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두고 12일째 내홍을 겪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가 ‘논의 잠정 중단’으로 일단 갈등을 봉합하는 듯 했지만 학교와 학생 간 면담 과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소통 없는 학교당국에 대해 비판하면서 ‘논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고 ‘본관 점거농성’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학교 측은 본관 점거농성 유지를 “마지막 인질”이라고 표현하고 농성과 관련한 기물파손 피해보상 등을 학생 탓만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며 맞섰다. 학생들이 ‘신남성연대’ 등 일부 여성혐오 단체들의 학교 앞 시위에 대해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학교는 “신남성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안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공학 전환 논의, ‘아직 끝나지 않은 합의’
22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공개한 학교 측과 학생들의 전날 면담 속기록을 보면, 양측은 3시간 가까이 면담을 했다. 이날 면담 안건은 ‘공학전환 철회에 대한 대학본부의 입장’‘한국어문화전공을 통해 학부생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재학생에 대한 질의 및 논의’‘백주년기념관에 박람회 기물 청구 비용에 대한 대학본부의 입장’ 등 세 가지였다.
우선 학교 측은 학생들이 요구한 “추후 공학논의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것”에 대해 내부 회의를 거쳐 학교 측 입장을 발표하는 데 동의했다. 이에 학생들은 점거 해제와 관련해 “학교의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본관을 제외한 건물의 점거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사태의 정상화’라는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추후 공학 전환 논의에 학생 의견을 수렴할 것’과 ‘점거 농성 해제’ 등에 대해서는 내부 협의 뒤 재차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일단 학생들이 점거농성과 수업거부 등 항의를 풀되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소통을 하겠다는 데 양측이 뜻을 모은 것이다. 다만 학생 측은 학교의 수업 재개 요청에 대해 “수업 거부는 학우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수업을) 방해한 적 없다”고 말했다. 수업 거부는 학생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총학생회가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면담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면담 내내 학교·학생 간 설전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 일부가 학생들의 이번 항의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전해지자 학생들 사이에선 공분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학교 관계자가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 유지’에 대해 “본관은 왜 제외하느냐”고 묻다가 “아, 인질이구나 인질”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꼽힌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뒤이어 곧바로 “(본관은) 마지막 인질(이구나?)”라고 말했다. 속기록을 본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을 소통과 논의의 상대로 대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측은 면담 내내 이번 점거농성과 기물파손, 수업거부 등의 행위를 주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들은 총학생회가 학생 통제가 가능한 것 아닌지, 총학생회가 점거 행위의 주체인지 계속 물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대표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 명의로 된 ‘수업 참여’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그게(수업참여 입장 발표가) 아니면 지금 수업 방해·건물 점거로 인한 모든 문제에 대해 총학생회·중앙운영위 여러분들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학생회) 학생들이 대표성을 인정 안 할 거라면 우리도 (대화를) 못하겠다고 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총학생회가 이번 사태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면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없고, 통제력이 있다면 점거와 훼손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식이다.
학교 측은 지난 14일 교내에 들어온 취업박람회 업체가 기물파손 피해보상(3억3000만원)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학생 측에 “업체는 총학생회가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변상해달라며 (청구서)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본부에서 대신 (피해보상금을) 내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며 학생들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학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신남성연대’와 관련해 학생들이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은 학교당국에 신남성연대의 ‘집회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는 “신남성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안다. 우리가 어쩔 수 없다”고만 답했다. 총학생회 측이 “누가 (지지하는가?)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맞받자 다른 학교 관계자가 논란을 의식한 듯 곧바로 “논의해보겠다”며 말을 돌렸다.
학생들은 대부분의 언론보도 등에서 ‘동덕여대 공학 논의 갈등이 봉합됐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재학생들은 22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공학 논의의 완전한 철회 없이 이번 사태는 끝난 게 절대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도 이날 ‘처장단 면담 이후 총학생회 입장문’을 발표하며 “학우 여러분께서는 수업 거부와 별개로 수업 방해(강의실 문 막기 등)는 지양해 주시길 바라며 중앙운영위는 계속해서 수업 거부를 자발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본부가 제시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충분히 이해 가능할 때까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본관 점거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