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내란 후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개표 방송도 달랐다. MBC가 3일 21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서 웃음기를 쏙 뺀 대한민국 감동의 역사 서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AI기술 활용과 K-콘텐츠 대표 얼굴인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의 모습이 등장하는 등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MBC는 개표방송 직전인 출구조사 결과 발표 카운트다운 영상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날 함께 지금’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을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근현대사의 역사적 순간이 AI로 재현됐다.

이어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식에서 “우리 전 민족이 세계 무대로 발을 들여놓는 그런 시기를 맞았습니다”라고 연설하는 장면에 이어 방탄소년단 RM이 2018년 유엔(UN)연설에서 “자, 그러면 우리 모두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오버랩됐다. ‘아리랑’ 나운규 감독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모습이, 윤동주의 ‘서시’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로 연결됐다. 대한민국 국민이 살아온 모습이 담긴 영상 말미엔 만세 운동에 이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등장한 태극기가 광장의 촛불집회를 넘어 응원봉집회까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의 답이 될 수 있는 영상 같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대한민국 만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어 본 개표 방송에서도 웃음기가 쏙 빠졌다. 자동차나 자전거 경주, 암벽타기 등을 활용한 각 후보의 대결구도 영상은 종종 있었으나, 과거처럼 후보들의 얼굴을 일러스트와 합성해 재미를 더한 장면은 크게 볼 수 없었다.
이날 선거방송 시청률은 MBC 천하였다. 4일 MBC ‘선택 2025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시청률은 1부 4.3%, 2부 12.8%, 3부 14.5%, 4부 14.1%, 5부 13.3%, 6부 5.4%(닐슨코리아, 전국, 이하 동일) 를 기록했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중 시청률 10%대를 기록한 것은 MBC가 유일하다.
KBS1의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5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은 1부 2.4%, 2부 5.2%, 3부 4.1%, 4부 2.0%를 기록했다. SBS ‘2025 국민의 선택’은 1부 1.4%, 2부 3.4%, 3부와 4부가 3.7%, 5부 2.5%와 6부 1.2%로 집계됐다. 종합편성채널들은 대체로 0~1%대 사이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특히 출구 조사 발표 직후 30분간 가구 시청률은 19.4%까지 치솟았다”며 “오후 8시쯤 순간 최고 시청률 20.6%(가구), 2049 시청률이 9.6%를 기록하며 방송집중도가 정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MBC는 “12·3 계엄 이후 MBC이 메인 뉴스가 타사 대비 꾸준한 우위를 유지했으며, 선거 보도에서도 이러한 신뢰의 흐름이 이어졌다”면서 “선거방송 사상 최초로 6면 LED무대와 총 길이 44m, 높이 7m의 스크린을 통해 공간과 영상이 유기적으로 연출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