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장의 돈 줄기를 바꾼다. 넷플릭스는 올해 가을 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에 복합 오프라인 몰입 체험 공간인 ‘넷플릭스하우스’를 개장한다.
축구장보다 넓은 크기인 넷플릭스하우스는 일종의 테마파크다. 테마파크는 ‘경험 소비 산업’이다. 방문객은 ‘오징어 게임’의 유리 다리를 건너고, ‘브리저튼’ 무도회장에서 춤도 춰보고, ‘넷플릭스 요리쇼’에 나오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테마파크의 절대 강자는 디즈니와 유니버셜스튜디오다. 양사가 전 세계 테마파크 방문객 수 상위 10곳 중 9곳을 차지한다. 디즈니의 테마파크 사업부문은 전체 이익의 37%를 차지한다. 2023년 2분기 매출은 9조4000억원이며, 디즈니는 향후 10년간 8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에 테마파크가 필요한 배경 중 하나는 엄청난 오리지널 콘텐트 개발비다. 연매출 30조원인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트 개발비로 20조원을 쓴다. 이익률이 크지 않다. 넷플릭스하우스는 디즈니의 사례처럼, 이익 창출에 큰 공헌을 할 것이다.
‘콘텐트’ 자리에 ‘AI’를 대입해보자. 양상이 같다. 고성능 AI에 들어가는 시간·비용·인내심, 다수의 천재급 인재와 같은 조건은 ‘기묘한 이야기’를 기획·섭외·제작할 때와 같다. ‘기묘한 이야기’는 회당 제작비가 124억원에서 400억원까지 투입됐다. 연구개발·제작비가 고비용이면 흥행이 성공해도 큰 이익이 남지 않는다. 아쉽게도 다수의 작품이나 소프트웨어는 활성화에 실패한다.
도약을 위해 ‘AI 하우스’를 짓자. ‘하우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본 것을 더 잘 보이게 해준다. 눈을 넘어 ‘몸 체험’을 선사한다. 그 과정에서 하우스는 확신과 수익을 창출한다.
AI가 결정적인 ‘성능’ 달성에 올인하려면 확신이 필요하다. 하우스로 정부·국민·기업을 설득해야 한다. 고성능 AI 연구개발에는 너무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하다. ‘AI 하우스’는 확신의 전당이 될 것이다.
AI가 일정한 성과를 내면, 이를 수익화해야 한다. ‘AI 하우스’는 ‘소비’가 일어나는 마당이 될 것이다. 전례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는 ‘하우스’의 역사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는 ‘교통 하우스’, 1976년 포니1은 ‘자동차 하우스’, 2000년 광케이블 정보고속도로는 ‘정보 하우스’였다.
AI 흥행 방정식의 핵심은 AI를 ‘물건’ 다루듯 하지 말고 소비자·사용자의 ‘경험소비’에 주목하는 전략이다. 소비자 개인의 ‘인지’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가 어우러지는 경험소비의 테마파크, 국가주도의 ‘AI 하우스’를 제안한다.
이수화 법무법인 디엘지 A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