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신고점을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1년 수익률이 43%로 S&P500(36%)을 포함한 주요 자산군 가운데 성적이 최고다.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줄이고 금으로 채우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수세다. IMF와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2018년 1분기 63%에서 2024년 2분기 58%로 감소하는 동안, 금의 비중은 8%에서 14%로 증가했다. 이러한 중앙은행들의 금·달러 교체매매는 분산투자로 달러 편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투자자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을 편입하는 목적도 리스크 관리다.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은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금값은 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 방어적 자산을 대표하는 채권보다 주식과의 상관계수가 낮았다. 1971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수익률로 주식(S&P500)과의 상관계수를 계산해 보면, 채권(미 10년 국채)은 +0.07, 금은 -0.20이었다. 금은 위험자산인 주식이 흔들릴 때 수익을 방어하는 안전자산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금과 채권의 상관계수도 -0.08로 나타나 주식·채권으로 구성된 전통적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을 추가하면 투자의 방어벽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최근 금이 주식과 동반 랠리를 펼치고 수익 면에서 오히려 주식을 앞서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플레이션·금리·달러 등 거시경제지표와의 상관관계도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약세 요인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강세 요인에는 크게 반응하는 비대칭적 움직임이 뚜렷하다. 펀드멘털 요인이 아닌 수급 요인이 좌우하는 전형적인 수급 장세의 모습이다. 그 배경에 금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금의 특성상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앙은행이라는 고래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수요가 초래한 변화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명심할 할 것은 금 투자의 진정한 가치는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같은 데이터(1971~2023)로 리스크, 즉 연간 수익률의 변동성을 계산해 보면 금의 리스크는 주식의 1.5배에 달해, 금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식 투자보다 위험한 거래임을 알 수 있다. 금은 주식의 배당, 채권의 이자 등과 같은 현금흐름이 없어 적정가치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단기적인 내러티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의 금값 강세로 대표되는 상관관계 변화는 역설적이게도 금의 안전자산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