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 지지층 소요사태 재연 우려
일부 경합주 투표소 ‘폭탄’ 협박도
“교도소에서 수감자 투표 조작”
선거 당일까지 가짜 뉴스 판쳐
3년 전 ‘1·6 의사당 폭동 사태’의 상흔이 남아 있는 미국 당국은 대선 당일인 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과 승부처인 7개 경합주를 중심으로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범람한 가짜뉴스는 선거 당일인 이날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낙태권 합법화를 위한 주민투표에서 플로리다주는 낙태권 헌법 명기가 불발됐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은 선거 이후 발생할 소요 사태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백악관과 정부 기관, 의회의사당 주변에 보안 펜스가 설치됐고 도심 상황을 감시할 경찰 헬기와 무인기가 총동원됐다.
AP통신은 워싱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주 방위군을 파견할 의향을 밝힌 주가 이날까지 24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2021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 수천명이 의회 인준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해 사망자 5명이 발생한 1·6폭동이 이번 대선 결과로 재연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날 의사당에선 방문자 센터 보안 검색 과정에서 연료 냄새가 나고 불을 붙이는 도구를 소지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일부 투표소는 폭탄이 설치됐다고 위협하는 이메일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가짜 폭탄 위협 이메일이 보내진 곳은 조지아,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으로 모두 경합주에 해당한다.
조지아 풀턴카운티의 투표소 두 곳과 귀넷카운티 투표소 한 곳이 약 30분간 문을 닫았고,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투표를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FBI 이름과 로고가 사용된 선거 관련 가짜 영상 두 건이 온라인에 유통된 것을 확인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 영상은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애리조나주 등 경합주 중 5곳의 교도관들이 수감자 투표를 조작하고 정당과 공모했다는 내용이고, CBS 뉴스 보도 형식으로 제작된 다른 영상엔 FBI가 테러 위협을 이유로 유권자들에게 ‘원격 투표’를 권고한다는 허위 정보가 담겼다.
미 당국은 가짜 폭탄 위협 이메일, 영상 등의 출처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미국의 3대 주요 정보기관인 FBI,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선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분열을 조장하려는 적대국의 공작이 선거일을 시작으로 몇 주간 심화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10개 주에서 진행된 낙태권 합법화 주민투표에선 주별로 판단이 갈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선 주 헌법에 낙태권을 명기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부결되면서 ‘6주 이후 낙태 금지’를 유지하게 됐다.
반면 현재 임신 모든 단계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미주리주에선 낙태권 법제화를 위한 주민투표가 가결돼 낙태 가능 시점을 정한 새 법안이 제정될 전망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뉴욕주도 성 정체성과 임신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고 콜로라도, 메릴랜드주에서도 주민투표가 찬성 기준을 넘겨 통과됐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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