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에요. 탄생 이후 다양한 자연적 요인으로 인해 지구 기온은 계속 변화했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들이 적응하고 진화하며 삶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과 공장식 축산 등으로 온실가스가 급증하면서, 지난 80만 년 동안 300ppm을 넘어선 적이 없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3년 기준 420ppm을 넘었어요. 이는 약 150여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1℃나 상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 지질학적 자연 온난화 속도에 비해 약 200배 빠른 변화죠.

우리나라의 경우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약 0.2℃씩 상승했는데요. 특히 지난 30년(1981∼2010년) 대비 최근 10년(2011∼2020년) 여름의 열대야일은 4.6일 길어졌고, 폭염일은 2.8일 증가했어요. 이렇게 기후변화가 진행될 동안 한국 생태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윤슬·황지유 학생기자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아 김미정 학예연구사와 함께 전시 '봄, 여름, 가을, 겨울 – 흔들리는 계절'을 통해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의 사계절 및 그 생태계를 함께 알아보기로 했죠.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생활사 주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벼·명태·꿀벌·자리돔 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대표적 동식물을 사계절로 구분해 만날 수 있어요."

먼저 봄부터 살펴볼까요.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꿀벌과 등검은말벌 등 여러 종류의 벌 표본이 있었어요. 지유 학생기자가 "최근 몇 년간 월동 중이던 꿀벌이 대량 폐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죠. "맞아요. 이는 기후변화와도 관련 있어요. 우리나라 꿀벌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벌통 안에서 겨울을 납니다. 최근 겨울 기온 상승으로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해 일벌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밖으로 나오거나,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서 2023년 우리나라 꿀벌의 월동 폐사율은 60%를 넘었죠. 자연 폐사율 약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예요. 또 따뜻한 겨울과 도시화로 인해 중국에서 아열대성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이 유입돼 국내 꿀벌을 먹이로 삼으면서 국내 꿀벌 개체 수 유지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요."
전 세계 꽃 피는 식물의 약 87%는 곤충 수분에 의존하며, 그중 꿀벌은 인류 식량 작물의 약 75~80%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수분 매개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 시기 불일치는 식량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내기 시기도 늦어지고 있어요. 전시실에는 계절마다 농민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담은 그림인 '경직도'가 있었는데요. 우리 조상은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주는 기온·일조량·강수량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겨 24절기에 따라 농사를 지었죠. 과거에는 24절기 중 6월 초인 망종 무렵부터 본격적인 모내기를 했어요.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가을·겨울 기온이 상승하고, 여름철 집중 호우가 잦아지면서 벼의 생육 환경도 달라졌죠.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고온·다습으로 인한 병해충과 잡초 피해를 막기 위해 경기 지역의 모내기 시기를 과거보다 최대 25일가량 늦추도록 권고합니다.
봄철은 원래 강수량이 적어 산불이 빈번한 시기죠. 최근 기온 상승으로 봄철 대기가 더욱 건조해지고, 식물의 수분 증발도 빨라지면서 산불은 더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산림청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238건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 들어서는 580건으로 급증했어요. 그중 봄철(3~5월)에 발생한 산불은 56%였죠. 잦은 산불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합니다.
김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최근 몇 년간 여름철 매미 소리가 더 길고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나요"라고 했어요. 본래 낮에 울던 매미가 도시의 인공 불빛과 밤까지 이어지는 고온 때문에 밤에도 우는 거예요. 또 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매미의 부화시기도 빨라지고 있죠. 실제로 2024년 서울에서 매미의 첫울음이 평년보다 18일이나 앞당겨졌어요. 또 기온이 27℃가 넘었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 말매미가 도심의 우점종이 된 것도 영향을 미쳤어요. 동남아 지역이 고향인 말매미는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지만, 도시 가로수로 양버즘나무·벚나무 등 말매미가 선호하는 나무를 많이 심으면서 개체수가 증가했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획량과 어종의 분포 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1968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바다 평균 수온은 약 1~1.5℃ 상승했죠. 이제는 '금값'이 돼 큰마음 먹고 사 먹어야 하는 오징어의 가격도 이와 관련 있어요. 오징어가 특산품인 울릉도에서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간 1만2000톤이 넘게 잡혔죠.
하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오징어가 알을 낳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떼 지어 다니는 경로가 북상하면서 울릉도 부근 어획량이 크게 줄었어요. 2015~2022년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연평균 658톤 정도로, 자연스럽게 국내산 오징어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죠. 또 본래 제주 연안 어종이던 자리돔이 난류를 타고 올라와 이제는 상대적으로 북부 지방인 울릉도·독도·부산 등 동해와 남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가을 한가운데의 명절인 추석의 풍경 역시 기후변화로 바뀌었어요. 전시된 1970년대 추석 성묘객의 사진을 보니 다들 긴소매를 입고 있었죠. 하지만 요즘 추석은 여름 못지않은 더위로 반소매 옷을 입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2024년 추석을 앞둔 9월 1~14일 전국 평균 기온은 26.1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어요.

전시실 한쪽에는 아열대 과일 국내 생산지를 표시한 지도가 있었어요. 윤슬 학생기자가 "망고·용과·파파야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지 몰랐어요"라며 놀랐죠. 김 학예연구사가 "기후변화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의 종류도 변화가 생겼어요. 망고·용과·파파야는 아열대 기후에서 나는 과일이죠. 그런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이 생산되고 있어요. 망고는 제주·부여·영광·통영·함안, 용과는 제주·밀양·창원·통영, 파파야는 진주·밀양 등에서 재배 중이죠"라고 설명했어요. 반대로 사과·배·단감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던 과일의 생산지는 계속 북상 중입니다.
모기의 활동 시기 변화도 우리나라 전반적 기온 상승과 관련 있어요. 과거 모기는 여름철 우리를 괴롭히는 곤충이었죠. 그런데 요즘 모기는 봄과 가을에 더 극성을 부립니다. 모기의 적정 활동 온도는 25~27℃이기에 30℃가 넘는 요즘 여름 날씨가 아닌, 가을철이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죠.
겨울철에 얼음이 꽁꽁 어는 강을 볼 수 있는 시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서울의 중심에 있는 한강을 예로 들어볼까요. 190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은 평균 80일 이상 얼어붙었어요. 전시실에서는 당시 한강의 얼음 위에서 낚시하던 풍경이 담긴 사진들과 낚시 도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한강의 결빙 기간은 2000년대 들어 14.5일로, 100년 만에 결빙 일수가 82%나 줄어들었어요.

한때 밥상 위에 자주 오르던 명태가 우리나라 연안에서 사라진 이유도 기온상승의 영향이죠. 명태는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인데, 동해의 수온이 2.04℃ 상승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어요. 명태 외에 도루묵·대구·정어리 등 다른 냉수성 어종의 어획량도 감소 중이죠.
또 계절 변화에 따라 이동하며 살던 철새가 텃새가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왜가리예요. 왜가리는 본래 여름 철새로 여름철 한반도에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죠. 하지만 한반도의 겨울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1980년대부터 일부 개체가 남쪽으로 가지 않고 한반도의 남부 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겨울에도 왜가리를 볼 수 있죠. 이외에 청둥오리·쇠백로 등이 겨울철에서 한반도에서 머물러요.

지금까지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계절별로 살펴봤습니다. 인간에게 기후변화는 아직까지는 에어컨을 조금 더 길게 틀고, 열대과일의 산지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일 정도로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식물에게는 서식지 파괴, 추운 겨울을 봄으로 착각해 동면에서 깨어났다가 목숨을 잃는 등 생존과 직결된 비극입니다.
동행취재=이윤슬(서울 언주초 6)·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 '봄, 여름, 가을, 겨울 – 흔들리는 계절' 취재에서 정말 다양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우리나라 생태계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생물 모형이 있었는데, 꿀벌과 벌집 모형도 살펴봤죠. 세계 꿀벌의 날은 제 생일과 같은 5월 20일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사진·영상 자료와 게임 등 여러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통해 기후변화와 국내 생태계에 대해 제가 몰랐던 사실을 배웠어요.
이윤슬(서울 언주초 6) 학생기자
봄에 벌이 사라지는 이유, 산불이 발생하는 이유, 여름에 매미가 과거보다 더 시끄럽게 우는 이유, 열대화, 모기는 왜 사라지는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들이 자연현상에서 어떠한 변화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 '봄, 여름, 가을, 겨울-흔들리는 계절'을 통해 알게 됐어요. 내가 너무 이런 변화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죠.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에 우리가 자각해야 할 원인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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