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조20억달러···한국 전체 GDP의 2배 넘어
회동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논의했을 가능성
황, 그간 “수출규제는 화웨이에만 좋다” 공개 비판

전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절대강자’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도 4조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젠슨 황 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젠슨 황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0.75% 오른 164.10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에 따라 시총도 4조20억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처음으로 장중 4조 달러를 ‘터치’했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4조 달러 아래로 내려온 바 있다.
4조 달러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약 1.7달러)의 두배, 삼성전자 시총의 13배에 이르는 규모다. 시총이 4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전세계 기업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엔비디아가 뉴욕증시의 새 역사를 쓴 것은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덕분이다. 엔비디아의 GPU가 AI 학습·추론에 압도적 성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오픈AI,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파트너로 올라섰다. 엔비디아는 현재 AI칩 시장을 80~90% 점유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총이 종가로도 4조 달러를 돌파한 이날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백악관에서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백악관과 엔비디아 모두 이날 만남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젠슨 황 CEO는 오는 16~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공급망박람회’에 참여해 중국에 AI칩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엔비디아 등의 고성능 AI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 왔다. 엔비디아는 이 규제를 피해 중국 맞춤형 저사양 칩 ‘H20’을 개발해 수출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H20의 수출마저도 가로막았다. 이 조치 이후 엔비디아의 중국 데이터센터용 칩 점유율은 90%에서 50%로 급락했고 올2분기에 80억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젠슨 황은 그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시장이 사실상 닫혔으며 (미 정부의 수출규제는) 화웨이만 이롭게 할 뿐”이라며 수출규제 조치를 수차례 공개 비판해왔다.
고성능 AI 칩의 대중국 수출이 금지된 이후 중국은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기술자립’에 박차를 가해 왔지만 아직 엔비디아의 역량을 따라잡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 수출규제 기준에 맞춰 H20보다 성능과 사양을 더 낮춘 ‘블랙웰’(차세대 AI칩) 기반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