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 시대 MS의 바이브 워킹 둘러싼 환상과 냉소

2025-10-20

코딩에서 엑셀-워드까지 바이빙

AI로 술술 풀린다는 환상

실상 워크슬롭 양산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 코딩에서 시작된 이른바 바이빙(Vibing)이 급속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환상과 냉소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시작은 코딩이었다. 생성형 AI가 코드 작성에 본격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고, 빅테크를 중심으로 기업 경영진들은 바이브(Vibe)에 흥분했다.

순다르 피차이는 웹페이지를 바이브 코딩했고, 마크 저커버그는 AI가 중급 엔지니어링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라(Sora)의 AI 비디오 플랫폼은 '바이브 크리에이터'라 부르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켰고, Mea의 AI 앱은 이제 AI 생성 비디오를 위한 '바이브 피드'를 갖췄다. 전통적인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아닌 합성 AI 이미지와 몇 차례의 클릭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영향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지난주 '바이브 워킹(Vibe Working)'을 출시하면서 AI 바이브가 또 한 차례 영역을 확장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바이브 워킹은 엑셀과 워드에서 문서와 스프레드 시트를 생성할 수 있는 에이전틱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에이전틱 AI를 이용하면 스프레드 시트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엑셀 작업을 할 수 있고, 워드로 이른바 '바이브 라이팅(vibe writing)'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IT 전문가들은 '바이브닝(Viben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본래 바이브(vibe)는 분위기나 느낌을 뜻하는 말인데 직장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지루하고 힘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다 함축적으로는 일이 일정한 격식에 묶이지 않으면서 즉흥적이고 쉽게 술술 풀린다는 뜻으로 통한다.

생성형 AI에게 특정 기능을 가진 코드를 짜도록 하는 행위를 '바이브 코딩'이라고 하고, 워드에서 AI가 문서를 생성하고 다듬는 행위를 '바이브 라이팅', 전통적인 촬영이나 편집 대신 AI로 비디오를 만드는 이들을 '바이브 크리에이터'라고 지칭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바이브 워킹을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 기업 세계의 보다 많은 영역이 '바이빙'하고 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바이브닝(바이빙 하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다.

더 많은 기업들은 AI를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직원을 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비즈니스 리더의 71%가 직무 경험이 많지만 AI를 모르는 직원보다 경험이 적지만 AI 기술을 가진 직원을 원한다고 밝혔다.

바이빙은 분명 커다란 유행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들이 이를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움직이는 모양새다.

에이전틱 AI를 앞세운 최근 트렌드를 향해 냉소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모가 트렌드에 끼어드는 것보다 최악은 없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칼럼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바이브 워킹을 비판했다. 거대 기업이 젊은 층의 용어를 동원한 것을 비꼬는 말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바이브 코딩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변화시킨 것처럼 바이브 워킹이 자사의 코파일럿 챗봇에 접목되면 오피스 산출물을 위한 에이전틱 생산성을 열어 준다고 밝혔다. 챗봇이 힘든 일을 처리해 사용자가 문서를 작성하거나 요약하는 작업을 돕는다는 얘기다.

FT는 바이브 워킹이 AI를 활용해 일을 더 쉽게 술술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실상 전문성과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바이브라는 유행어를 가져다가 AI에 대한 환상을 팔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지원 글쓰기 도구를 출시한 직후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AI로 부분적으로 작성한 호주 정부의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금의 일부를 환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른바 '워크슬롭(workslop)'의 해악에 대한 콘텐츠를 게재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업무를 의미하는 워크와 쓰레기 혹은 저급한 것을 뜻하는 슬롭의 합성어로, AI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 쓸모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매체는 "말을 잘 하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이해가 얕은 수다쟁이 동료처럼 AI를 사용해 실제로는 도움이 안되거나 불완전하거나 중요한 맥락이 빠진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크슬롭은 업무의 부담을 하류로 전가시켜 업무 지시자가 결과물을 다시 해석하고 수정하거나 아예 업무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적인 데이터에서도 바이브 워킹의 한계가 확인됐다. 코파일럿이 인간의 71%에 비해 57%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업체는 밝혔다.

FT는 "바이브 워킹에는 바이브가 들어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이브 워킹이라더니 '바이브가 아주 별로'라는 냉소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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