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정공사비 산정의 중요성·핵심과제
고금리·고물가 등 위기 고조
건설경기 침체·수익성 악화
일반관리비 요율 상향 급선무
낙찰하한율·간접노무비 올려야
설계 저가하도급으로 품질 하락
ICT전문가 중심 업무체계 시급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핵심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은 부진하고 기업 간, 사회계층 간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복합위기는 전문 시공분야에도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공사원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설계 가격과 공사비가 물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다수의 중소 시공업체는 원활한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일반관리비율 요율 8%로 상향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기업·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다수의 중소 시공업체는 적정대가 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지원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 시설공사 발주 시 △적격심사 낙찰하한율 상향 △일반관리비율 상향 △간접노무비 상향 등 일선 시공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계약제도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에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사계약 일반관리비 요율 상향조정도 이런 고민에 맞닿아 있다. 기재부 계약예규에 따르면 공사원가는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를 합한 순공사원가에 일반관리비와 이윤, 공사손해보험료, 부가가치세 등을 더하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이에 비춰볼 때 일반관리비는 고품질 시공을 위한 공사원가 산정의 기초자료가 된다.
일반관리비는 기업의 유지를 위한 관리활동부문에서 발생하는 제비용을 의미한다. 임원과 사무실 직원의 급료를 비롯해 △교통·통신비 △수도광열비 △세금과 공과 △지급임차료 △감가상각비 △차량비 △보험료 등이 일반관리비에 해당한다.
여기서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은 별도로 정해진 요율을 초과해 일반관리비를 계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계약예규에 명시된 시설공사업의 일반관리비율은 6%다. 시설공사업의 경우 6%를 초과한 일반관리비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다수 시공업체는 적정수준의 일반관리비 산정에 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공사원가가 덩달아 오르고 일반관리비 지출이 늘었지만 이를 공사원가에 제대로 반영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움은 지난 1989년 이후 30여 년간 일반관리비 요율에 변동이 없었다는 것에 기인한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규정상의 한계로 일선 현장의 소요경비를 충분히 반영한 일반관리비 산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는 적정공사비 산정에 큰 걸림돌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렵게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적정이윤을 내는 게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공사계약 일반관리비 요율의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지난 2월 원가계산에 의한 예정가격 결정 시 공사계약의 일반관리비율 요율 상한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 적격심사 낙찰하한율 올려야
100억원 미만 공공 시설공사에 적용하는 낙찰하한율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공사 입찰에 적격심사 방식을 적용하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부터 계약이행 능력을 평가해 적합한 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은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게 된다.
공사 규모별 낙찰하한율 설정은 적격심사의 필수요소다. 낙찰하한율은 입찰가격 외에 다른 항목 점수가 만점이라 가정하고 적격심사 통과 점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저 투찰률을 의미한다. 낙찰하한가격은 예정가격에 낙찰하한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투찰가격이 낙찰하한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격심사에서 감점을 받아 사실상 낙찰이 어려워진다.
이처럼 낙찰하한율과 넉찰하한가를 설정하는 것은 덤핑 수주를 방지하고 적정공사비 확보를 뒷받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입찰참가자는 공사 수주 확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실제 공사비를 고려하지 않고 낙찰하한율을 기준으로 투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낙찰하한율이 낮으면 계약금액도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관련업계는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공공공사의 실제 공사비가 적격심사 낙찰하한율에 따른 낙찰가격을 웃돌고 있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적정수준을 밑도는 낙찰하한율은 공사비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낙찰가 하락에 따른 적자 시공이 시공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부실시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 투입비용 보다 계약금액이 턱없이 낮을 경우 시공품질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료비와 노무비 등을 우선적으로 조정하는 게 시공업체의 구조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를 감안해 공공공사의 낙찰하한율을 적정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낙찰하한율로는 적정수준의 대가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수의 시공업체는 낙찰하한율을 현행 기준보다 최소 1~2%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선 기업과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낙찰하한율 상향조정을 비롯한 계약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 민간부문 품셈 적용 급선무
적정공사비 산정 및 대가 보장의 필수 요소로 표준품셈을 빼놓을 수 없다. 표준품셈은 시설공사의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공종과 공법을 기준으로 작업당 소요되는 노무량과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정보통신공사 등 적정공사비 산정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장비 등에 관한 표준화된 기준인 셈이다.
정보통신공사 표준품셈 적용은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유지·보수를 포함한 정보통신공사의 적정공사비 산정을 위해 표준품셈 등 공사비 산정기준을 마련해 발주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계약예규에 따르면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원가 계산을 위해 표준품셈을 기준으로 비목별 가격을 산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계약예규에 명시된 표준품셈 관련 내용은 강제력을 갖지 못하며, 의무사항이 아닌 일종의 권고사항으로 봐야 한다. 이로 인해 상당수 민간발주처의 경우 표준품셈이 아닌 자체 기준을 적용해 공사의 예정가격을 산출하고 공사를 발주하고 있다.
그런데 표준품셈이 아닌 민간 발주처의 별도 기준에 따라 예정가격을 산출할 경우 공사금액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적정대가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 3사를 비롯한 민간부문에 표준품셈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표준일위대가 현행화 등을 통해 표준품셈 적용기반을 넓히고 국회와 정부 등을 대상으로 표준품셈의 민간 적용 의무화를 위한 입법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보통신 설계·감리의 업무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적정대가 산정의 핵심요소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3년 7월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자 및 정보통신 엔지니어링사업자 등 ICT 전문가가 용역업자로서 건축사와 동등한 지위에서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 개정 전에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업무는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만이 수행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ICT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 입찰에 원도급자 자격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건축사에게 해당업무를 하도급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형성됐다. 하지만 저가하도급 계약으로 설계업무를 수행할 경우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부실시공의 단초가 된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건축사가 설계용역을 수주해 하도급 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ICT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정보통신용역업체가 직접 설계하는 업무체계를 확립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