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필요한 건 단 하나 White Shirt…우유 같은 색, 여유로운 핏

2025-07-05

아주 밝은 베이지가 한 방울 섞인 오프 화이트

소매통과 품, 길이가 충분히 넉넉한

옷 잘 입는 사람들은 똑같은 셔츠를 입어도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 그들의 스타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단한 브랜드나 과감한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말로 딱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그 미묘한 차이가 남과는 다른 특별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오늘은 옷 잘 입는 사람의 ‘한 끗 차이’, 여름 셔츠를 고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화이트 셔츠를 ‘까다로운 기본’이라 부르고 싶다. 무난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옷이다. 셔츠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태도와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사진가 피터 린드버그가 말리부 해변에서 촬영한, 헐렁한 화이트 셔츠를 입은 모델들의 사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햇살, 바람, 바다 그리고 셔츠. 그 장면은 모델보다도 셔츠 자체의 분위기를 먼저 기억하게 만든다. 셔츠의 주름, 여밈, 걷어 올린 소매 하나까지. 그 사진이 오랜 세월동안 회자되는 이유는, 결국 셔츠가 만들어낸 인상 때문일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가장 옷 입기 까다로운 계절은 한여름과 한겨울이다. 특히 한여름에는 걸칠 수 있는 옷의 수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멋을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벌의 상의가 스타일 전체를 결정짓는 데 더욱 중요해진다. 이때 화이트 셔츠는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거의 유일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회의, 약속, 모임, 바닷가까지 어떤 TPO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격식과 여유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무엇보다 셔츠는 장소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옷이다. 하나만 잘 입어도 ‘옷 잘 입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충분히 줄 수 있다.

수많은 셔츠 가운데 왜 화이트 컬러를 선택해야 하는지, 왜 코튼 셔츠여야 하는지, 코튼 중에서도 어떤 두께와 짜임이 적절한지, 그리고 어떤 핏을 고르면 좋을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명품 브랜드의 화이트 셔츠 컬렉션은 종종 캡슐 컬렉션으로 기획되어 선보인다. 셔츠 하나에 소재, 재단, 구조적 완성도를 담을 수 있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 샌더(Jil Sander)는 커프스와 칼라에 집중된 디테일, 와이드 슬리브의 화이트 셔츠를 매 시즌 정기적으로 선보인다. 더 로우(The Row)는 에센셜 라인에서 극도로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화이트 베이식 셔츠를 제안한다. 프라다(PRADA) 역시 매 시즌 화이트 셔츠를 반복적으로 선보이며, 정제된 라인부터 오버사이즈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기본 아이템으로 구성한다. 그만큼 화이트 셔츠는 패션의 기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화이트 셔츠는 모두 같은 화이트일까? 흔히 ‘화이트’라고 하면 순백색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톤이 존재한다. 미세하게 다른 톤이 섞인 오프 화이트, 노란 기가 감도는 웜 화이트, 푸른빛이나 회색빛이 섞인 쿨 화이트 등 화이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단연 오프 화이트다. 오프 화이트 컬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어울리며 가장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톤이다. 아주 밝은 베이지가 한 방울 섞인 색감으로, 쉽게 말해 ‘우유 컬러’를 떠올리면 된다. 상의로 화이트 셔츠를 선택했다면, 하의는 어떤 컬러와도 무난하게 어울려 스타일링이 한결 수월해진다. 정장 바지, 데님, 스커트 등 어떤 아이템과도 잘 어울리는 만능 아이템이 바로 화이트 셔츠다.

여름철 하면 반소매 셔츠가 가장 입기 편하겠지만, 진짜 멋을 아는 사람이라면 긴소매 셔츠를 선택할 것이다. 긴소매 셔츠는 실내 여름철 냉방으로 인한 체온 조절에 매우 용이하다. 더운 실외에서는 소매를 걷어 올려 연출하면 시원함은 물론 스타일까지 함께 살릴 수 있다. 옷 잘 입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이 소매를 어떻게 걷는지를 보는 것이다. 소매를 반듯하게 접어 둘둘 걷어 올리면 자칫 여름철 군인을 연상시킬 수 있다. 반면, 멋을 아는 사람들은 무심한 듯 커프스만 툭 접어 자연스럽게 쓸어 올린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바로 ‘소매통’이다. 소매를 멋스럽게 걷어 올리려면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소매통이 필요하다. 팔에 타이트하게 붙는 소매는 아무리 걷어도 멋스럽기가 어렵다. 적당히 여유로운 소매통은 스타일리시한 디테일을 완성해주는 ‘한 끗’이 된다.

무난하면서 특별한 ‘까다로운 기본’

더운 날씨, 멋과 실용성 동시에 만족

스타일·체온 조절엔 ‘긴소매’ 유리

오버핏의 포플린 코튼 소재 이상적

그리고 이 ‘한 끗’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오버핏 실루엣이다. 여유로운 소매통에 오버핏의 몸통이 더해진 셔츠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추천할 만한 핏이다. 허벅지의 3분의 1 정도 길이에, 품은 넉넉해서 어떤 체형에도 잘 어울린다. 단추 여밈에 대해 말하자면, 너무 많이 풀면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세 개 정도 푸는 것은 어떤 자리에서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다면 여름용 화이트 셔츠에 가장 적합한 원단은 무엇일까? 여름철 셔츠에 사용되는 원단으로는 코튼, 리넨, 레이온, 햄프, 폴리에스터, 실크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관리가 쉬우며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원단은 단연 코튼이다.

직조 방식으로는 촘촘한 평직으로 짜인 포플린(Poplin) 코튼이 대표적이며, 특히 얇은 60수 이상의 포플린이 여름 셔츠에 이상적이다. 물론 코튼 중에서도 최고급으로는 35㎜ 이상의 롱 스테이플 면으로 만든 수피마 코튼이나 이집션 코튼이 있다. 의류용으로는 보통 20수(1g의 면화로 20m까지 실을 뽑았다는 뜻)부터 시작되며, 200수의 극세사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만 100수 이상의 코튼은 데일리하게 입기에는 너무 얇고,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원단이다. 따라서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고려했을 때, 비침이 적어 단독으로 입기 좋고 시원한 60수 포플린 코튼이 가장 실패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코튼 포플린은 리넨처럼 구김이 과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하기에도 좋다.

이제 소재를 파악했으니, 쇼핑은 한결 쉬워진다. SPA 브랜드의 제품 필터에서 ‘포플린’, ‘화이트’만 선택해보자. 멋진 화이트 셔츠를 찾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올여름, 특별한 옷을 따로 장만할 계획이 없다면 오버사이즈 화이트 코튼셔츠 한 벌쯤 구매해보는 건 어떨까? 단추는 위에서 세 개 정도 자연스럽게 풀고, 소매는 무심한 듯 커프스에서 한 번 접어 쓸어 올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장소에서도 은은한 멋을 살릴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여름 스타일이 완성될 것이다.

■박민지

패션 디자이너. 파리에서 공부하고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20여년간 일했다. 패션 작가와 유튜버 ‘르쁠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세 번째 저서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 50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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