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논란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통해 임명 방침을 알리고 절차를 밟아나가는 동안에도 각계의 강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는 확산 중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설명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간 경청과 소통을 국정운영 철학으로 강조해온 기조와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강 후보자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되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통상 국정 핵심 현안이나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입장을 알리는 통로로 활용돼 왔다.
전날 이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주례 회동에서도 인사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의 이유와 절차 개시는 대통령실 참모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임명 방침(지난 20일) →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방침(22일 오전) → 재송부 요청(22일 오후)’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침묵에는 이미 임명 결정을 굳히고 공표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선우 거취 정국’을 장기화하거나 논란을 확산하지 않으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 결정이 다 끝났는데 (이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보내달라며 이틀의 시한을 부여한 데도 신속하게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법은 재송부 시한을 최대 열흘로 두고 있다. 서둘러 임명 절차를 마무리해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명 결단을 내린 만큼 시간을 두고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문제를 두고 “어떤 결과를 낼 거냐로 평가, 판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좀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면 어떨까”라고 말한 바 있다.
침묵에 비례해 부담은 쌓이고 있다. 강 후보자 거취 문제가 국정운영 스타일의 가늠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직접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간 갈등 현안과 리스크에 직접 해명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해왔다. 임명 강행 뒤에도 부정적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에는 국정 지지율 하락이나 국정 동력 약화 등의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침묵 속에 ‘강선우 카드’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각종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우 수석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여당 지도부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면서도 “최종적으로 인사권자는 이렇게 결정하셨는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한 설명을 저한테 하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여권 주변에서는 강 후보자가 지난 대선 당시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작가와 이 대통령의 대담을 조율하며 신뢰를 구축했다거나, 2023년 민주당 대표 단식 투쟁 당시 친분을 쌓았을 것이라는 식의 각종 설이 난무한다. 다만 우 수석은 이런 추측들에 “우물가에서나 도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등 민심의 흐름을 살피면서 재송부 기한인 24일 이후 곧바로 강 후보자 임명을 할지 등을 지켜보자는 기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