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속철도가 국산화율 90%를 돌파했다. 특히 국가연구 개발사업을 통해 주요부품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7일 대전 본사 사옥에서 철도차량부품개발사업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철도차량부품개발사업은 2020년부터 4월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1698억원을 투입해 주요 철도부품을 국산화하는 연구개발사업이다. 16개 세부과제에 총 52개 업체가 참여한다.
코레일은 철도차량부품개발사업을 통해 내년 말까지 총 15개 부품에 대한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수입에 의존했던 주요부품을 국산화하는 '시장진입형 부품' 10종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미래선도형 부품' 5개로 나뉜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상용화를 앞둔 시장진입형 부품 10가지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부품으로는 '전두부 해치'가 있다. 전두부 해치는 차량과 차량을 연결하는 부품을 보호하는 전자동 덮개다. 기존 독일산 제품보다 1.3배 더 성능이 좋고, 비용은 20% 가량 절감되는 부품이다.
시장진입형 부품들은 올해 4월부터 현차시험(실제 차량을 이용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 말 현차시험이 끝나면 정식 제품으로 생산이 시작되고 코레일이 새로운 차량을 도입하면서 함께 상용화할 예정이다. 지붕탑재형 공조시스템은 이미 상용화가 완료됐다.
미래선도형 부품은 우선 기술개발만 완료하고 본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향후 자동화시스템 도입과 차량속도 향상 등이 이뤄지면 함께 도입될 예정이다. 희토류 저감형 영구자석 동기전동기를 비롯해 ▲마그네틱 기어드방식 동력전달시스템 ▲컨버터 일체형 반도체 변압기 ▲전장제어기기 상호호환 통합제어플랫폼 ▲자동 연결‧분리 시스템 등 총 5가지 기술이다.
이번 연구개발로 고속철도 국산화율도 90.1%를 넘겼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제동디스크와 제동패드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한 것에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근 코레일 철도차량부품개발사업단장은 "이번 철도차량부품개발사업은 국토교통부 R&D사업 중 처음으로 예비타당성을 통과해 실제 기술개발까지 성공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줄어들었다. 철도업계에서는 그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철도선진국인 독일과 일본과의 격차를 기존 8년에서 2년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의경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관은 "이번 연구들로 철도산업이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면서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코레일은 이번 부품개발사업으로 연간 15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부품개발이 완료되면 철도부품 기술력이 향상돼 연 1269억원 규모의 관련 기업 매출 증대와 연 226억원가량의 부품구매비용 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코레일에서는 이번에 개발한 부품과 기술을 토대로 해외진출까지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정정래 코레일 부사장은 "현대로템에서 철도차량을 우즈벡에 수출하기로 하면서 예비부품으로 이번 개발 제품이 들어가는 것으로 협의를 하고 있고, 카자흐스탄‧모로코 등지로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유럽 중심의 철도산업 헤게모니를 깨고 K철도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