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노조와 직원들이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 및 세종 이전, 공공기관 지정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규모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독 독립성이 훼손되고 업무 효율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로비에는 검은 티셔츠를 입은 직원 700여 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약 45분 동안 “금융소비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구호를 아홉 차례 외쳤다. 노조는 “정부안은 사실상 파견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예산·인건비 통제를 받는다. 이 경우 인력 감축, 연수·복지 축소, 승진 기회 감소 등 조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세종 이전 문제도 쟁점이다. 노조는 “금융시장과 떨어진 세종으로 이전하면 감독 기능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 행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원장과 면담을 요청한 상태”라며 “파업 투표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일주일은 필요해, 다음 주 중 향후 투쟁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노조의 집단행동은 이달 26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움직임과 맞물리며 금융권 전반 긴장을 키우고 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금융권이 앞장서야 할 과제”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2022년 이후 3년 만에 은행권 파업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과 노동조직이 동시에 강경 투쟁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대통령실로 넘어간 예산권 문제와 노동시간 단축 공약이 얽히면서 금융산업이 정부 정책 갈등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