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처럼 K코칭 시스템으로 진화…한국·프랑스 다 놀라게 해야죠"

2025-12-14

“작년 파리 올림픽 때 코리아하우스(한국 홍보관) 가서 양궁 대표팀 응원했죠. 저도 한국의 코칭 시스템을 통해 우승 기회를 더 많이 잡아보려고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LIV 골프와 함께 세계 주요 투어로 통하는 DP월드 투어에는 한국 이름을 가진 프랑스 국적 선수가 뛰고 있다. 고정원(27)이다. 관심이 있는 골프 팬은 DP월드 대회 리더보드에서 이름을 자주 봤을 것이다. 9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 경쟁 끝에 1타 차 공동 2위를 하는 동안 중계 화면에 꾸준히 잡히면서 고정원은 이름뿐 아니라 플레이로도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경기 용인의 한 연습장에서 만난 고정원은 “성을 딴 ‘레츠 코(KO)’ 구호를 개인적으로 ‘밀고’ 있었는데 대회장 안팎에서 그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는 한 해였다”고 했다.

한국인 부모의 이민으로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고정원은 프랑스 국가대표를 지낸 골프 신동 출신이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수업을 다 듣고 나서야 골프채를 잡는 일반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자국 최고 아마추어 대회를 우승하기도 했다. 2020년 프로가 됐고 2023년부터 DP월드를 뛰고 있다.

프랑스 오픈 준우승 덕에 내년 시드를 유지한 고정원은 최근 이시우 코치를 사사하고 있다. PGA 투어 김주형과 여자 선수 고진영, 박현경 등을 가르치는 이 코치를 이야기로만 듣다가 내년 시즌 승부수를 띄우려 손잡았다. 새 캐디도 곧 구할 예정이다. 고정원은 “캐리(날아간 거리)로 270m쯤 보내는 드라이버가 가장 자신 있었는데 올해 방향성에 문제가 생겨 약점이 되고 말았다. 올해 남은 기간 레슨과 1월 포르투갈 겨울 훈련을 통해 다시 강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달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많이 있지만 더 멀리 보고 담금질 중이다.

고정원은 따로 프랑스 이름이 없고 한국말도 아주 잘한다. 불어·영어까지 3개 국어에 능통하다. “프랑스에 유학 왔던 한국인 여자친구가 발음 교정을 너무 잘해준 덕분”이란다. 한국 이름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열여덟 살 전까지는 이름을 쉽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냥 제 이름이 마음에 들고 하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서 바꾸지 않았어요. ‘정’ 발음을 다들 어려워해서 ‘존’이나 ‘장’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청’이라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꼭 지적해주고는 했죠.”

로리 매킬로이, 토미 플리트우드 등이 간판인 DP월드는 ‘이동’이 가장 많은 투어로 통한다. 옛 이름이 유러피언 투어인데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에서도 대회가 있다. “작년 시즌에 특히 여러 곳을 다녔다”는 고정원은 “호주, 남아공,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싱가포르, 인도, 중국, 벨기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덴마크,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한국을 다녔다”며 씩 웃었다. “항공 사정으로 골프백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 일이 1년에 한두 번씩 꼭 있고 대륙 간 이동도 많아 벅찰 때도 있지만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 견딜 만하다”고 했다. 필요한 음식과 보충제 챙겨 먹기, 회복을 돕는 얼음 목욕이 고정원의 투어 루틴이다.

한국 선수들의 DP월드 도전이 부쩍 활발해지는 가운데 도움말을 대신 구하자 “골프도 잘해야 하지만 환경 적응 등 ‘플러스 알파’를 특히 잘해야 하는 투어”라고 설명했다. 그런 투어에 2023년 진출 후 매년 시드를 잃지 않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고정원은 “멘탈이 강한 편이라 그런지 꼭 성적이 필요한 때에 그에 합당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스스로도 인정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기복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고정원은 “프랑스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아시아에서 가보고 싶은 나라라고 하면 예전에는 무조건 일본이었는데 지금은 ‘일본 갈까, 한국 갈까’ 한다”며 “저도 변화를 통해 DP월드 시즌 랭킹 톱10 자격으로 PGA 투어에 진출하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새해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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