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자란 두 청년이 고려인 선조들의 예술과 정신을 이어가려는 큰 꿈을 품고 있다. 그들은 바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한미샤(21) 군과 김나스쟈(22) 양이 그 주인공이다.이들은 지난해 홍범도공원에서 열린 제12회 고려인의 날 행사에서 국회의원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에 재학 중인 두 사람의 꿈은 단순히 학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의 문화와 정신을 지켜온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전통을 이어받아, 소멸 위기에 놓인 고려인 공연예술의 맥을 다시 살리겠다는 사명감을 품고 있다.
이들은 2017년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광주 고려인마을이 무대에 올린 고려인 중앙아시아 이주 스토리텔링 극 ‘나는 고려인이다’ 에 출연하며 무대에 오르기 시작, 무대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고려극장은 지난 세기 고려인들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켜낸 문화의 요람이었다. 이제 그 바통은 한국 땅에서 자란 새로운 세대의 손에 들려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에 능통한 이들은 광주 고려인광주진료소에서 통역 봉사자로 활동하며, 언어 장벽에 막혀 진료받기 힘든 동포들에게 입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통역을 넘어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진료소를 찾는 의료사각지대에 직면한 수많은 고려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김나스쟈 양은 국내외 유일의 고려인을 위한 지상파 라리오 고려방송(FM93.5MHz)의 진행자로서, 50만 디아스포라 고려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공동체의 소통 창구이자, 고려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역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이들 두 청년의 헌신은 고려인 후손들이 어떻게 과거의 전통을 이어받아 미래의 희망으로 키워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료 현장에서, 방송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대학 무대 위에서 이들은 모두 고려인의 뿌리를 지키는 또 다른 방식의 배우이자 연출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이 지켜온 정신은 이제 젊은 세대의 열정과 재능을 통해 새롭게 꽃필 것”이라며 “이들의 꿈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위대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한미샤 군과 김나스쟈 양의 걸음은 이제 고려극장의 무대와 같은 상징성을 띠고 있다. 오늘의 봉사와 방송, 내일의 예술과 문화가 만나,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전통은 다시 살아나고, 그 전통 위에 새로운 희망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고려방송: 이부형(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