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연구자는 천문학적 몸값으로 말한다

2024-09-25

지난 6월 창립, 직원 수 10명, 기업가치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 사명은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SSI)’.

SSI는 최근에도 투자금 10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한 신생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앤드리슨 호로비츠, 세쿼이아 캐피털, SV에인절 등 유명 벤처캐비털 회사의 돈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놀랍게도 SSI는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처럼 순수 연구에만 집중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마케팅 계획에 기반한 매출 예측이나 이익 창출에 대한 구체적 목표가 없다. 더욱이, ‘안전한 수퍼지능 구축’이라는 목표 외에는 어떤 제품을 만들겠다는 구체적 계획조차 없다. 오직 AI 알고리즘 연구에만 집중한다. 기업보다는 연구소에 가까운 형태의 SSI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마치 날개 없는 선풍기의 바람 세기를 측정하기처럼 어렵다.

SSI의 창립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의 공동창립자이자 수석과학자였다. 결국 투자자들은 수츠케버라는 인물에게 투자한 셈이다. ‘수츠케버 한 사람이 오픈AI의 700명 개발자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하는 것은 그의 화려한 경력이다.

수츠케버는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의 제자로서 2012년 주요 딥러닝 논문에 제2 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경력의 단계마다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딥러닝 초기에는 인공신경망의 무용론, 부족한 연구 자금, 컴퓨팅 파워의 한계를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 기술을 결합해 돌파했다. 구글에서 수석개발자로 일하며, AI 개발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은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만들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AI가 바둑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데 기여했다. 오픈AI에서는 초거대 언어모델인 GPT 개발을 이끌며 챗GPT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는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초지능’이라는 개발 철학을 강조하다가 지난 5월에 오픈AI를 나오게 됐다.

상업적 AI 알고리즘의 연구개발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과 인내를 요구한다. 대학에서 수행하는 소규모 연구와 달리, 수백 명의 연구진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막막한 도전이다. 이러한 도전을 홀로 이끌어가며 난제를 해결하는 천재 연구자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그 가치는 결국 수츠케버의 경우처럼 수십억 달러의 몸값으로 가시화된다.

수츠케버 사례는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방향에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다. ‘나는 성공한 의사보다는 실패한 수츠케버가 되고 싶다’는 젊은 도전자가 많아질 때 우리나라의 인재 쏠림 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이수화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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