기는 주름이 매번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가이 저먼 빙햄튼 대학교 생체의학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생체 재료의 기계적 행동 저널(Journal of the Mechanical behavior of Biomedical Materials)'에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 속에 오래 있으면 마치 퉁퉁 불은 것처럼 손가락 끝이 쪼글쪼글하게 주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 현상이 물에 불어 생기는 단순한 피부 반응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율신경계 작용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투압에 의해 땀구멍을 통해 손가락에 물이 유입되면 신경 섬유가 낮은 염분 수치 정보를 뇌로 보내고, 자율 신경계가 혈관을 수축시키는 형태로 반응한다.
물에 불은 것이 아닌 혈관이 수축해 부피가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포도가 건포도처럼 쪼그라들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때문에 이 주름은 신경이 손상된 사람에게는 생긴지 않는다. 손가락 신경이 혈관 수축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에 닿았을 때 손가락이 주름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뤄졌지만, 주름이 형성되는 모양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주름을 형성하는 혈관이 손가락 안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매번 같을 것이라고 추측만 했을 뿐이다.
저먼 부교수는 한 학생으로부터 '주름이 항상 같은 패턴으로 생기느냐'는 질문을 받고 가설을 직접 검증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세 명의 피험자의 손을 30분 간 물에 담구고 손가락 끝에 주름이 생기는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24시간 후, 동일한 조건에서 이 과정을 반복하고 사진을 서로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험 참가자의 주름이 같은 패턴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는 사람의 손이 물에 장시간 잠겨 있을 때 발생하는 주름 패턴이 여러 시점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고 일관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확실하게 밝혀낸 연구”라면서 “주름이 생기는 방향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름 형태가 일관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손가락에 물이 닿았을 때 왜 주름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물에 젖었을 때 물건을 잘 잡기 위해서 주름이 만들어진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다른 연구에서 손가락 주름과 잡는 능력 또는 촉각의 예민함이 관계없다는 결론도 나왔다.
진화적 기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는 손가락 주름의 향후 법의학적 조사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먼 부교수는 “생체 인식과 지문이 내 뇌 안에 내장된 셈”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