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로 7시간, 하늘길은 1시간…완공 2년 앞둔 울릉공항 현장

2025-11-10

울릉도는 현재 배로만 닿을 수 있는 섬이다.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해 6일 새벽 6시, 사동항 불빛이 보기까지 꼬박 7시간이 걸렸다. 쾌속선을 타도 3시간은 넘는 바닷길이다. 하지만 2028년 울릉공항이 문을 열면 김포에서 단 한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바다를 메워 만든 활주로, 공정률 70%

울릉공항은 섬에 평지가 없어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국내 첫 해상공항이다. 가두봉을 절취해 얻은 흙으로 바다를 메우고, 높이 27.5m·무게 1만6000t짜리 케이슨 30함을 거치해 활주로 부지를 만들고 있다. 이 케이슨은 방파제 역할을 하며, 활주로의 기초 구조물로 쓰인다.

가두봉 절취율 58%, 케이슨 거치율 100%, 매립 44.7%. 전체 공정률은 70%에 도달했다. 수심이 최대 60m에 이르는 해역에서 진행되는 초고난도 공사로 항만공법을 공항 활주로에 적용한 첫 사례다. 감리단 관계자는 “인천공항이나 간사이공항보다 시공 여건이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울릉도의 기상은 공사 진척의 최대 변수다. 연중 강수일수가 140일을 넘고 1~2월은 '공사 불가 기간'으로 분류된다. 해상은 한 달 10~12일, 육상은 15일만 작업이 가능하다.

박재길 DL이엔씨 울릉공항 건설 현장소장은 “장비 200여대를 투입해도 하루 공정률은 1%에 못 미친다”며 “밤 12시까지 야간작업을 이어가고 내년에는 24시간 작업 체계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활주로는 길이 1200m, 폭 36m로 ATR72급(80인승)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여객터미널과 관제·소방동, 터널 등 복합시설로 조성되며 한국공항공사가 랜드사이드 구역을 맡았다. 여객터미널은 3767㎡ 규모로 셀프 체크인, 원격 검색 시스템을 도입한 '스마트 공항'으로 꾸며지고 태양광 설비와 전기차 충전시설 등 친환경 인프라도 포함된다.

울릉공항이 문을 열면 울릉도는 연간 25만 명 수준인 관광객을 두 배 이상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터미널 전망대에서는 활주로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광장에는 지역 특산품과 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공간이 들어선다.

울릉군은 공항 개항에 맞춰 생활 인프라를 확충 중이다. 국토부로부터 공항 뒤편 1600평 부지를 불하받아 1735억원 규모의 하수처리시설을 착공했고 숙소·식당·주차장 등 편의시설 확충도 병행하고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이 작은 섬에 공항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크지만 군민들은 여전히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다”며 “관광객은 잠시 다녀가지만 군민은 매일 이용한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공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활주로 안전성 우려 “1200m→1500m” vs 기술적·절차적 한계

다만 활주로 길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여전하다. 기상 악화가 잦은 섬 특성상 1200m로는 운항 안정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2022년 50인승으로 계획됐던 취항 항공기가 80인승으로 확대되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단이 방문한 지난 11일 울릉도 현장설명회에도 주민들은 반대 시위를 벌였다. “활주로 길이를 1500m로 늘려달라”며 안전 확보를 요구했다. 국토부와 감리단은 기술적·절차적 한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감리단장은 “이 구간은 수심이 60m로 깊고, 케이슨을 추가로 놓기 어렵다”며 “활주로를 300m 연장하면 착륙대 폭과 항행시설까지 모두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활주로를 연장하려면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거쳐 최소 3년 이상 완공이 지연된다. 정부는 활주로 연장 대신 안전 설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활주로 양쪽에 항공기 이탈 방지시설(EMAS)을 설치해 종단안전구역 90m 이상의 효과를 확보하고 계기비행을 도입해 결항률을 기존 26%에서 8%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ATR72 기종이 1200m 활주로에서 정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운항사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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