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소득대체율 '달랑 12%'…제도 대폭 뜯어고쳐야

2024-10-10

정부가 지난달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경제계가 노후보장 강화와 퇴직연금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현행 퇴직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정책개선과제’를 통해 3대 연금(국민·퇴직·개인)의 소득대체율이 OECD 권고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고, 특히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가장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맥킨지 한국사무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2%로 OECD 권고치인 20~30%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제도개선은 금융시장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노후소득 확대에도 중요하다”며 “운용규제 합리화와 다양한 세제혜택 제공을 통해 근로자들의 노후설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상의는 퇴직연금 가입부터 상품운용과 수령에 이르기까지 가입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서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8대 정책개선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먼저 상의는 퇴직연금 투자가능상품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법은 퇴직연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 예·적금,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증권 등 투자가능 자산을 유형별로 나열하고 그 외의 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이는 퇴직연금 가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에 투자가능 상품을 폭넓게 열어두는 방향으로 네거티브 방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퇴직연금 적립액과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할 수 있도록 경영성과급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근로자가 경영성과급을 수령하는 대신 퇴직연금에 적립하면 세제상 혜택이 크지만, 소비성향이 높은 사람이 성과급을 퇴직연금에 적립하지 않기로 선택하면 이후 번복이 불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노동부는 재적립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어 소득세법 시행세칙에 명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건의서는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퇴직연금 기여금에 대한 손비인정 비율을 현행 100%에서 110%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비인정 비율을 높이면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받는 금액이 늘어나 법인세 감면 효과가 있다. 실제로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3.7%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91.9%)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밖에도 건의서는 납입소득세가 적은 저소득층에는 납입액의 일정 비율만큼 정부가 매칭해 비용을 보조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퇴직연금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퇴직연금 상품 운용단계에서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디폴트옵션을 개선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은 가입자(근로자)의 별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노사합의로 선정된 디폴트옵션상품으로 적립금이 일괄 운용된다. 이때 해당 상품은 원리금비보장형 투자상품으로,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반면, 우리나라 디폴트옵션은 DC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지시를 별도로 하지 않을 경우, 저위험군 위주의 투자상품 옵션으로 적립금이 운용된다. 당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투자 전문성 부족과 위험회피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가입자의 선택을 대신하려는 취지인데,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달리 가입자의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이는 가입자 대부분(88.1%)이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건의서는 TDF상품을 기본 디폴트옵션상품으로 설정하고 일정 연령이 되면 현행 제도처럼 가입자의 투자결정을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 TDF상품으로 초기에 수익을 추구하고, 은퇴를 앞둔 시기에 가입자가 원금보장(초저위험 상품)과 추가 수익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건의서는 불필요한 투자한도 역시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가령 개인이 운용하는 IRP 계좌로 재직 회사의 계열사가 발행한 증권에 대해 30%의 투자상한을 두는 이해상충 규제가 있다. IRP 계좌는 회사 개입 없이 개인이 운용하는 것으로, 이해상충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다. 이외에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한도(70%), 동일 종목에 대한 투자한도(10~30%) 등의 운용 규제도 퇴직연금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의서는 퇴직연금의 일시금보다 연금 (분할)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국과 달리 일시금 수령과 연금 수령 간의 세 부담 차이가 적다. 상의는 연금 수령에 대한 절세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수령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연금 수령을 촉진할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비과세시점을 다양화해 주요국처럼 개개인의 여건에 맞는 세제혜택 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세제는 연금 납입·운용·수령 단계 중 마지막인 퇴직급여 수령 단계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미국의 Roth IRA 연금은 첫 단계인 연금 납입 단계에서만 과세하며, 이는 퇴직급여 수령액이 많아 수령 시점에 누진적으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자에게 유리하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이 추진되면서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적연금 활성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개혁 조치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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