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23〉AI 인재양성 너머,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던지는 교육의 본질

2025-05-28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HRD) 분야에서는 최근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단연 화두다. 업스킬링(Upskilling)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를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 담당자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에 맞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나 유튜브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 예시가 된다. 즉 현재 역할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반면 리스킬링(Reskilling)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데이터 분석가로 전환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이나 통계관련 교육을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업스킬링은 전통적인 재직자 역량강화 교육훈련으로 자신이 근무하는 직무에서 오래도록 남아있기 위해 핵심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리스킬링은 기술과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기존 직무가 사라지거나 없어져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 더 이상 활용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 새로운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완전히 이질적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심리적 두려움과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HRD 분야에서는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현재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핵심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기술의 빠른 변화와 고용시장의 유연성 증대는 우리로 하여금 꾸준한 개인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

대선을 앞두고 모든 대선후보들은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인력양성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하지만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관련 핵심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한다. 오늘의 핵심기술은 내일이 되면 더 이상 핵심기술이 아니게 되기도 할 정도로 기술의 빠른 변화는 놀라울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의 논의가 주는 함의는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단기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기술변화에 발맞춰 스스로 학습하고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태도와 능력, 변화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틸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 새로운 역할이나 분야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도전정신과 적응능력 등이 우선적으로 함양되어야 한다. 물론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디지털 인재양성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과학 등 순수과학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순수학문은 비판적 사고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의 토대이며,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환경속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역량이 된다.

하지만 거대한 시류를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대학의 역할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도전정신과 적응력, 긍정적 심리자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학이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가 될 것이다.

심지현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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