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 공식 인정은 정상회담 개최 빌드업
다수 정상 참여 전승절보다 별도 양자회담 가능성
북한, ‘희생’ 강조하며 그 반대급부 얻어내려 할 듯

북한이 28일 러시아에 이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공식 확인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갔다. 다음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북·러 정상이 만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부터 효과적으로 파병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별도의 단독 정상회담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북·러가 지난해 6월 체결한 조약을 근거로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화하면서 양국관계를 강화하는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병 공개, 러시아 승전 프레임 조성, 북한군의 적극적 의미 부여는 향후 북·러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빌드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19일 북한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를 방문해달라고 초대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30일 올해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문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 참여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이 전승절을 10여일 앞두고 파병을 거의 동시에 확인한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김 위원장이 전승절 행사를 참여해 중·러 등 여러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 뒤, 곧바로 북·러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올해 전승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20여개국의 정상이 참가한다.
반면 다수의 국내 전문가들은 별도의 이벤트를 열어 단독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희생을 언급하며 반대급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단독 정상회담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 위원장은 다자 외교 무대에 참석한 적이 없다.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전용기가 북한에 없고, 열차를 이용하면 장기간 평양을 비워야 하는 것도 김 위원장에게 부담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고립된 상황의 김 위원장이 타국 정상들과 같은 위치에서 공개 행보를 보일지는 미지수”라며 “북한 입장에선 단독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전쟁 참가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도 “시 주석 등 20여개국 정상 사이에서 북한의 승전 기여가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승전과 동맹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포럼 등을 계기로 극동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승절 행사 참여는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사전 양해가 필요하다”며 “그보다는 쿠르스크 승리를 강조하기 위해 별도의 이벤트를 열어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