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피해 감소 위해 디지털 기술 접목을

2024-10-24

잊을 만하면 산업현장에서 방사선 관련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곤 한다. 최근에도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 사업장에서 직원의 방사선 피폭 사건이 발생해 국회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2018년 유명 침대회사의 ‘라돈 매트리스 사건’도 뇌리에 생생하다. 방사선을 방출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라돈이 매일 깔고 자는 매트리스에 다량으로 들어 있었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방사선 피폭 위험은 우리 주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병원의 X선 암 치료기나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전기·전자 관련 산업의 생산 공장, 목재·제지·타이어 공장, 철강 등 재료공업이나 중공업 기계시설 점검 장소도 예외가 아니다. 방사선 피폭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길거리 폭력이나 테러를 예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의료·생산 현장 방사선 많이 활용

아날로그 방식 관리로 사고 잦아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 활용해야

방사선은 인간의 오감(五感)으로는 그 존재를 알아챌 수 없다. 과학적으로는 빛이지만 빛나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으며, 만질 수도 없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 옆에 가거나 만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방사선에 쪼여지고, 과도한 피폭은 인체에 치명상을 입힌다.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만큼 방사선 관리를 부실하게 할 경우 치명적이다. 물론 체계적으로 잘 관리해 사용하면 CT처럼 인간의 질병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면 한국의 방사선 관리 체계나 기술은 어느 정도일까.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아날로그식 관리 체계와 기술을 답습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이 있는 X선 촬영실을 보자. 거기에는 일반인 접근금지를 알리는 방사선 위험 표시, 즉 노란색 대형 스티커를 붙인 것이 전부다.

메타버스(인공지능·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 등의 융합) 기술 같은 최첨단 기술이 아직은 접목되지 못한 채 옛날 그대로다. 그나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도 연구를 위해 ‘메타버스 기반 방사선 안전 ICT 연구센터’를 통해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사선 관리 체계와 기술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방사선을 사람의 눈으로 보면서 피폭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첨단 기술을 방사선 관리체계에 융합해야 한다. 방사성 물질이 있는 곳에 고글 같은 특수 안경을 쓰고 들어가면 입체적으로 방사선 방사 영상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초소형 방사선 검출기를 여러 대 설치해 놓으면 그 기기들이 방사선을 검출해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전달한다. 방사선 방출 현황은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어져 특수 안경에 투사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방사선 관련 종사자들은 방사성 물질이 어느 곳에 있고, 어느 곳으로 방사선이 방사되지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피폭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게 된다.

방사선 검출기의 국산 생태계 조성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은 한 대에 수억 원씩 하는 값비싼 외제 방사선 검출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메타 기술과 국산 초소형 방사선 검출기 활용을 극대화하면 국산 방사선 검출기 시장 기반을 다지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둘째, 방사선 방출 전국 지도를 제작해 국민을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안전하도록 해야 한다. 각종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의 분포 뿐 아니라 라돈 등의 분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라돈은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지하 공간 등에 잘 축적된다. 라돈 매트리스 사건에서 보았듯이 라돈 함유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방출 지도가 만들어지고 수시로 업데이트한다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첨단산업 현장이나 의료현장 등에서 방사선 활용이 증가하면서 이에 비례해 방사선 피폭도 증가하는 추세다. 첨단 과학기술을 방사선 관리체계를 구축해 적재적소에 적용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의 관련 분야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적극적인 관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종서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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