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리커머스, 소비 넘어 수출로 〈1〉돈이 되는 리커머스

2025-04-13

한국에서 중고거래는 어렵던 시절 물자를 절약하긴 위한 수단이었다. 6·25 전쟁 이후 청계천에 형성된 황학동 벼룩시장,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아나바다 운동, 인터넷 보급으로 등장한 중고나라 등이 한국 중고거래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 희소성과 거래와 지속가능성의 수단까지 포괄하는 리커머스(Recommerce)로 중고거래 개념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K콘텐츠 붐을 타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아티스트의 물품을 구매하는 K역직구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신문은 매주 3회에 걸쳐 K리커머스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는 K리커머스에 대해 조망하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제언한다.

〈1〉돈이 되는 리커머스

#.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한 팬이 번개장터를 통해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포토카드를 300만원에 구매했다. 포토카드는 실물 앨범에 포함된 아티스트의 사진이다. 최근 케이팝의 세계적인 흥행과 더불어 한정판에 웃돈이 붙어 재구매되고 있다.

#. 지난해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는 '에어 조던 1 하이 OG SP 트래비스 스캇 프라그먼트 밀리터리 블루'가 500만원에 팔렸다. 소비자 가격이 23만9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20배가 넘는 금액이다.

◇중고거래, '리커머스'로 확장…한정판 리셀에 세컨핸드까지

한 때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주로 이용했던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투자 가치와 지속가능한 소비 관점에서 주목 받으면서 새 개념으로 탄생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중고거래를 리커머스(Recommerce)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커머스란 '다시(re)'와 '상거래(commerce)'를 합성한 단어로,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을 다시 거래하거나 재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중고거래가 좁은 지역에서 개인 간 직접 거래로 사용된 물품을 사고파는 활동에 한정됐다면, 리커머스는 상품의 희소성에 부가가치를 붙여 판매하는 '리셀(Resell)', 빈티지나 재정비된 리퍼비시 제품 등 개념을 포함한 '세컨핸드(Second hand)' 등 세분화 된 구매행위까지 포괄한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리커머스는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을 재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 '투자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 MZ세대들은 간편결제 시스템, 탄탄한 상품 검수 시스템 등을 갖춘 전문 리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한다. 에스크로 방식 안전결제과 명품 검수 시스템을 내세운 '번개장터', 스니커즈·한정판 리셀 전문 플랫폼 '네이버 크림', 무신사의 리셀 전문 플랫폼인 '솔드아웃' 등이 대표 예다.

◇돈이 되는 리커머스 시장…성장도 '쑥'

리커머스는 이미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23년 35조원으로 8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약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직구 성장과 맞물려 해외에서도 국내 리커머스를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29억400만달러(약 4조2500억원)로 전년 동기 26% 증가했다. 지난해 이베이의 한국 신규 판매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한국 신규 판매자 매출은 60% 이상 상승했다.

◇해외로 뻗어가는 K리커머스 '주목'

업계는 리커머스가 해외 시장으로 새 수익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예가 케이팝 포토카드 거래 전문 플랫폼인 '포카마켓'이다. 포카마켓을 운영하는 인플루디오는 2023년 매출 5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이 78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역직구 플랫폼인 딜리버드코리아는 'K콘텐츠' 상품 카테고리의 확대로 2021년 1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3년에는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480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셀테크·역직구 등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용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중고품의 해외 수출 증가로 리커머스가 온라인 수출 개념으로도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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