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에도 지갑 안 열렸다…실질 소비 3분기째 '뚝'

2025-11-27

데이터처, 27일 '3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 발표

소비지출 1.4% 증가…실질 소비 3분기 연속 감소

'추석 기간' 4분기 이동해 식료품 등 실질 소비 줄어

월평균 소득 9분기 연속 증가세…실질 소득도 증가

'소비쿠폰'으로 전 분위 소득 증가…소비성향은 감소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올해 3분기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이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추석이 4분기로 이동하면서 식료품 지출이 일시적으로 줄었고, 교육·오락·문화 등 선택 지출도 함께 위축됐다. 명목 소비는 늘었지만 실제 소비는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가계의 소비 여건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정책적 지원으로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평균 소비성향은 오히려 하락했다. 소비쿠폰 등의 공적 이전소득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끌어올렸지만, 적극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 증가로 흡수됐다. 가계가 방어적 소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월평균 소비지출 19분기 연속 증가…실질 소비는 감소

2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올해 3분기까지 19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항목별로 보면 '필수 지출'은 늘고 '선택 지출'은 줄어드는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음식·숙박 지출은 전년 대비 4.1% 늘었고, 주거·수도·광열(2.4%) 지출과 보건(3.3%) 지출 등도 전년 대비 늘었다. 반면 교육 지출은 6.3% 줄었고, 오락·문화 지출도 단체·국외 여행비가 줄어들면서 6.1% 감소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3% 늘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올해 1분기(-0.7%)와 2분기(-1.2%)에 이어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것이다. 앞서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 넘게 늘었지만, 4분기에는 0.9%를 기록하며 1%를 하회했다. 이어 올해 1~3분기에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데이터처는 실질 소비지출 감소 배경으로 추석 기간 이동과 내구 소비 둔화를 언급했다. 서지현 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이번 추석이 4분기로 이동하면서 3분기 식료품 지출이 명목·실질 모두 줄었다"며 "물가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이어서 실질 감소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소득 분위를 기준으로 보면 소비지출은 고소득 가구보다 저소득 가구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8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6.9%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 음료(22.5%)와 주거·수도·광열(18.0%), 음식·숙박(13.4%) 등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97만5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음식·숙박(16.6%)과 식료품·비주류 음료(13.5%), 교육(11.7%) 순으로 높았다.

◆ 3분기 소득 3.5%↑…'소비쿠폰'에 공적 이전소득 40% 급증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3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이번 3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실질 소득도 1.5% 늘었다.

소득 구성별로는 근로소득이 1.1%, 사업소득이 0.2% 각 증가하며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특히 이전소득은 17.7% 늘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추석이 4분기로 이동하면서 가구 간 사적 이전은 29.5% 줄었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정책적 요인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40.4% 급증한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대해 서지현 과장은 "소비쿠폰은 '사회수혜금' 항목으로 잡혀 공적 이전소득에 포함된다"며 "전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한 데에는 공적 이전소득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3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143만7000원으로 12.2% 늘었다. 흑자율은 전년 동기보다 2.2%포인트(p) 상승한 32.8%로 조사됐다.

지표상으로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과 흑자 규모가 모두 늘었지만,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평균 소비성향은 69.4%에서 67.2%로 2.2%p 하락해, 소득이 늘어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소비성향은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서지현 과장은 "소득 증가율이 소비 지출 증가율을 앞설 때 평균 소비성향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분기에는 소비쿠폰 지급 영향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는데, 이처럼 공적 이전소득이 확대될 때 평균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패턴이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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