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트럼프, 국제무대에선 힘 못쓴 이유 있다

2025-04-27

트럼프 대통령의 2기 미국 행정부가 30일(현지시간) 출범 100일을 맞는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미국은 ‘두 개의 미국’으로 나뉘어 있다”며 전통적 시각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미국이란 트럼프 지지자와 트럼프에 반대하는 이들로 쪼개진 상황을 의미한다.

서 교수는 “트럼프의 미국은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혼돈과 무질서로 평가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것만 진짜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지지층에 따라 완전히 여론조사 응답이 달라지는 만큼 평균을 낸 수치가 아닌 지지층별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에게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85%에 달한다. 뉴욕타임즈 등 미국 내 진보 언론이 부정적으로 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한국에서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 국내 정치에서만큼은 트럼프 지지층의 변함없이 견고한 지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 고학력 리버럴 지역 중심 데이터가 전체 민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급변한 미국 정치 환경에서 전통적 의미의 ‘취임 100일 평가’ 역시 무의미해진 측면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만큼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서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나 중국과의 관세 전쟁 등은 상대국의 협조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이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주춤한 것은 이제 미국의 일방주의가 덜 먹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당초 “취임한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 한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종전 공약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발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협조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트럼프 1기 때의 경험을 토대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에 하던 방식으로 중국을 대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중국의 반격’에 다소 당황한 모습이다. 미국 채권 시장에 직격탄을 맞은 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서 교수는 “중국이 트럼프식 협상 방식에 대한 나름의 대응 전략을 마련했고,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이 국내에서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트럼프의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시 주석은 시큰둥한 반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생각보다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서 교수의 관측이다. 그는 “현재와 같은 높은 관세율을 양국이 오래 유지한다는 건 서로 경제 관계를 아예 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달리 미국은 특히 경제적 타격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어느 선에서 마무리하려 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결국 미·중이 서로 체면을 살리며 타협점을 찾는 정도로 그칠 것”이라며 “국채 시장 불안, 재정 적자 우려 등으로 통상 문제를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우리가 이겼다’ 식 일방 선언을 끝으로 갈등 국면을 정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외교 대응 전략에 대해 서 교수는 “미국의 변화를 정확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과거처럼 ‘동맹이니까 당연히’라는 접근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전통적인 외교 관행에서 벗어나 거래주의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유연하고 실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미 관계를 양자적으로만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미국의 모습,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을 면밀히 관찰하며 신중하고 탄력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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