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생존전략 키워드는 “리테일 테크”

2025-04-29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유통강자가 생존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물가 시대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온라인의 거침없는 공격에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으로는 명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유통업계의 흐름을 보면 빅3의 생존 전략 키워드는 소매 유통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아우르는 ‘리테일 테크’다. 신동빈·정지선·정용진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미래 먹거리로 디지털을 지목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혁신의 비밀병기 ‘AI’ 전담 조직

국내 유통을 대표하는 빅3는 AI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면서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롯데그룹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7년부터 매년 사장단 회의에서 AI 시대 대비를 강조했고 올해는 AI 내재화를 주문했다. 이에 롯데 유통군HQ는 지난해 계열사 AI 과제를 종합적으로 기획·관리하는 ‘라일락(LaiLAC, LOTTE ai Lab Alliances & Creators)’ 센터를 출범시켰다. 성과는 생성형 AI 기반의 마케팅 시스템 ‘에임스(AIMS·AI Marketing System)’에서 나왔다. 롯데 유통군 11개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통합해 시장과 고객 반응 분석, 프로모션 전략 수립, 광고 콘텐츠 제작 등을 자동·고도화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도 디지털 전환(DT)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혁신은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내 ‘DT추진실’이 이끌고 있다. DT추진실은 그룹 계열사의 디지털 문화 조성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DT추진실의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조직은 계열사 현대퓨처넷의 ‘AI 랩(LAB·연구소)’이다. 2023년 업계 최초로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백화점 고객 건의 등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AI 시스템 ‘인사이트 랩스’와 AI 활용 광고 디자이너 ‘원스텝’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고객별 맞춤형 ‘데이터 마케팅 2.5’ 프로젝트를 가동해 매출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그룹 역시 AI 전환에 나서고 있다. 계열사인 신세계I&C의 ‘AX센터’와 함께 올 상반기 ‘랜더스 쇼핑페스타’에 AI 모델을 등장시켜 화제를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18명의 외계인이 고객에게 쇼핑의 설렘을 선사하고자 우주에서 내려왔다는 콘셉트로 향후 A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마트는 AI가 판매 실적을 학습해 재고 등을 고려, 최적의 할인율 추천과 함께 할인 라벨까지 자동으로 발행하는 ‘AI신선 마크다운’ 기술을 즉석조리·수산코너에서 활용 중이다. 또 SSG닷컴은 ‘쓱렌즈’에 상품 사진 정보와 브랜드, 특징 등 문자를 올리면 다른 상품까지 검색해주는 ‘멀티모달 AI’를 탑재하고 있다.

■신시장 RMN을 공략하라

RMN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RMN이란 ‘소매(리테일)’와 ‘매체(미디어)’를 결합한다는 의미로, 유통기업들이 자사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롯데 유통군은 RMN 추진 태스크포스(TF) 주도 아래 4300만명이 넘는 롯데멤버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자사가 보유한 40여개 커머스·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과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의 광고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해 말 RMN 추진 TF를 꾸리고 사업 개발에 착수했다. 통합 멤버십 H포인트와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 등 2200만명 데이터에 기반해 취향 저격 마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오프라인에서는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미디어 전광판)와 함께 전국 매장 키오스크와 포스기 화면에 상품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초개인화를 선도하는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알고리즘 ‘S-마인드 4.0’을 개발하는 등 AI·빅데이터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재단장 점포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과 자회사인 G마켓 배너·팝업 등을 통해 연 5000억원가량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RMN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가량 증가한 6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왜 ‘리테일 테크’인가

빅3가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신시장 발굴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외형 확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순히 ‘유통 마진’만으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가속화에 가치소비가 중시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소비 주체들이 세분화되는 트렌드도 한몫했다.

유통기업의 빅데이터는 AI와 RMN 등 리테일 테크의 크나큰 자산이다. 다양한 고객 요구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고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 빅데이터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추세에 데이터를 간접적으로 수집하기 어려워지면서 유통기업의 데이터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 행동 분석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광고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아마존과 월마트가 이끄는 글로벌 RMN 시장 규모는 올해 1444억달러(약 20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한국 RMN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억달러에서 수년 내 5배 수준인 100억달러(약 1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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