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제주 해변…환경단체들 “재활용·해변 관리 문제 아냐, 플라스틱 생산부터 줄여야”

2025-06-04

시민단체가 제주 해변의 모래를 조사한 결과, 2016년 전국 조사 결과보다 플라스틱 오염의 정도가 심각해진 것으로 4일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약 4배, 중형 플라스틱은 21배 많아졌다. 단체는 오는 8월 논의될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미세플라스틱 4배, 중형플라스틱 21배 증가…해양쓰레기 아닌 플라스틱 원료 ‘펠릿’도 발견 — 플뿌리연대(플라스틱을 뿌리 뽑기 위한 연대) 소속 그린피스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4일 ‘새로운 시작, 플라스틱 생산 감축으로’ 포럼에서 제주 김녕 해변 12곳의 모래를 채취해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1~5㎜ 크기의 대형미세플라스틱과 5~25㎜ 크기의 중형플라스틱이 1㎡당 각각 954개 289개 확인됐다. 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의 연구진이 2016년 전국 20개 연안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보다 미세플라스틱은 4배, 중형플라스틱은 21배 늘어난 수치다.

주요 오염원은 발포폴리스티렌(EPS)이었다. 스티로폼 부표를 만드는 데 쓰이는 EPS는 대형미세플라스틱 중 84.1%, 중형플라스틱 중 73.7% 의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양식장에서 발생한 EPS 미세플라스틱이 해류와 바람을 통해 해변 모래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EPS는 바다에서 분해되지 않고 수많은 입자로 쪼개져 오랜 시간 남아 있다.

이밖에 일반 플라스틱 파편이 대형미세플라스틱과 중형플라스틱에서 각각 10.4%, 19.4% 확인됐다. 펠릿의 비중은 대형미세플라스틱 중 5.1%로 나타났다. 페트(PET)의 원료로 사용되는 작은 알갱이 펠릿은 1㎡당 평균 42개가 발견됐다. 2016년 조사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연구진은 해안가에서 쓰는 물건이 아니라 산업·공업 단지에서 쓰이는 펠릿이 해변에서 발견된 데 주목했다.

펠릿은 플라스틱 원료 유통 과정이나 해안 운송 중 사고로 인해 유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에는 스리랑카 해안에서 화물선이 침몰하면서 1만1000t의 펠릿이 해양으로 유출됐다. 제품이 되기 전부터 플라스틱 원료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특정 해변의 관리 부실이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유통·폐기 등 전 과정으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를 넘어, 생산 단계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수 오션 모니터연구팀 팀장은 “많은 분들이 제게 ‘재활용(분리배출)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시지만 개개인이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잘하는 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각국 정부, 나아가 세계가 플라스틱을 생산 단계부터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16개 시민단체의 연대체 플뿌리연대는 이날 ‘우리가 원하는 야심 찬 국제 플라스틱 협약문’도 공개했다. 박정은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화석연료에서 뽑아낸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폴리머’의 생산부터 줄이는 협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플라스틱 협약은 구태의 반복이 될 것”이라며 “폴리머 생산부터 법적으로 감축하는 목표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는 오는 8월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지난해 부산에서 모인 협약국들은 막판까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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