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만의 ‘따뜻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가득찬, 7일의 콘서트

2025-11-16

32년 차 가수···예매 오픈과 동시 매진

전곡 어쿠스틱 연주 따뜻함·생동감 높여

댄서들과 함께 선보인 율동에 팬들 열광

“4년 주기 가수라는 말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한두 번 더 하면 환갑 될 듯”

‘기억의 습작’으로 고 서동욱 추모도

“어쿠스틱 음악이 주는 따뜻함이 있잖아요. 저는 그 따뜻함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일자로 펼쳐진 무대, 녹색 커튼 사이로 빚이 비추고 오프닝 곡 ‘더 콘서트’가 시작된다. “불이 꺼지고 검은 막이 젖혀진다”는 가사와 함께 커튼이 열리고 빅밴드와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드러난다. 잠시 후 무대 중앙에서 강한 조명을 뒤로한 가수 김동률(51)이 등장하고 첫 곡 ‘사랑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회색 정장을 입은 김동률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사 하나하나를 누르듯 섬세하게 노래했다. 손이 옷깃을 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예민한 마이크를 통해 그의 목소리의 떨림 하나마저 그대로 전달됐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김동률의 단독콘서트 <산책>은 가을 낙엽 같은 김동률의 목소리와 화려한 빅밴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완벽하게 짜인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미국 유학 시절 가수 베리 매닐로우의 공연을 보고 빅밴드·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을 꿈꾸게 됐다는 김동률은 2004년부터 어쿠스틱 연주를 고집한 콘서트를 이어왔다. 그는 “제 공연을 보러오시는 이유 중 하나는 풍성한 어쿠스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에서 이 정도의 어쿠스틱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률은 게스트 없이 수십 명의 세션들과 2시간의 공연을 꽉채웠다.

2023년 열린 단독 콘서트 <멜로디> 이후 2년만에 관객들을 찾은 2025 김동률 단독 콘서트 <산책>은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1만석 규모인 KSPO돔에서 7차례 개최됐다. 공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순식간에 매진됐다. 김동률은 팬들에게 “2년만에 하는 공연이라 놀라셨겠다”며 “4년 주기 가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한두 번 더 하면 환갑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7회 공연이라니 내가 나이 생각 안 하고 무리했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공연에 임하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히트곡 ‘취중진담’이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물론, 평소 접하기 힘든 수록곡 ‘새’ ‘하소연’ 등도 새롭게 편곡해 선보였다.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보아의 ‘옆 사람’을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 김동률은 “아는 노래의 힘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매번 똑같은 공연을 보여드리기보다 새로운 모습이나 덜 알려진 노래도 선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률은 곡 사이사이 곡의 편곡 방향성을 설명해주거나 얽힌 사연들도 소개했다. 그는 “‘고백’은 원곡과 비슷하지만 트롬본과 색소폰으로 약간의 변주를 줬다”며 “비슷하게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공연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얘기지만’을 선보인 후에는 “듀오 베이스와 드럼을 추가했다”며 “혹시 원곡을 모르신다면 집에 가서 들어보시고 비교해보시라. 숙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공연의 백미는 2부 초반 선보인 ‘성장 3부작’ 공연이었다. 어린 시절의 꿈을 노래하는 ‘시작’, 청년기의 ‘동화’를 선보일때는 연극에 쓰일 듯한 구조물로 배경을 연출해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지는 곡 ‘황금가면’에서는 붉은 코사주를 단 김동률이 댄서들과 함께 율동을 선보였다. 위로 손을 뻗고 허리에 손을 올리는 등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쉽게 볼 수없는 김동률의 모습인 만큼 팬들은 열광했다. 김동률은 “처음에는 절대 춤을 추지 않겠다고 했지만 연습하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뮤지컬) 무대에 설 수는 없으니 공연에서 준비해봤다”고 말했다.

공연 막바지, 오랜만에 원곡 버전으로 선보였다는 ‘취중진담’에서는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며 관객의 떼창을 유도했다. 이어지는 앵콜곡 ‘첫사랑’에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전람회 멤버 서동욱을 기려 ‘사랑하는 나의 벗 동욱이를 보내며’라는 메세지와 함께 그의 사진을 띄웠다. 마지막 곡 ‘기억의 습작’을 부를 때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김동률은 올해로 32년차가 됐다. 그는 “정상에서 시작했기에 앞으로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해 왔는데, 솔직히 이렇게 오랜 기간 음악을 성대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바람은 해외진출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늘 그래왔던 것 처럼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고싶다”며 팬들에게 “가끔 만나면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으면 한다. 조금만 더 늙어서 곧 만나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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