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칼, 특검 150일
윤석열과 조은석③
몸은 들썩거렸고, 입술은 달싹거렸다. 자세를 곧추세우고 등받이에 등을 대는 여느 배석자의 몸가짐이 아니었다. 조금의 빈틈만 보여도 치고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마다 제지당했고, 꾸지람을 들었다. 그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드디어 발언권을 얻은 건 국정감사가 절반이 흐른 이후였다. 그는 우회하지 않았다. 곧바로 찔러 들어갔다.
개원 역사상 75년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75년 만에 조은석 위원 같은 분이 처음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원 감사위원)의 타깃은 같은 직장에 감사위원(차관급)으로 재직하던 조은석(현 내란 특검)이었다(이하 경칭 생략). 유병호의 입은 매서웠다. 그리고 때로는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이라 생각지 못할 정도로 거칠었다.
법도 없고 사실관계도 존중하지 않고 관계 법리 적용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가 국민권익위 감사 심의 본회의 이전부터 계속됐습니다. 더구나 의장(*감사원장)까지 사회적으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사유로 회피하라고 (조은석이) 계속 조장하고(그랬습니다). 정황으로 봐서 (조은석) 혼자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뭐 이런 상황에서 별 해괴한 소리를 사무총장으로서 다 듣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조은석 vs ‘윤석열의 감사원’, 일합을 겨루다
유병호가 열변을 토하던 2023년 10월 그와 조은석은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조은석의 적이 유병호 한 명뿐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사실상 감사원 조직 전체와 싸우고 있었다.

조은석의 내부 고발로 감사원은 공수처에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수사를 받고 있었고, 조은석 역시 감사원의 ‘수사 요청’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였다. 내전의 발단은 앞서 2회에서 잠시 언급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당시 관전자들은 유병호를 비롯한 감사원 주류 세력의 뒤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고 봤다. 그건 전현희가 ‘윤석열의 권익위원장’이 아니었던 것처럼 조은석 역시 ‘윤석열의 감사위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