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외국법인의 특허권이 국내에 미등록됐더라도 국내 기업이 이를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했다면 국내 원천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조세심판원 판단이 나왔다.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은 특허권의 국내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국내에서 사용한 특허권이라면 관련 사용료는 국내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의미다.
7일 법조계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최근 미국 소재 청구법인이 국내기업으로부터 받은 특허 사용료를 국내 원천소득으로 보고 세정당국이 법인세를 과세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청구법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비만·수면 관련 분야의 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제약회사다. 청구법인은 지난 2017년 8월 내국법인인 A사와 특허권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사는 계약상의 권리를 국내 기업인 B사에 양도했다.
B사는 2019년 10월부터 청구법인이 미국에서 보유한 특허권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그 대가로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법인세와 지방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이후 청구법인은 “해당 특허권은 한국에서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권으로 국내 원천소득이 아니므로 원천징수된 법인세 등을 환급해야 한다”며 세정당국에 경정청구를 했다.
그러나 세정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청구법인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청구법인은 심판청구에서 “특허권은 해당 권리가 등록된 국가에서만 보호받는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돼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는 한국 내 사용료를 과세할 수 없다”며 “실제로 국내 기업에 이전된 권리는 한국에서 제조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사용권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구법인은 “한국 내 기업(B사)은 특허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제조하거나 기술을 구현한 적이 없고 단순히 상품화 및 판매를 위한 부수적 행위만 했기 때문에 사용료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정당국은 “국내에서 사용된 특허라면 국내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법인세법상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B사는 실제 해당 특허권을 국내에서 사용했고 특허권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청구법인에게 지급한 만큼 과세가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을 심리한 조세심판원은 결국 세정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법인세법에 따르면 특허권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국내에서 제조나 판매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원천소득으로 본다”면서 “B사가 청구법인의 미국 등록 특허를 국내에서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한 이상 국내 원천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맞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청구법인이 특허권을 국내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를 피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국내기업이 특허권을 사용한 이상 국내 원천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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